"주먹구구 재개발 계획이 슬럼화의 주범이다"

도시화의 그늘, 우암동 빈집촌 르포 <중>

2014-07-02     취재기자 조나리

부산시는 올 초 '폐가 없는 마을 만들기 3개년 사업'을 착수한다고 밝혔다. 범죄의 온상이 되고 도시 미관을 해치는 빈 집을 처리하고, 지역 이미지를 높이기 위해서란다. 부산시는 폐공가 철거를 지원하고, 빈 공지를 공동 주차장이나 텃밭 같은 공공용지로 활용할 계획이라고 했다. 또, 시는 빈 집 리모델링 비용을 지원하고, 소유자가 건물을 지방 대학생이나 신혼부부에게 시세의 반값으로 임대하는 '햇살둥지사업'도 실시되고 있다.

빈 집이 즐비한 우암동도 이런 지원을 받을 수 있지 않을까. 하지만 우암동 문제는 생각보다 복잡하다.

우암동에서 부동산 중개업을 하고 있는 이무준 씨는 시의 폐가 정리 사업으로 철거 신청을 한 사람들도 어느 정도 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미 건물이 노후화돼 집을 떠난 데다 재개발이 언제 될 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굳이 팔을 걷어붙이고 나설 사람이 적을 수밖에 없다고 이 씨는 덧붙였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재개발을 취소하고 불편한 도로라도 재정비해야한다는 게 그의 주장. 이 씨는 "되지도 않는 재개발 그만 두고 현실적인 방안을 생각해야지. 부산 시내에 시골도 이런 시골이 없어요"라며 혀를 찼다.

이에 대해, 부산시 재개발 관계자는 원래 재개발이라는 게 시작하면 10년 정도는 걸린다고 말했다. 또, 재개발 때문에 미리 집을 비우는 사람은 없고, 사업이 더 진척돼 주변 땅을 처분할 때, 주민들은 땅 값 계산 후 떠나서 집을 비우게 되는 게 일반적이라고 덧붙였다. 재개발이 길어져 빈 집이 늘어났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재개발 측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하지만 시의 주장과 달리 우암동의 재개발 사업은 상당히 문제가 있었다. 주민들에게 물어봐도 잘 모르겠다는 재개발 사업이 실제로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기자는 우암 2구역 재개발 사무실을 찾아갔다. 그러나 재개발 사업 사무실의 철문은 굳게 닫혀 있었다. 아래층에 있는 병원을 찾아가 물어보니 재개발 사무실이 빈 지 꽤 된 것 같다고 했다. 어쩔 수 없이 남구청 홈페이지에 있는 재개발 추진위원장의 연락처로 전화를 걸었다. "지금 거신 번호는 고객님의 사정으로 연결할 수 없습니다." 순간, 기자는 TV에서만 봐왔던 사기 사건의 피해자가 된 듯 한 착각이 들었다.

한두 군데 더 전화를 걸어본 뒤, 연결된 한 추진위원장은 부동산 경기가 어려워 투자하겠다는 시공사가 없어서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 상황에서 불필요하게 나가는 지출을 줄이기 위해 사무실도 문을 닫고 상근 직원도 다 없앴다고 설명했다. '그 기다림'의 끝이 언제일지는 알지 못한다면서도, 그는 "북항 재개발이 시작되면 여기 부두도 다 정비될 텐데, 그럼 (재개발이) 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부산시 남구청 관계자도 역시 우암동에서 실질적으로 진행 중인 재개발 사업은 없다고 밝혔다. 우암동은 여섯 군데로 재개발 지역이 나뉘어 있는데, 그 중 두 군데는 재개발이 해제됐고, 현재는 우암 1, 2, 3, 6구역만이 남아있다. 이 네 구역은 모두 2004년과 2006년에 재개발 추진이 승인된 곳으로, 사업이 시작된 지 오랜 시간이 지났고, 진행 상황은 더디다 못해 멈춰있다. 번듯한 아파트가 자리 잡은 우암동 재개발 조감도는 그야말로 '그림의 떡'이었다.

지난 5월 부산시는 지역 재개발 구역 177곳 중 절반이 넘는 90개 구역을 해제 대상으로 정하고, 그 중 10곳을 올해 해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시는 재개발 해제 지역에 필요한 용역비를 지원하고 주거환경 개선을 돕는 도시재생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구역 해제는 주민들과 조합원들의 의견을 수렴한 뒤 사업성을 검토하고 확정된다. 지난해 우암 4구역도 이러한 절차를 통해 재개발 구역에서 해제됐다.

하지만 멈춰버린 10년을 이제 와서 돌리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다. 재개발이 아니면 이 지역은 방법이 없다는 주민과 이 돈 받고 나가서 살 집도 없다며 재개발을 반대하는 주민, 그리고 10년 전부터 한다던 재개발에 이제는 관심도 없다는 주민들이 엉켜 있다. 우암동 한 골목길에서, 모든 주민들이 동의할 만한 불평이 들려왔다. "재개발한다고 신경도 안 쓴 하수구나 고쳐주지."

재개발에 밀린 주민들의 삶, 그 하루는 오늘도 너무도 평화롭게 흘러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