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병언 시신 신고자, 현상금 못 받는 이유…“유병언인 줄 몰라서?”
재판부, "유병인 인지 못한 일반적 변사 신고"...네티즌, "유병언 살아있디 자인한 꼴" / 정인혜 기자
세월호 참사 당시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의 시신을 최초로 발견해 경찰에 신고한 신고자가 보상금을 받을 수 없게 됐다. 당시 정부는 유 전 회장을 지명수배하며 신고 보상금 5억 원을 내걸었다.
서울중앙지법은 14일 신고자 박모 씨가 국가를 상대로 낸 1억 원의 신고 보상금 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신고 당시 박 씨가 해당 사체가 유 전 회장임을 인식하지 못했다는 게 그 이유다. 박 씨는 사체를 신고하면서 ‘신원을 알 수 없는 변사자’로 설명했다고 한다. 현장에 출동한 경찰 역시 부패 정도가 심해 신원을 파악하지 못하고 부검과 감정 등을 거쳤다. 그 결과 40여 일 뒤인 그해 7월 22일에서야 시신이 유 전 회장이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에 박 씨는 신고 보상금을 요구했고, 정부가 이를 반려하면서 소송으로 번졌다. 조선일보에 따르면, 박 씨는 “신고 당시 사체의 신원을 알지 못했지만, 사후에 유 전 회장이라는 사실이 확인된 이상, 정부는 신고 보상금 가운데 일부를 지급해야 한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박 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박 씨가 유 전 회장임을 인식하지 못한 상태에서 신고했다는 게 가장 큰 이유다. 중앙일보에 따르면, 이날 재판부는 “현상 광고에서 보상금 지급의 전제가 되는 행위는 ‘유병언’을 신고하는 것”이라며 “신고 대상이 유병언이거나 그렇게 볼 합리적 개연성이 있다는 점을 신고자가 사전에 인지하고 이를 수사기관에 밝혀서 제보하는 행위가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박 씨의 신고가 유병언을 신고한 행위에 해당할 수 없다는 설명이다.
이를 두고 각계에서 다양한 반응이 쏟아지고 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지나치게 엄격한 잣대를 적용했다는 논란도 나온다. 변호사 윤준용 씨는 채널A와의 인터뷰에서 “시신의 부패 정도가 심해 신원을 확인할 수 없었다”며 “시신이 유병언으로 확인된 이상 (유병언) 신고로 볼 여지도 충분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시신이 사실은 유병언이 아니라서 포상금을 안 주는 게 아니냐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공화당 신동욱 총재는 이날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유병언이 살아있다는 의혹만 키운 꼴이고 시신이 유병언 아니라고 오해받기 좋은 꼴”이라며 “유병언 사체면 보상금 지급이 상식이다. 문제를 못 풀고 찍어서 맞춰도 정답은 정답”이라고 말했다.
대다수 네티즌들도 이 같은 의견에 공감하고 있다. 이날 온라인 커뮤니티는 ‘유병언이 살아있다’는 주장으로 온종일 시끌벅적하기도 했다. 한 네티즌은 “유병언이 아니니 돈을 안 주는 거겠지. 수사기관도 한 달 만에 알아낸 걸 일반 시민이 어떻게 알고 신고하냐”며 “동해에 북한 잠수함이 떠 있어도 그냥 잠수함이 있다고 신고하면 포상금 안 준다는 논리”라고 재판부를 비판했다.
또 다른 네티즌은 “사체를 발견하면 DNA 검사해서 신원을 확인한 다음에 경찰에 신고하라는 소리”라며 “신고 정신을 치하해서라도 보상금은 어느 정도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보상금 회수 절차가 우려돼 재판부가 미리 선을 그었다는 주장도 있다. 추후에 유병언이 모습을 드러내면 보상금 처리 절차가 복잡해진다는 것. 이같은 주장도 유병언이 살아있다는 추측에서 시작한다. 한 네티즌은 “현상금을 줬는데, 유병언이 세상에 나타나면 그때는 다시 돌려받을 수도 없고 줄 수도 없고 복잡한 것 아니겠냐”며 “재판부에서도 그걸 걱정해서 미리 차단한 거라고 본다”는 주장으로 많은 네티즌들의 공감을 샀다.
이 밖에도 네티즌들은 “어디선가 유병언이 웃고 있겠네”, “신고한 거면 줘야지 진짜 치사하다”, “희대의 코미디 유병언 백골 사건, 끝까지 국민 기만하네” 등의 댓글을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