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도서관이 제구실을 못한다

2013-01-16     이우정

쓸만한 책은 모두 대출 중


A대 P군은 학교 도서관을 찾아 독후감 과제를 위한 책을 검색한다. 그러나 책은 모두 대출 중이다. 예약을 해 두어도 과제 제출일 후에나 받아볼 수 있다. 할 수 없어 인근 학교에 있는 친구에게 전화를 해 도서 대출을 부탁한다. 박물관도 아닌데 도서관에는 고서들이 즐비하다. 읽어 보고 싶은 신간은 대출금지다.


부산 외대 김선혜(베트남어ㆍ03) 씨는 "간만에 흥미 있는 분야를 찾아 들뜬 마음으로 학교 도서관 책을 검색해 보지만 관련된 책은 겨우 한두 권이다. 검색된 책들이라도 보려하면 이미 출판 20, 30년을 훌쩍 넘긴 고서들”이라고 아쉬워 한다. 정말 필요한 책보다는 형식적으로 책장 채우기를 목적으로 한 책들이 더 많은 것 같다고 도서관 장서 문제를 꼬집는다.


교육인적자원부의 '2004년 대학도서 보유현황'에 따르면 우리나라 4년제 일반대학 가운데 가장 많은 장서를 보유하고 있는 대학은 서울대. 동, 서양서를 합쳐 모두 249만3919권을 보유하고 있다. 이 밖에 경북대(211만5085권), 연세대(187만6233권), 고려대(171만5170권), 이화여대(140만3107권) 등 차례이다. 지방의 몇몇 대학은 1만권도 안 되는 책(최하 3878권)을 보유하고 있어 대학 도서관이라는 이름값에도 못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버드대 1500만권, 서울대 249만권


한국교육학술정보원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 가운데 28개국을 대상으로 도서관 현황(2001∼2002년 기준)을 분석한 결과, 미국 하버드대는 1518만1349권, 예일대는 1111만4308권, UC버클리대는 957만2462권에 이르는 장서를 자랑했다. 일본 도쿄대도 811만2335권을 보유하여 영국 옥스퍼드대(713만5000권)와 케임브리지대(556만7505만여권)를 앞질렀다.


한국 대학 도서관의 장서 부족현상에 대해 연세대 중앙도서관 박금분 수석과장은 "똑같은 책을 여러 권 비치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에 대략 같은 책을 5-10부 정도 비치해 그 안에서 회전력을 높일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문제는 이 뿐 만이 아니다. 학생들이 신규도서 신청절차를 몰라 제대로 이용을 못하는 것이다. 경성대 김보람(신문방송ㆍ04) 씨는 “신규 도서 신청이라는 것이 있는 줄 몰랐다. 입학한 지 2년이 넘도록 그러한 정보도 얻지 못한 건 도서관에서 홍보를 전혀 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냐”고 반문한다. 많은 학생이 신규도서 신청 서비스에 대해서 모르고 있거나 필요할 때에 바로 받아 볼 수 없다는 불편함 때문에 활발히 이용하지 않는다.


이밖에도 정기간행물 부족, 열람만 가능한 도서의 대출에 대한 요구, 개가실과 폐가실 비율에 대한 논쟁 등 대학 도서관 운영에 대한 논쟁은 끝이 없다. 지식정보화 시대의 지식정보, 특히 학술연구정보는 국가경쟁력 향상에 기반이 되며 정보자원의 공유를 바탕으로 한 원할한 유통이 필수적이다.


학생들은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따라서, 상황이 여의치지 않아서'라고 변명을 하기 보다는 대학 도서관등이 학생들의 불만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해결방안은 없을까


고려대의 경우는 정경대, 문과대, 경영대, 법대 내에 따로 비치자료실을 운영하고 있다. 그 학기에 개설된 강의에 필요한 교재와 부교재들을 비치하고 있으며, 해당 학기가 끝나면 중앙도서관으로 반납한다. 대출이 불가능하다는 아쉬움이 있지만 수업 관련 자료를 쉽고 빠르게 얻을 수 있다는 점에서 학생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서강대는 한 학기에 한번 '신간 도서 전시판매'를 개최해 신규도서를 신청할 수 있는 기회를 확대했다. 양서의 전시 및 판매를 위주로 열리는 이 행사는 일정 연도 이후 출간된 신간도서를 출판사들을 초청해 전시한다. 전시기간 중 많은 학생들이 구매하기를 희망하는 몇몇 도서를 중앙도서관에서 구매, 소장해 신규도서신청서비스에 좀 더 많은 학생들의 참여를 이끌어 냈다.


숙명여대는 일정 기준에 적합한 도서를 신청했을 경우 도서를 신청한 학생이 2주일 안에 받아 볼 수 있어야 한다는 원칙을 가지고 수시주문을 통해 책을 구입해 최단시일내에 이용자에게 제공하고 있다. 또한 종래 교수와 학생 일인당 도서구입금액제한을 없애 도서구매를 좀 더 탄력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연세대의 경우는 '우선정리요청' 서비스를 통하여 새로 구입한 도서가 도착했을 경우 정리과정을 거치지 않고 24시간이내, 최대 48시간 이내에 받아 볼 수 있도록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