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 등록제 시행되자, 유기견 되레 늘어
"끝까지 책임지기 부담스럽다"... 일찌감치 애견 버려
유기견을 방지하기 위한 ‘반려동물등록제’가 올 1월부터 시행돼 올 연말까지 계도 기간을 거쳐 내년부터 본격적인 단속에 들어간다. 그런데 계도 기간인 탓인지 대부분의 견주들은 이 제도가 시행되는지 모르거나 제도에 대해 알면서도 등록을 외면하고 있다. 주인에게 반려동물에 대한 책임의식을 심어주려는 이 제도가 역으로 주인에게 부담감을 줘서 오히려 유기견을 증가시키는 원인이 된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부산시의 유기견 통계에 따르면, 2010년에는 5,461마리였고, 2011년에는 5,297마리였으나, 언론을 통해 반려동물등록제를 법으로 제정한다고 홍보했던 지난 2012년에는 6,992마리로 오히려 그 수가 증가하였다. 농림축산검역본부가 추산한 부산시 등록 대상 애견 수는 약 14만 마리지만 현재까지 등록된 애견은 고작 6만 5000여 마리로 등록률은 50%를 넘지 못하고 현저히 낮은 수준이다.
또한 반려동물등록제가 의무적으로 시행된다지만, 내장형 칩(2만원)이나 외장형 인식표(1만 5000원), 목걸이(1만원) 중 한 가지를 선택할 수 있어 목걸이나 외장형 인식표는 언제든지 쉽게 제거해서 유기할 수 있으므로 실효성이 의문스럽고, 정부의 탁상 행정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부산에 위치한 한 동물병원을 확인한 결과, 하루 내장형 칩 시술 건수는 2~3건에 불과했으며, 대부분의 견주 3명 중 1명은 반려동물등록제가 의무적으로 시행됨을 모르거나 알아도 자신이 애견을 잘 지키면 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는 것이다.
한 달 전에 기르던 강아지를 버렸다고 고백한 부산의 대학생 김모(22) 씨는 “혼자 자취하는 외로움 때문에 개를 분양받았으나, 이것저것 등록도 해야하고 법적 책임을 져야한다는 자체가 너무 부담스러웠다”며 “단속에 걸리면 벌금을 내야하는 것도 걱정이라 더 정들기 전에 버렸다”고 말했다.
폐지를 주으며 생활하는 부산시 사하구 하단동의 독거노인 김모(68) 씨는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 진돗개를 3년째 기르는 중이다. 김 할머니는 “자식이 없어 적적함에 개를 키우고 있는데, 등록 안했다고 벌금 내라면 이 개마저 버리란 말이냐”며 “종일 박스를 주워 1만원도 못버는 처지에 2만원은 큰 돈이고, 우리 개는 집에 묶어둬서 잃어버릴 염려가 없다”고 말했다.
반면, 반려동물등록제의 내장형 칩에 대해서도 의문이 제기되고 있었다.
2009년 부산에서 시범적으로 시행될 때 반려동물에게 내장형 칩 시술을 받게했다는 부산시 남구 대연동 김모(27) 씨는 “작년에 강아지를 잃어버려서 한 달 동안 찾지 못하다가 전단지를 통해 찾을 수 있었다”며 “당시 내장형 칩은 털 많은 강아지 털 속에 있어서 사람들이 잘 알아 보지 못했다는데, 그런 사항까지 제대로 검증하지 않고 무작정 시행만 앞세웠던 정부의 탁상행정이 잘못이었다”고 분개했다.
제도의 시행에도 불구하고 갈수록 늘어나는 유기견의 문제로 인해 개를 키우지 않는 시민도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부산 서구 암남동에 거주 중인 최모(42) 씨는 “뉴스에서 반려견을 등록한다고 봤으나 집집마다 구청 직원이 개가 있나 없나 확인하고 다닐 것인지, 그 기준이 참 궁금하다”며 “어차피 이러나 저러나 개를 버릴 사람은 버릴 거고 송도해수욕장에도 하루에 3~4마리 정도는 유기견이 생기는 판국에 구청에 개를 등록해도 개를 버리고 개가 죽었다고 말하면 그만 아니냐”고 말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 1월 1일부터 3개월 이상의 개를 소유한 사람은 구, 군별로 동물등록 대행업체로 지정된 동물병원에서 동물을 등록하고 인식표를 부착해야 한다. 반려동물 미등록 시에는 1차 경고, 2차 20만 원, 3차 40만 원의 과태료가 부과되며, 반려동물이 사망 시에도 이를 신고해야한다.
부산시 농축산유통과 관계자는 저조한 등록률로 인해 당초 6월 말까지였던 계도 기간이 올 연말까지 연장됐으며 앞으로 제도가 정착되기 위해 여러 가지 홍보를 하고 단속에 대한 정확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