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으른 협력.’ 이는 사회 문제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 사람들이 IT 기기를 이용해 힘들이지 않고 손쉽게 사회 문제에 동참하는 것을 가리키는 신조어다. 최근, 스마트폰 앱을 이용하는 것만으로도 누군가에게 희망을 주고 봉사할 수 있어서 ‘게으른 협력’을 유도하는 스마트 시대의 ‘착한 앱’들이 등장하고 있다.
2010년에 시작된 스마트폰 게임 앱 ‘트리플래닛’은 녹색 지구를 만드는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트리플래닛이란 사회적 기업이 개발한 이 앱은 일종의 나무 심는 게임인데, 사용자들은 앱 게임을 통해서 포인트를 따고 그 대가로 가상의 나무를 심게 된다. 그런데 이 게임 과정에서 물과 비료 아이템이 필요하다. 게임 사용자들이 이런 아이템을 획득할 때마다, 사용자들은 광고를 보게 돼 있으며, 그 광고 수입으로 환경 NGO에서 진짜 나무를 구입해, 몽고, 아프리카에 진짜 나무로 바꿔서 심어준다. 이 앱으로 만들어진 가상 나무가 55만 그루 정도이고, 그로 인한 광고 수입으로 실제 심어진 진짜 나무만 해도 23만 그루가 넘는다.
트리플래닛을 만든 사회적 기업 ‘트리플래닛’은 “나무로 가득한 초록별을 만드는 것”을 회사의 비전으로삼고 “세상 모든 사람들이 나무를 심을 수 있는 방법을 만드는 것”을 회사의 미션으로 삼고 설립되었다. 이제 그 비전과 미션이 실현되고 있다. 트리플래닛은 환경 NGO와 함께 자원봉사자인 ‘트리피플’을 모집하여 한국을 포함한 세계 곳곳에 나무를 심고 있다. 앱을 통해 심어진 나무는 사막으로 변한 몽골 지역에 숲이 됐고, 남수단에 심은 망고나무는 기아를 해결하고 있다.
게임을 통해 실제 두 그루의 나무를 심은 부산의 대학생 형지민(22) 씨는 게임을 하는 것만으로도 자기 이름으로 된 나무가 세계 곳곳에 심어진다는 것이 신기하기만 하다. 형 씨는 “지금 키우는 세 번째 나무도 좋은 곳에 쓰였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실제 돈을 기부할 수 있는 앱 ‘빅워크’도 있다. 2012년부터 출시된 스마트폰 앱 ‘빅워크’의 목적은 사람이 할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이고 일상적인 걷기를 이용해서 걸어본 적이 없는 장애 아이들에게 걷는 기쁨을 선물해주는 것이다.
사용자가 앱을 켜고 걸으면, 앱이 GPS로 거리를 자동 측정하고, 걷는 거리 10m당 1원의 기부금이 쌓인다. 앱 상에서는 1원이 1눈으로 표현되는데, ‘눈’은 길이를 재는 자의 눈금과 쌓이는 눈(雪), 두 가지를 모두 의미한다. 이렇게 모인 눈 액수로 눈사람이 완성되면, 그 액수만큼을 기증하겠다는 후원 단체가 나타나 실제 현금을 지원한다. 그러면 그 돈으로 절단 장애를 가지고 있어 걷기 어려운 아이들, 즉 앱에서의 ‘눈사람’에게 맞춤 의족이나 휠체어로 전달된다. 후원 기관이나 기업들은 앱에 광고를 할 수 있어서, 결국 빅워크도 일종의 광고 후원 형태를 띄고 있다. 현재의 후원 기업은 ‘희망TV SBS’ 하나 뿐이지만, 빅워크는 후원자들이 차후로 많이 나타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2013년 4월 15일을 기준으로 현재 빅워크는 다섯 번째 눈사람이 만들어지고 있다. 빅워크는 지금까지 총 4명의 아이들을 걷게 해주었다. 첫 번째 눈사람은 참여자가 적어서 7개월이라는 긴 시간이 필요했으나 이후 두 번째 눈사람을 만드는 데는 4개월, 세 번째 눈사람을 만드는 데는 11일, 그리고 네 번째 눈사람을 만드는 데는 17일이 걸렸다. 빅워크에 관심을 가지고 이용하는 사람들이 늘어난 덕분에 100m당 1원의 기부금이 쌓였던 시스템이 지금은 10m당 1원으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여러 사람이 앱을 사용하면서 걷기를 하면, 그만큼 눈사람이 빨리 만들어지는 방식인 셈이다.
평소에 걷기를 좋아한다는 부산의 대학생 최형택(22) 씨는 세 번째 눈사람에게 다리를 선물해주는 데 기여했다. 그는 “주로 음악을 들으면서 걷는 시간이 많은데, 이 시간이 누군가에게는 새로운 희망이다. 이것만큼 뜻있는 걷기가 어디 있을까”라며 빅워크에 대한 소감을 밝혔다.
위의 앱들 외에도 전화를 걸면 생기는 통화 유발 수수료를 기부할 수 있는 ‘기부톡’, 부동산 정보를 얻는 동시에 배너광고를 클릭하면 100원씩 기부금이 적립되는 ‘LH 분양정보’ 등 ‘게으른 협력’을 밖으로 끌어내려는 단체와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