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봉사 필요한 복지기관엔 지원자가 없다

대학생 봉사활동 양극화... 대부분 혜택많은 해외봉사 몰려

2013-08-01     취재기자 김영우
방학을 맞아 취업용 스펙을 위해 봉사활동하는 대학생은 늘고 있으나  대부분은 해외봉사에 몰리고 자원봉사자 도움이 절실한 복지회관 등은 외면하고 있다. 대학생 전문 미디어 ‘대학내일’사 부설 ‘대학 내일 20대 연구소’에 따르면, 작년 대학생 봉사활동 경험자 비율이 조사 대상 대학생의 58%에 달했다. 그러나 학생들은 ‘유니세프,’ ‘굿네이버스’ 등 유명세를 탄 거대 해외 봉사단체를 선호한 반면, 노인과 장애인을 돌보는 종합복지회관에는 지원자 품귀 현상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 온라인 취업포털 ‘사람인’의 조사에서는 대학생들이 가장 도전해보고 싶은 대외활동 1위로 ‘G마켓 해외봉사단’이 뽑혔다. G마켓 해외봉사단원으로 뽑히면, 해외 체류비, 항공비 등 파견 비용 전액을 지원받는 등 헤택이 크기 때문이다. 거기다 대기업이 발급하는 수료증도 받을 수 있어 'G마켓'은 취업 준비생들에게 최고의 선호 대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인기 봉사단체는 선발 경쟁률도 치열하다. 인터넷에서 인기 봉사활동 면접 방법과 합격 노하우가 널리 퍼질 만큼 많은 대학생이 몰리고 있다. 부산대학교 재학생 박모(24) 씨는 휴학을 하고 LS 대학생 해외봉사단에 지원했지만 서류심사에서 떨어졌다. 박 씨는 “봉사활동도 하고 해외탐방도 하는 좋은 기회 때문에 지원했는데 지원자가 워낙 많아 몰려 탈락했다"고 말했다. 이에 반해, 노인과 장애인을 돌보는 종합복지회관은 학생 자원봉사자를 모집하는 데 애를 먹고 있다. 헌신적인 자원봉사 마인드 없이 노인과 장애인을 돌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위 자료에서 보는 것처럼, 한국사회복지협의회에서 운영하는 ‘사회복지자원봉사 인증관리’ 사이트에 게재된 복지회관 등 공적 기관에서 모집하는 자원봉사자들의 지원자는 거의 대부분 숫자 ‘0’을 기록하고 있다. 종합복지회관에서 봉사활동을 했던 고신대학교 사회복지학과생 김원우(24) 씨는 “복지회관에서 노인과 장애인과 관련된 봉사활동을 하는 사람들은 보통 진로가 사회복지와 관련된 사람들이거나 봉사 학점을 딸 곳을 구할 수 없어 어쩔 수 없이 찾아오는 중고등학생이 주를 이룬다”고 말했다. 방학을 맞아 봉사활동을 알아보고 있는 부산폴리텍대학 재학생 김모(24) 씨는 “방학을 맞아 봉사활동 자리를 알아보고 있기는 하지만 노인이나 장애인들을 대하는 봉사활동은 선뜻 마음이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대학생들은 자신의 전공과 관련된 봉사활동을 선호한다는 점도 외떨어진 곳의 봉사를 꺼리게 하는 또다른 이유가 되고 있다. 동아대학교 재학생 유모(24) 씨는 지난달까지 ‘굿네이버스’에서 1년간 아동 권리 증진을 위한 캠페인을 벌이는 봉사활동을 했다. 유 씨는 “취업하고자 하는 분야가 홍보 쪽 분야이므로 전공에 맞춰 봉사활동을 하면 나중에 유리할 것 같아서 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러한 대학생들의 인식에 대해 종합복지기관에는 안타까울 뿐이다. 이곳들은 직원이 적어 항상 일손이 부족해서 봉사자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학생들이 방학에는 그나마 찾아오는 편이지만, 방학이 아닌 학기 중에는 이마저도 기대하기 힘들다. 부산의 한 재활원 관계자는 “단순히 봉사활동 시간이나 채울 생각으로 오는 학생들은 여기를 절대로 스스로 먼저 찾아 오지 않는다. 그래도 오는 학생들은 다 봉사 시간 채울 시간이 촉박하든지 봉사활동할 곳이 마땅찮은 학생들 뿐이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남이 기피하는 곳에서 진정한 봉사의 의미를 찾는 대학생들도 없지는 않다. 재학 중 요양병원에서 노인 봉사를 했던 경성대학교 졸업생인 이모(24) 씨는 “많은 대외 활동을 해봤는데 노인 봉양 활동이 힘은 더 들었어도 가장 소중한 경험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봉사활동은 자신이 아니라 남을 위한 활동인데 이기적인 봉사는 봉사의 참뜻을 저버리는 행위”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