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신동호 아나운서국장 부당 압력 논란, 파업 아나운서들은 “동료 아나운서 팔아치워” 맹비난

진행 프로그램 청취자 게시판에도 비판 봇물, 방송 보이콧 조짐도 / 정인혜 기자

2018-08-24     취재기자 정인혜
MBC 아나운서 27인이 파업에 돌입한 가운데 신동호 아나운서 국장을 둘러싼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신 국장은 JTBC 손석희 앵커의 바통을 이어받아 <100분 토론> 진행을 맡으며 ‘포스트 손석희’로 불렸던 인물이다. MBC 아나운서 27인은 지난 22일 전국언론노동조합 문화방송 본부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MBC 아나운서들은 대한민국 방송 역사상 유례없는 비극과 고통을 겪었다”며 김장겸 사장 등 현 경영진과 신동호 아나운서 국장을 지목해 사퇴를 촉구했다. 아나운서들은 이들 경영진과 신동호 아나운서 국장으로부터 블랙리스트 행위, 막무가내 부당 노동 행위, 야만적인 갑질 행태로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했다. 지난 파업 이후 MBC에서는 12명의 아나운서가 잇달아 퇴사했다. 이에 대해 아나운서들은 “12명이 퇴사했고, 11명의 아나운서가 부당하게 전보됐다”고 주장했다. 아나운서들은 이날 상암동 MBC 사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를 포함, 그간의 불합리한 일들을 폭로했다. 이재은 아나운서는 “(동료 아나운서들이) 회사를 떠나는 모습을 보면서 사무실에 앉아있는 게 고통스러웠다”며 “뉴스를 전하는 사람으로서 확신을 가지고 사실을 전해야 하는데 방향이 정해져 있어 수정하고 싶어도 수정할 수 없는 앵커멘트를 읽어야 했다”고 울먹였다. 신동진 아나운서는 신동호 아나운서 국장을 직접 거론하면서 그간 있었던 일을 폭로했다. ‘동료 아나운서들을 팔아 치웠다’는 수위 높은 표현까지 등장했다. 신 아나운서는 “개인의 영달을 위해 동료 아나운서들을 팔아 치운 신동호 아나운서 국장은 즉각 사퇴해야 한다”며 “아나운서 잔혹사 중심에 있는 신동호 아나운서 국장은 아직까지 이 사안에 대해서 그 어떤 관련된 언급을 한 적이 없다”고 신 국장의 사퇴를 거듭 촉구했다. 손정은 아나운서도 신동호 아나운서 국장에 날을 세웠다. 손 아나운서는 지난 2012년 파업 이후 출연 중이던 방송에서 강제 하차했고, 인사 발령을 받으면서도 당일 아침까지 전보 사실을 전혀 알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파업 이후 여러 방송에서 배제됐고, 그나마 하고 있던 저녁뉴스에서도 내려오라는 통보를 받았다”며 “이유를 알지 못한 채 하차했는데, 들리는 소문에 임원회의에서 고위급 간부가 ‘손정은이 나에게 인사를 하지 않았다’는 발언을 했기 때문이라는 이야기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손 아나운서는 당시 그 고위급 간부와 마주친 적이 없었다고 한다. 이어 손 아나운서는 “각종 프로그램에서 섭외요청을 받았지만, 신동호 아나운서 국장은 ‘손정은 말고 다른 사람은 없냐’며 내 출연을 막았다”며 “휴가 간 DJ를 대신해 라디오 프로그램 대타를 했을 때도 신 국장은 ‘왜 그것을 손정은이 해야 하느냐. 다른 사람 시켜라’라며 화를 냈다고 한다”고 말했다. “난 TV에서 목소리조차 나올 수 없는 아나운서가 됐다”며 한숨을 내쉰 손 아나운서는 신 국장의 사퇴와 MBC 정상화를 촉구했다. 이 같은 소식을 접한 국민들은 아연실색하고 있다. 그간 신동호 아나운서 국장이 호감형 이미지였다는 데서 충격은 배가 된 모양새다. 직장인 배모(33 서울시 성동구) 씨는 “아나운서 땐 그렇게 호감형이더니, 한 자리 차지하고 바뀐 건지 아니면 원래 저런 사람이었던 건지 모르겠다”며 “자리가 사람을 만드는 게 아니라 자리가 사람을 망친다는 생각도 든다”고 비꼬았다.  이어 그는 “언론인이라는 말도 아까우니 그냥 부역자라고 불렀으면 좋겠다”며 “시위하고 있는 27인 후배들에게 부끄럽다는 생각이 털끝만큼이라도 든다면 당장 자리에서 내려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번 사태에 대해 신동호 아나운서 국장 측은 별다른 공식 입장을 내지 않았다. 결국 불똥은 현재 그가 진행 중인 <신동호의 시선집중>으로 튀는 모양새다. 프로그램 공식 홈페이지 시청자 게시판에는 신 국장의 사퇴를 촉구하는 청취자들의 항의 글이 봇물을 이룬다.  방송 보이콧으로 번질 조짐도 보인다. 시청자들은 “어떻게 이런 사람이 방송 진행을 하는지 모르겠다”, “더는 추하게 굴지 말고 당장 물러나라”, “공영 방송을 부끄럽게 만든 당사자는 물러나라” 등의 글로 그의 하차를 촉구하고 있다.
한편 현재 MBC 총파업에는 아나운서국 외에도 시사제작국 PD, 콘텐츠 제작국 PD, 예능국 PD들이 동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