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택 국제대교 붕괴 사고는 부실 시공이 몰고 온 인재(人災)"
전문가, "230m 상판 4개 도미노처럼 무너졌다"...국토부, 사고조사위원회 구성해 조사 착수 / 신예진 기자
2017-08-28 취재기자 신예진
지난 26일 발생한 경기 평택호 국제대교(가칭) 붕괴 원인을 놓고 전문가들 사이에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이번 사고가 발생한 대교 건설에 적용된 공법은 지금까지 단 한 차례의 사고도 없었기 때문. 따라서 사고 원인이 공법이 아닌 부실 시공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국제대교 건설 현장에서 사용한 압출공법(ILM)은 제작이 간편하고 시공 방법이 안전하다고 알려져 다양한 교량 건설에서 활용된다. 이는 교각을 먼저 시공한 뒤 육지에서 제작한 상판을 한쪽에서 고정하고 압축 장비를 사용해 차례대로 상판을 교각 위로 밀어 넣는 방식이다.
ILM 공법이 적용된 공사로선 처음 발생한 이번 사고는 지난 26일 오후 3시 20분께 평택시 현덕면 신왕리와 팽성읍 본정리를 잇는 평택 국제대교 건설 현장에서 교각 위에 설치된 230m의 상판 4개가 20여m 아래로 무너져 내리면서 발생했다. P15∼19 사이의 교각 5개에 이어진 4개의 상판이 무너지면서 P16 교각 역시 상판과 함께 붕괴했다.
현장 근로자가 철수한 지 30분 정도 지난 뒤에 사고가 발생해 다행히 인명 피해는 없었다. 하지만 목격자가 없어 원인에 대해 여러 추측만 나오고 있는 상태다. 서울신문에 따르면, 관계자들은 맨 끝 부분 상판이 무너지면서 도미노 현상을 일으켜 나머지 상판이 무너져 내렸을 것으로 보고 있다. 상판과 함께 붕괴된 P16 교각에 대해서는 만약 해당 교각이 부실하게 시공됐다면 상판 붕괴의 직접적인 원인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P16 교각을 제외한 나머지 4개의 교각은 비교적 멀쩡하게 남아 있기 때문.
더불어 국제대교가 ILM 공법이 활용된 국내 교량 중 가장 폭이 넓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다. 서울신문의 보도에 따르면, 국제대교는 너비 27.7m의 왕복 4차로로 건설되고 있었다. ILM 공법을 적용해 왕복 4차로의 교량을 건설하는 것은 국내 최초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안전을 단언하기 어렵다고 봤다.
국토교통부는 28일 보도자료를 통해 정확한 사고 원인을 조사하기 위해 연세대 김상효 교수를 위원장으로 하는 건설사고조사위원회를 구성·운영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지난 2012년 발생한 파주 임진강 장남교 상판 구조물 붕괴 사고 당시 국토부 조사위원장을 맡아 잘못된 시공 순서로 인해 사고가 난 사실을 밝혀냈다. 건설사고조사위원회의 위원들은 28일부터 10월 27일까지 약 60일간 분야별로 현장 방문 조사, 설계·시공 적정성 검토 등을 통해 정확한 사고 원인을 찾아내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할 예정이다.
이데일리에 따르면, 27일 오전 사고 현장을 찾은 손병석 국토교통부 차관은 “사고 규모가 크고 어려운 공법이 사용된 점을 감안해 국토부 차원의 조사위를 꾸리기로 했다”며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사고 원인을 조사하고 안전 여부를 확인해 불편을 최소화 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이번에 무너진 국제대교는 평택시 서·남부권을 잇는 ‘평택호 횡단도로’(11.69km) 중 2구간(4.3km)에 속하며, 평택시 팽성읍 본정리∼포승읍 신영리를 잇는 왕복 4차로 도로다. 이 구간에는 교량 7개, 소교량 5개, 터널 1개, 출입시설 9개가 설치될 예정이었다. 시공사는 대림산업이며, 지난 2013년 6월 착공해 오는 2018년 12월까지 준공 예정이다. 평택시는 국제대교 건설에만 1320억을 들였고, 현재 공정률은 58.7%다.
시공사 대림산업은 국내 손꼽히는 대형 건설사 가운데 하나로, 지금까지 이순신대교(전남 광양시), 광화문광장(서울시 종로구), 서해대교(경기도 평택시) 등 87건의 도로·교량 건설을 맡은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