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심판팀장이 구단 관계자에 돈 빌려 도박

최규순 팀장, 두산·KIA·넥센·삼성에 돈 빌려 탕진...검찰, "승부 조작 단언 어렵다" / 신예진 기자

2017-08-31     취재기자 신예진
검찰이 전 한국야구위원회(KBO) 최규순(51) 심판팀장에 대해 사기 혐의 등으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최 씨는 프로야구 구단 관계자들에게 돈을 수시로 빌린 뒤 갚지 않고 도박에 탕진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두산·KIA·넥센·삼성 총 4개 구단이 연루된 것으로 보고 있다. 조선일보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강력부(부장검사 박재억)는 최 씨를 상대로 상습사기 및 상습도박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고 30일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최 씨는 두산 베어스 김승영 전 사장과 KIA 타이거즈 구단 관계자 등 프로야구 관련 지인들로부터 200만~300만 원 씩 10차례에 걸쳐 총 3000여만 원을 빌리고 갚지 않은 혐의를 받고 있다. 최 씨는 빌린 돈으로 도박을 하거나 도박 빚을 갚으려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28일 검찰은 최 씨를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최 씨의 계좌를 추적해 자금 흐름을 수사해 온 검찰은 두산 전 사장을 시작으로 KIA 타이거즈, 이장석 넥센 히어로즈, 프로 야구 구단 관계자들과 동료심판도 불러 조사했다. 검찰은 다른 구단들도 최 씨와 금전 관계를 맺었는지 들여다보고 있다. 지금까지 밝혀진 바로는 두산 김승영 전 사장, KIA 직원 2명, 넥센 전 고위 임원, 삼성 전 직원이다. 한편 문제의 사건에 휘말린 두산 베어스의 경우, 두산 김승영 전 사장이 2013년 10월 KBO리그 LG 트윈스와 두산 베어스의 플레이오프 1차전을 앞두고 최 씨에게 300만 원을 건넸다. 이 경기에서 최 씨는 주심을 맡았고 두산은 4-2로 승리했다. 이 사건이 드러나자 최 씨는 KBO에서 퇴출당했고 김 전 사장은 지난달 3일 사장 자리에서 물러났다. 하지만 검찰은 승부 조작 의혹 등을 단언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중앙일보에 따르면, 검찰 관계자는 “최 씨가 심판이라는 지위를 이용해 구단 관계자들로부터 돈을 빌린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승부 조작 의혹 등은 아직 구체적인 확인을 해봐야 할 단계다”고 말했다. 이번 사건과 관련, 문화체육관광부는 KBO를 검찰에 고발했다. KBO가 자체 조사에서 여러 구단에 금전을 요구한 사실을 확인하고도 이를 은폐하기 위해 경고 조치만 내린 후 비공개로 사안을 종결했기 때문. 소식을 들은 네티즌들은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다. 한 네티즌은 “심판이 돈을 요구하면 그걸 빌미로 심판이 옷 벗게 해야 상식적이지 않나”라며 쓴소리를 뱉었다. 또 다른 네티즌은 “돈을 ‘빌려달라’고 하면 일반적으로 ‘갚는다’는 생각을 하니 혹시나 싶어서 빌려주지 않았을까?”라며 “빌려준 사람들도 울며겨자먹기 식으로 줬겠지”라고 말했다. 이 외에도 “KBO는 사건 발생하면 쉬쉬하는게 버릇”, “심판을 매수할 의도가 아니었어도 이번 사건이 연루된 구단들은 중징계를 받아야 한다” 등의 댓글을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