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 교섭단체 대표 연설 거부, 본회의 무산...헌정 사상 처음
정우택 원내대표, 당 회의에서 교섭단체 대표 연설 낭독..."언론사 사장 한 사람 때문에?" / 신예진 기자
자유한국당의 국회 일정 보이콧으로 5일 국회 본회의가 무산됐다. 교섭단체 대표 연설 거부로 본회의가 무산된 것은 헌정 사상 처음이다.
국회는 5일 오전 본회의를 열고 교섭단체 대표 연설을 청취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교섭단체 대표 연설을 맡은 자유한국당 정우택 원내대표와 한국당 의원들이 불참하면서 개의 2분 만에 회의를 종료했다. 이날 회의 안건은 정우택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의 교섭단체 대표 연설 뿐이기 때문. 앞서 자유한국당은 지난 2일 김장겸 MBC 사장의 체포영장 발부에 대한 반발로 정기 국회 보이콧을 선언한 바 있다.
경향신문에 따르면, 정세균 국회의장은 이날 오전 10시 국회 본회의장에서 개의 직전 “오늘 본회의 정상적으로 진행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고 밝혔다. 이어, “국무총리를 비롯한 국무위원이 모두 참석했고 의원들도 참석했지만 금방 자유당이 오늘 본회의 참석하지 못한다고 의장에게 통보했다”고 덧붙였다.
정 의장은 국민을 향한 사과도 잊지 않았다. 정 의장은 “북한 핵실험에 대한 대응책을 마련하고 민생을 챙겨야 하는 엄중한 시기에 국회가 원만하게 진행되지 못한 점에 대해 의장으로 국민 여러분께 죄송하다는 말씀드린다”고 말했다.
직장인 김현서(27, 경남 창원시) 씨는 “안보를 외치던 그들이 나라가 뒤숭숭한 이 시국에 국회 본회의를 보이콧하는 행동은 조금도 이해할 수 없다”며 “한국당 대표 연설 기회를 다시 줘서는 안 된다”며 비난했다.
한 네티즌은 “언론사 사장 한 명 때문에 정기 국회가 파행? 대표 연설도 거부?”라며 “자유한국당에게 김장겸 한 사람이 5000만 국민보다 더 중요하다는 것을 알겠다”고 말했다. 또 다른 네티즌은 “무임금 무노동의 원칙을 지켜라”며 “다음 지방 선거 때 보자”고 쓴소리를 뱉었다.
이날 회의에 참여하지 않은 자유한국당은 본회의 일정 시간에 당 비상 의원총회를 열어 장외 투쟁에 대해 논의했다. 교섭단체 대표 연설을 거부한 자유한국당 정우택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 본회의 장이 아닌 당 회의에서 미리 준비했던 교섭단체 대표 연설 주요 내용을 읊었다.
정 원내대표는 먼저 문재인 대통령이 주문한 여야정협의체를 언급했다. 자유한국당 서면 브리핑에 따르면, 정 원내대표는 “여야 협치와 소통의 기초적인 환경이 무너지고, 안보 무능과 인사 참사, 그리고 공영방송 장악에 대한 문재인 대통령의 반성과 사과도 없는 상황에서 자유한국당이 들러리 격으로 여야정협의체에 참여하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밝혔다.
정 원내대표는 또, 교섭단체 대표 연설을 포기하는 이유도 설명했다. 정 원내대표는 “오만하고 독선적인 국정 운영, 경제 포퓰리즘, 언론 자유까지 위협받는 위기에 인내의 한계에 도달해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한국당 의총에 참석한 홍준표 한국당 대표는 대통령의 해외 순방 기간에는 장외 투쟁을 하지 않겠다”며 “대통령이 국익을 위해 해외에 나가는 만큼 여야를 떠나 국내에서 장외 투쟁을 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문 대통령이 러시아 방문을 마치고 귀국하면 한국당은 오는 9일 대국민보고대회 개최 등 장외투쟁을 다시 이어갈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