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먹고 골프 치고...공금 쌈짓돈처럼 쓴 축구협회 전·현직 임직원들

조중연 전 회장 등 12명 입건..."한국 축구 돕고 싶다는 히딩크는 영입 거부해 놓고..." 축구팬 분노 / 정인혜 기자

2017-09-15     취재기자 정인혜
대한축구협회 전·현직 임직원 12명이 경찰에 입건됐다. 혐의는 ‘공금 횡령.' 업무 추진비 명목으로 지급된 법인카드를 협회 업무와 상관없는 사적인 곳에 사용했다는 것. 이들은 법인카드로 유흥업소, 골프장, 이·미용 업소 등을 이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14일 매일경제에 따르면,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조중연 전 대한축구협회장, 이회택 전 축구협회 부회장 등 임직원 11명을 배임 혐의, 직원 1명을 사기 혐의로 형사 입건했다. 특히 조중연 전 회장은 재임 기간 동안 3차례에 걸쳐 국제 축구경기에 부인과 동행하면서 항공료 3000만 원을 협회 공금으로 부정 처리하는 등 1억 1000만 원을 횡령한 혐의다. 이회택 전 부회장, 김주성 전 사무총장, 황보관 전 기술위원장 등도 골프장, 유흥주점, 노래방, 피부미용실 등에서 약 8000만 원을 사용했다고 한다.
이들은 경찰 조사에서 대부분 혐의를 인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조선일보는 경찰 관계자를 인용해 “써도 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는 진술이 나왔다고 보도했다. 경찰 관계자는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수사를 통해 대한축구협회 집행부가 일회성 우발적인 것이 아니라 관행적으로 공휴일 등에 골프장, 유흥주점, 피부미용실 등지에서 법인카드를 반복적으로 사용한 것이 확인됐다”며 “업무추진비를 부정하게 사용한 행태가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있으며 관련 범죄 혐의가 확인되면 신속히 수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소식을 접한 축구팬들은 비난을 쏟아내고 있다. 직장인 정주현(35, 서울시 서대문구) 씨는 “협회에 비리가 많다는 이야기는 예전부터 나돌았지만, 정말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며 “저런 인간들이 협회 수뇌부에 앉아 있으니 한국 축구가 이 모양이 된 것 아니겠나. 철저하게 수사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국민들이 이렇듯 분노하는 이유는 히딩크 감독과도 무관치 않아 보인다. 히딩크 감독을 영입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아지던 때 협회가 “예산이 부족하다”며 단칼에 잘랐기 때문. 이에 네티즌들은 “히딩크를 반대했던 이유가 여기에 있었느냐”며 축구협회 비판에 열을 올리고 있다. 한 네티즌은 “히딩크 영입을 왜 그렇게 결사 반대했는지 이제 알겠다. 기득권 못 누리니까 그런 것 아니냐”며 “이러니 우리나라 축구 수준이 바닥을 친다”는 댓글을 올려 추천 수 1만 200을 기록했다. 이 밖에도 네티즌들은 “정말 실망스럽다”, “히딩크에게 쓸 돈 아껴서 술 먹었네”, “감사해서 완전히 탈탈 털어야 한다”는 댓글을 남겼다. 한편 이런 가운데 히딩크 감독이 “한국 축구를 위해 어떤 형태로든 기여하고 싶다”는 발언을 내놔 관심이 쏠린다. 히딩크 전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은 14일 오후 6시(한국 시간)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한국 기자들과 만나 이같이 밝혔다. 스포츠경향에 따르면, 이날 히딩크 전 감독은 “한국 축구를 위해서, 한국 국민이 원하고 나를 필요로 한다면 어떤 형태로든, 어떤 일이든 기여할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다만 대한축구협회와 공식적으로 논의된 것은 없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