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 경쟁에 밀려 영업난...또 하나의 골목 상권 침몰 중
부산 남구 대연동에 사는 주부 김주현(45) 씨는 며칠 전 친구와 함께 시내에 위치한 한 대형 안경점에 들렀다가 깜짝 놀랐다. 얼마 전 동네 안경점에서 구매한 딸아이의 안경테와 똑같은 상품이 5만원이나 더 싸게 팔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유통 과정에서 생기는 중간 마진을 고려하더라도 같은 제품 가격이 5만원 넘게 차이나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앞으로 안경 구매할 일이 생기면 무조건 대형 안경점으로 갈 것"이라고 말했다.
대학생 정재은(22) 씨는 최근 단골 안경점을 다른 곳으로 옮겼다. 동네 시장에 있는 소규모 안경점이 아닌 도심에 위치한 대형 안경점으로 발길을 돌린 것. 사은품, 판매 정찰제를 실시하는 대형 안경점이 본인에게 '이득'이라는 생각에서다.
정 씨는 "언젠가부터 소형 안경점에서 안경테를 구매하면 바가지를 쓰는 것 같은 느낌이 들더라"면서 "거리가 있어도 시내에 위치한 대형 안경점을 방문한다"고 말했다.
대형 안경점들은 소위 대규모 프랜차이즈 안경점들이다. 대규모 프렌차이즈 안경점은 제품을 본사가 생산자로부터 대규모로 입찰 받아 지점에 공급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본사에서 다량으로 일괄 구매된 안경 제품들은 당연히 소규모 안경점보다 가격이 저렴할 수밖에 없다.
문제는 대형 안경점이 소규모 안경점 상권에 미치는 영향력이 크다는 점이다. '가격 신뢰'를 표방하며 저렴한 가격에 정찰제까지 시행하는 대규모 안경점과는 달리 소규모 안경점의 사정은 여의치 않다. 소규모 안경점을 운영하는 영세 업주들은 그 여파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대형 프랜차이즈 안경점을 운영하는 박모(41) 씨는 "대형점의 낮은 가격은 소비자에게 좋은 것"이라며 “소규모 안경점들은 대규모 안경점 탓만 하지 말고 소비자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경쟁력을 갖추어야 한다”고 말했다.
소규모 안경점에서는 입장이 다르다. 시장에서 안경점을 운영하는 박모(39) 씨는 "안경테 가격외에도 가게 유지비, 직원 월급도 나가는데 운영이 빠듯하다"며 "소규모 가게가 대형 안경점에 승부할 경쟁력이 없다. 손님이 점점 줄어 가게 운영이 너무 어렵다"고 호소했다.
정부 차원의 대책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있다. 소규모 안경점을 운영하는 김모(42) 씨는 "골목 상권을 잡아 먹는 업종이 빵집만 있는 게 아니다"라며 "상생을 위해서 정부가 나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 측은 '곤란하다'는 입장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소비자 입장에서 저렴한 곳을 찾는 것이 당연하고, 이는 법적으로도 문제점을 찾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라면서도 “소규모 안경점들의 보호 방안을 찾아 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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