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들 사이에 때아닌 방문학습지 바람이 불고 있다. 외국어 공부를 하고 싶은데, 학원 다닐 시간이 없는 직장인들의 경우 저렴한 가격으로 주 1회 15~20분 가량 수업이 진행되는 학습지를 선호하고 있다.
직장인 김모(33) 씨는 매주 수요일 점심시간마다 동료들과 점심을 함께 하는 대신, 회사 근처 카페에서 일본어 수업을 받는다. 김 씨는 “학원을 등록할까 생각도 해봤지만, 학원비가 부담스럽고 시간대도 마땅치 않았다"며 "인터넷 강의도 꾸준히 챙겨 들을 자신이 없어 방문학습지를 선택했다"고 말했다.
결과적으로 그녀의 선택은 삶의 만족감을 더해줬다. 학습지를 이용하는 성인들은 어릴 때 부모님에 의해 억지로 풀던 학습지가 아니라 스스로 선택한 공부이기에 만족도와 성취감이 높은 편이다. 그는 “처음엔 외국어를 하나 정도 더 배워두면 좋겠다 싶어서 별 생각 없이 신청했는데, 하고 보니 회사 일과 관계없이 오로지 나만을 위한 자기계발이라는 생각에 만족감도 크고, 학습지를 한 권씩 뗄 때마다 성취감도 높다”며 “주변 사람들에게도 방문학습지를 추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분위기에 힘입어 학습지 시장도 커지고 있다. 지난해 ‘국가브랜드경쟁력지수’에서 학습지 부문 1위를 차지한 구몬학습의 경우, 2014년부터 성인 회원 수가 전년 대비 25%씩 꾸준히 늘더니 지난해에는 50% 이상 급성장해 6월 기준 성인 회원 수 5만 명을 넘어섰다.
학습지 업계는 성인 회원을 확보하기 위해 다양한 관련 상품과 맞춤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 보통 방문학습지는 주 1회 수업을 기본으로 하지만, 이마저 부담되는 직장인들을 위해 월 1회 수업을 진행하거나, 시간과 비용 등의 효율성을 따지는 성인 학습자를 고려해 우편으로 교재를 보내주는 식이다. 한 업체의 경우 난이도에 따라 단계별로 나눠진 학습 과정을 전부 수료할 경우 ‘인정 테스트’를 거쳐 통과한 회원을 대상으로 수료증을 발급해준다.
방문학습지를 구독하는 성인 회원들은 공부하는 장면을 사진으로 찍어 SNS에 공유하기도 한다. SNS에서 #성인방문학습 #성인일본어 #성인영어 등의 해시태그를 단 수백 건의 게시물을 확인할 수 있다. 몇몇 성인 회원들은 본인의 SNS 계정에 “오늘이 수업날인데, 교재를 다 못 풀었다. 선생님 오기 전에 빨리 나머지 다 풀어야 한다”, “2주 치 학습지가 밀렸다. 누가 나 대신 풀어줬음 좋겠다”며 사진과 함께 게시 글을 올렸다. 이에 해당 게시글을 본 다른 몇 네티즌들은 “나도 일본어 방문학습지 하고 있다. 이번 주 진도는 안 밀리게 나도 열심히 해야겠다”는 식의 댓글을 남기며 공감대를 이뤘다.
학습지를 구독하는 정모(59) 씨는 “자격증이나 점수 따기가 아니라 자기계발형 취미활동에 가깝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