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전동차 안에서 술 취한 승객들이 토사물을 내뱉는 후진국형 행태가 줄어들지 않고 있다.
4일 서울교통공사에 따르면, '열차내 토사물 신고 민원'이 2016년 1만 619건이던 것이 지난해에는 1만 1596건으로 9%가 늘었다. 이는 하루 평균 31건에 해당한다.
경남 양산시에서 매일 지하철을 타고 부산으로 통학하는 정해정(22) 씨는 승객들이 열차 내 취객 토사물로 인해 큰 불편을 겪고 있다. 정 씨는 "취객이 구토를 하면 해당 전동차내 승객들이 다른 곳으로 옮기는 경우도 있다"며 "옆좌석 승객에게 구토하는 바람에 주먹다짐이 벌어진 경우도 있었다"고 말했다.
부산교통공사 고객홍보실에 따르면, 취객이 열차 내에서 구토한 후 치우지 않고 그대로 내리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한다. 담당자는 "전동차에 탄 취객을 제어할 수 있는 방법이 없는 게 문제"라고 말했다.
토사물로 인한 악취 신고가 접수될 경우, 지하철 역사를 청소하는 미화원들이 달리는 열차에 올라 청소하는 경우도 있다.
대학생 조우현(22) 씨는 지난 달 지하철에 동승한 여자친구가 지하철에서 구토를 했다. 조 씨는 "주변 승객의 도움을 받아 토사물을 다 치우고서야 집으로 갔다"고 말했다. 이처럼 취객과 동승한 승객이 수습을 하기도 하지만 드문 경우다.
부산 지하철 2호선 종점 양산역에서 미화원 일을 하는 최모(52) 씨는 "종점에 도착하면 토사물이 굳어져 치우기 힘든 경우가 많다"며 "어렵겠지만 누군가 구토하면 주변 승객들이 도와주고 다음 승객들을 위해 함께 치워주면 더 바랄 게 없겠다"고 말했다.
김민재(22) 씨는 "싱가포르처럼 강력한 벌금제도를 도입해 구토 행위를 억제해야"한다고 말했다. 지하철에서 공익근무를 하는 김전진학(21) 씨는 "지하철을 탈 때도 음주검사를 해서 수치를 넘기면 탑승을 못하게 해야"한다며 "역내 질서를 위해 엄격한 법안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