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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 시골 아이들에 호텔리어 꿈을 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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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 시골 아이들에 호텔리어 꿈을 심다
  • 취재기자 배혜진
  • 승인 2014.08.22 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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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세 한국 청년, 친지들 기부금 모아 방콕의 호텔 견학 주선
▲ 왼쪽은 이동주 씨와 야오와잇 학교 학생들이다. 오른쪽은 논 군, 플로이 양, 오우 양, 야오와이 학교 영어교사 쿤탁 씨가 방콕 아마리 호텔을 견학하고 있는 장면이다(사진출처: 이동주 씨).
6월 28일, 태국에서도 아주 작은 시골 정글마을에서 태어나고 자라서 그곳이 세상의 전부라고 생각했던 세 명의 태국 아이들이 국제적 관광도시로 화려하기 이를 데 없는 방콕에 왔다. 아이들의 눈은 반짝거리고, 심장은 두근두근 터질 것 같았다. 그들은 가난하지만 포기할 수 없었던 꿈이 있었다. 그것은 호텔 지배인이 되겠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돈도 없고 호텔 지배인이 될 길도 몰랐던 태국 산골 아이들이 한 한국 청년의 도움으로 거대 도시 방콕의 호텔을 견학하게 돼 큰 꿈의 첫걸음을 걷게 된 것이다. 이 일을 해낸 한국 청년은 현재까지 국립중앙의료원에서 통역요원으로 군 대체 복무 중인 이동주(25) 씨다. 동주 씨는 한국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인 2009년 한국 대학에 진학하지 않고 스위스로 유학길에 올랐다. 그가 진학한 학교는 스위스교육재단이 운영하는 IHTTI 호텔경영대학이었다. 이 대학에서 호텔경영학을 전공한 동주 씨는 스위스교육재단의 해외봉사 프로그램에 참가하게 돼 2012년 10월부터 7개월간 태국의 오지 ‘카퐁’에 있는 야오와잇 학교 학생들에게 호텔경영을 가르치는 봉사활동을 하게 됐다. 야오와잇 학교는 인구 만 명의 정글 마을 카퐁에서 갈 곳이 여의치 않은 학생들을 모아, 기숙사에서 생활하게 하고, 유치원부터 고등학교까지의 과정을 무료로 교육시키는 곳이다. 이 학교는 스위스교육재단과 독일의 아동 아카데미라는 단체 등의 기부금으로 운영되고 있다. 아이들에 대한 관심이 남달랐던 동주 씨는 이곳에서 태국 아이들과 함께 지내며 그들의 삶 속 깊은 곳까지 들여다 볼 수 있었다. 대부분의 학생들이 부모나 형제가 없지만 그래도 먼 친척이라도 있는 아이들은 방학 때 친척집에 머물기도 했다. 그러나 친척도 없는 천애고아와 같은 대부분의 아이들은 방학 때 학교에 남아 생활했다. 그런 학생 중 한 명이 고등학생인 논(18) 군이었다. 논은 입학 당시 감정조절이 미숙하고 학습능력이 미숙해서 또래 친구들과 잘 어울리지 못했다. 다른 교사들도 그를 문제아로 취급했고 그가 중학교를 졸업하면 바로 취업시키려 했다. 하지만 동주 씨는 논이 다른 과목은 몰라도 호텔 수업에 단 한 번도 빠지지 않는 열성을 보이는 것을 알고 특별한 관심을 갖고 방과 후에 별도로 공부시켜 고등학교 진학을 도왔다. 방과 후 매일 저녁마다 영어공부를 5개월 간 시킨 결과, 논은 영어 성적 전교 1등으로 중학교를 마치고 고등학교에 진학하게 됐다. 동주 씨는 논과 같은 학생들이 어쩔 수 없이 가난을 물려받게 내버려두어선 안 되겠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그는 무언가 논과 같은 아이들을 확실하게 도울 수 있는 방법을 고심하기 시작했다. 동주 씨는 “공부와 성공에 대한 의지와 열정이 있지만, 환경 때문에 포기하는 태국 아이들을 그냥 내버려둘 순 없었다. 더 넓은 세상을 한번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이들에겐 엄청난 동기부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태국 봉사활동을 마치고 올해 한국에 돌아온 그는 논을 도울 방법을 생각하다 스위스 유학 시절 외국 친구들이 지인들로부터 생일선물 대신 기부금을 받아 좋은 일에 기부하던 기억을 떠올렸다. 드디어 동주 씨는 자신의 생일인 4월 18일에 페이스북에 동영상 하나를 게시했다. 이 동영상에서 그는 태국 카퐁의 야오와잇 학교 아이들의 상황과 논을 도와야 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동주 씨의 동영상은 페이스북을 통해 널리 퍼져나갔고, 이를 본 사람들이 기부에 동참했다. 총 22명이 논을 돕겠다고 기부했고 총 모금액은 70만 원이었다. 기부한 사람들은 동주 씨의 가족과 친구들, 그의 페이스북 친구들이 대부분이었으며, 연령대는 20대부터 40대까지 다양했다. 이 중엔 동주 씨의 인도네시아 친구도 포함돼 있었다. 동주 씨는 곧바로 야오와잇 학교에 메일을 보내 논을 한국으로 초청해서 한국과 한국의 호텔들을 완전 무료로 구경시켜주겠다고 제의했다. 학교의 답변은 의외로 거절이었다. 그 이유는 논이 법적 보호자가 없어서 태국 국내법 상 비자발급이 어렵고, 평생을 정글 지역에서만 살아온 아이를 혼자 멀리 한국까지 보내는 것이 위험하다는 것이었다. 동주 씨는 집요하게 여러 번 교장과 교사들에게 메일을 보내 논의 한국 여행을 허락해달라고 설득했다. 우여곡절 끝에 행선지를 한국이 아닌 태국 국내 최대 도시 방콕으로 변경하고 영어교사 한 명이 논과 동행한다는 조건으로 동주 씨의 제안이 수락됐다. 행선지가 한국에서 방콕으로 바뀌면서 동주 씨가 모금한 돈에 여유가 생겼다. 동주 씨는 과감하게 논 이외에 두 명의 학생을 추가로 방콕으로 가게 해줄 것을 학교 측에 요구했다. 결국, 논과 같이 호텔 지배인을 꿈꾸는 두 명의 여고생인 플로이(18) 양과 오우(18) 양도 함께 갈 수 있게 되었다. 동주 씨는 “대부분의 여고생들은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스티키라이스(밥을 뭉쳐 만드는 간식)를 만들어 팔면서 겨우 생계를 이어가고 이리저리 떠돌아다니며 살게 된다. 플로이와 오우는 그렇게 내버려두기엔 너무 아까운 아이들이었다”고 말했다. 동주 씨는 방콕에 가지 않고 한국에서 모든 스케줄을 짜고, 비행기표를 보냈으며, 여행 경비를 송금했다. 드디어 6월 28일부터 이틀간 세 명의 학생은 생애 처음으로 자신이 살던 정글 카퐁을 벗어나 방콕의 아마리 워터게이트 호텔과 시암 오션월드 수족관 등 방콕 시내를 견학했다. 동주의 선행을 학교로부터 전해들은 아마리 호텔 총지배인이 직접 아이들에게 호텔에 관한 원포인트 교육을 해주었고, 그들의 숙박과 저녁 식사를 무료로 제공했다. 플로이는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총지배인에게 “제가 어떻게 하면 이 호텔에서 일할 수 있어요?“라고 물어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단다. 동주 씨는 아이들의 방콕 여행 사진을 전송받아 기부자들에게 보여주었다. 그리고 기부자들의 소감과 논, 플로이, 오우의 감사 메시지를 담은 영상을 만들어 유투브와 페이스북에 공개했다. 논은 이 영상에서 “호텔의 레스토랑과 식음료 부서를 보고 새로운 것을 많이 알게 되어 좋았다. 나중에 그 호텔의 주인이 되고 싶다”라고 말했다. 플로이 양과 오우 양은 “식당, 객실, 부엌 모두 상상 이상이었다. 정말 좋은 경험이었고, 가슴이 벅찼다”고 감사함을 전했다. 기부자 중 한 명인 김주범(25, 대학생) 씨는 같은 영상물에서 “작은 선행이 더 큰 선행을 낳았으면 좋겠고, 잘 마무리되어서 기쁘다”고 말했다. 또 다른 기부자 김하니(25, 대학생) 씨도 “좋은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어서 감사하고, 아이들의 꿈을 앞으로도 응원한다”고 전했다. 동주 씨의 이 영상은 유튜브에 ‘논 프로젝트’로 소개돼 있다. 동주 씨는 고등학교 시절 2일 간 맘먹고 서울의 모든 5성 호텔들을 모두 탐방한 적이 있었다. 그 때 그는 그 경험을 통해 호텔리어의 꿈을 지니게 됐다. 아마도 이런 그의 개인적 경험이 태국의 시골 아이들에게 큰 호텔을 보여줘서 호텔 지배인의 꿈에 다가가도록 돕게 만들었는지도 모른다. 그는 “고등학교 시절 내가 호텔을 견학했을 때 나는 심장이 터지는 줄 알았다. 그게 유학을 결심하게 된 동기였다. 나는 태국 아이들에게도 이런 동기를 심어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동주 씨는 태국의 다른 지역 학생들을 돕기 위한 일을 계획하고 있다. 현재의 군대체복무가 끝나게 되면 동주 씨는 당분간 가난한 외국 아이들을 돕는 일을 하고 싶어 한다. 스위스 유학 시절, 기숙사에 살던 여러 나라 친구들과 어울리며 중국어, 일본어, 영어를 배운 동주 씨는 그런 외국어 능력을 십분 살려 더 많은 외국을 돌아다니며 도울 아이들을 찾을 예정이다. 그는 “논을 돕겠다는 사람들이 많이 동참해준 것에서 용기를 얻었다. 앞으로도 도움이 필요한 아이들을 위해 세계를 누비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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