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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음모론’ 유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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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음모론’ 유감
  • 칼럼니스트 김수성
  • 승인 2014.09.22 09: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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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말에 잠깐 시간을 내 진도 팽목항에 갔다.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5분 남짓 팽목항을 향해 걸어가는 동안, 무언가 모를 짙은 억울함이 길 주위에 무겁게 내려누르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동행에게도 감히 뭐라 말하기조차 부담스러운 느낌. 하늘이 잔뜩 찌푸려서만은 아니었다. 팽목항 긴 방파제에는 아직도 노란 리본이 줄지어 이쪽 끝에서 저쪽 끝까지 매듭지어져 바람에 나부꼈다. 그러나 오랜 시간이 지남에 따라 리본의 색깔이 바래 희끄무레한 것이 눈에 많이 띄었다. 바닷바람에 시달려 리본의 끄트머리도 여러 가닥으로 풀어져 나풀거렸다. 아직 돌아오지 못한 그들을 기다리는 살아있는 자의 간구와 기도는 곳곳에서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었다. 다음날 많은 비가 내린다고 했지만, 바다는 아직 잔잔했다.
▲ (사진: 김수성 시빅뉴스 객원 칼럼니스트)
그 짙푸른 바다를 향해 차려놓은 간이 제상(祭床)에는 아이가 좋아했던 컵라면과 밥, 그리고 김을 올려놓았다. 배고프지 않게 먹으라고 밥에 숟가락을 꽂아두었다. 그 곁에는 낡은 잡지 위에다 초코파이와 왕만두를 차려놓았다. 그리고는 소주도 한잔 따라 놓았다. 국화꽃이 노랗게 피기 시작한 화분은 바람에 날려가지 않게 노란 테이프로 펜스 기둥에 꽁꽁 묶어놓았다. 돌아오는 길 양쪽 가로수에도 노란 리본이 줄지어 매달려 있었다. 역시 색이 바랜 것이 많이 눈에 띄었다. 그날의 팽목항을 생각하면 아직도 가슴이 먹먹해진다. 그 모습이 가슴 깊은 곳에 진득하니 들러붙어 ‘세월호’ 뉴스만 나오면 눈에 선하게 떠오른다. 소리 없이 들려오는 아우성과 함께. 이제 ‘진도항’으로 이름을 바꾼 팽목항은 갈수록 사람들의 관심에서 사라지고 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인가에 대한 분석이나, 잘못에 대한 반성은 슬그머니 꼬리를 감추었다. 유족들의 슬픔과 아픔은 도외시한 채 책임을 져야 할 사람들만이 서로 남탓을 하면서 헐뜯고 싸우는 데만 골몰하고 있는 듯하다. 정부에서는 걸핏하면 세월호 때문에 경기가 엉망이라고 핑계를 댄다. 이로 인해 정치권은 물론이고 평범한 사람들도 기꺼이 진흙탕 싸움에 뛰어들었다. 세월호 침몰사고 이후 인터넷과 SNS 등을 통해 수없이 나돌던 세월호 관련 이야기들. 잠수함에 부딪쳐 좌초했다는 말에서부터, 심지어 구조하러 간 해경이 밧줄을 걸어 배를 완전히 뒤집어지게 했다는 말까지. 죽은 자식들을 핑계로 ‘시체장사’한다는 말부터, 정치적 목적을 가지고 단식을 한다는 말까지. 단식을 옹호하는 사람들은 그 정신을 이어가기 위해 릴레이 단식을 하고, 다른 한쪽에서는 그 단식을 방해하기 위해 특히 냄새가 많이 나는 닭튀김이나 피자 등을 그들 코앞에 펼쳐놓고 소위 ‘먹방’ 시위를 벌인다. 그렇게 많은, 이제 막 피어나려는 아이들이 어른들의 무관심과 잘못으로 세월호라는 죽음의 수렁에서 벗어나지 못해 목숨을 잃었는데, 살아있는 이들은 오히려 아이들은 물론 그 유족들을 인터넷과 SNS의 구렁텅이 속에 다시 빠뜨리고 있다. 하기 좋은 말, 인기를 끌 만한 말, 정치적 상대방을 공격하기에 적당한 말을 남발하면서 음모론을 퍼뜨리고 있다. 그리고 그 음모론에 휘둘린 많은 사람들이 상대의 가슴에 못을 박는 행동을 서슴지 않는다. 본질은 사라지고, 정치적인 말과 제스처만이 난무한다. 유족들의 주장이 각색되고 윤색되어 터무니없는 요구사항으로 부풀어져 온 나라에 휘돌아든다. 있는 그대로만 보고 듣고 말하자. 졸지에 아무런 도움도 받지 못하고 죽어간 사람들의 원통함에 동조는 못할지언정 가슴에 못을 박는 말은 더 이상 하지 말자.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자. 그게 현시점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소한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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