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손으로 종이 영수증 만지면 환경호르몬 노출 2배....버려지는 영수증, 쓰레기만 양산 / 김민성 기자
소비자들이 받는 종이 영수증을 맨손으로 만지는 것만으로도 환경호르몬에 노출된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또 불필요한 영수증이 버려져 쓰레기 배출만 늘린다는 지적과 함께 종이 영수증 대체 수단을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지난 24일 서울대 보건대학원 연구팀이 발표한 연구자료에 따르면, 마트의 여성 계산원들이 맨손으로 영수증을 취급했을 경우 소변 중 비스페놀A 농도(ng/ml)가 0.92로 업무 전 0.45보다 2배 높아졌다. 연구팀이 마트에서 일한 지 평균 11년 된 중년 여성 계산원 54명을 대상으로 영수증 취급에 따른 소변 내 비스페놀A 농도를 측정한 결과다.
비스페놀A는 감열지에 쓰이는 성분으로 인체에 흡수되면 내분비 시스템을 교란하는 환경호르몬이다. 특히 비스페놀A는 영수증이나 대기표 등에 쓰이고 있어 일반인들도 영수증을 받는 과정에서 접하는 경우가 많아 주의가 필요하다.
홍영주(52, 경남 양산시) 씨는 물건을 살 때 환불이나 교환에 대비해 영수증을 받아 놓는다. 홍 씨는 “영수증이 몸에 해롭다고 해서 아예 받지 않는 것은 말이 안 된다. 영수증은 분명 필요한 것이다. 환경호르몬이 있는 영수증이 건강에 해롭다면 다른 방식의 영수증을 도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영수증 발행은 법적으로 의무화하고 있어 매번 불필요한 영수증을 받아 가는 소비자들도 많다. 음식점에서 일하는 정해정(22, 경남 양산시) 씨는 "계산을 할 때마다 영수증을 발급하는데 손님들은 늘 ‘영수증 버려주세요’라고 말한다”며 “이 때문에 카운터에는 영수증만 따로 버리는 ‘영수증 쓰레기통’도 있다”고 털어놨다.
김주하(22, 경남 양산시) 씨는 "결제 후 매번 무의식적으로 받게 되는 영수증 때문에 지갑이 터질 것 같다"며 "종이 영수증 대신 스마트폰 영수증으로 대체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또 "계산 후 스마트폰으로 영수증을 발급하면 쓰레기도 줄이고 환경호르몬 노출도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 누리꾼은 “계산 금액을 확인하고, 환불과 교환에 필수적인 영수증은 꼭 받아야 한다"며 "영수증이 몸에 해롭고 쓰레기를 만든다고 해서 아예 없애는 것은 문제다. 영수증 대체 수단을 서둘러 개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