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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명이란 인연이란 타이밍이 중요한 건가 봐.” 이 가사는 가수 ‘버스커 버스커’의 <사랑은 타이밍>이라는 노래의 한 소절이다. 나는 이 가사가 영화 <너의 결혼식>을 한 마디로 가장 잘 표현했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이 가사가 남자 주인공의 입에서 나온 말이기도 했으니 말이다.
영화 <너의 결혼식>에서 남자 주인공은 고등학교 시절 매일 싸움만 하며 시시콜콜한 하루하루를 보내다 전학 온 여자 주인공에게 한 눈에 반해 첫사랑에 빠지게 된다. 여느 로맨틱 코미디 영화와 크게 다를 바 없는 연애 영화라고 생각될 수 있지만, 이 영화는 제목처럼 이루어지지 않는 사랑도 아름다울 수 있다는 점에서 특별하다.
영화는 상영시간 내내 두 남녀 주인공의 인연이 닿을 듯 말 듯 애절한 모습이 연출된다. 그리고 사랑의 타이밍이 맞은 두 남녀 주인공은 꿈에도 그리던 첫사랑과의 연애가 시작되지만, 그 시작이 곧 이별의 시발점이 된다. 서로를 향한 사랑과 존중은 어느새 죄책감과 원망으로 바뀌게 되고, 고등학생 때와 달리 성숙해진 20대 자신의 모습에 대해 실망한다. 그리고 둘은 이별한다. 이런 점에서 이 영화는 참 현실적이다. 첫사랑이 결혼까지 이어졌다면 분명 재미없지 않았을까? 대부분 첫사랑은 환상으로 시작해 아쉬움으로 끝나기 마련이다. 처음 겪어보는 감정과 경험이 첫사랑을 짜릿하게 만든다. 그래서 더 서툴고 특별하다. 아마 나를 포함한 관객들은 자신의 첫사랑이 언제였는지, 누구였는지를 떠올렸을 것이다.
영화의 마지막은 다른 사람과 결혼을 앞둔 여자 주인공의 결혼식에서 남자 주인공은 또다시 타이밍을 놓칠 뻔 한 장면을 보여준다. 그동안 고마웠다고, 앞으로 행복하게 지내라고 말할 타이밍을. 아마 떠나는 상대방을 원망하는 마음보다 그동안 함께 해줘서, 내 첫사랑 돼줘 고맙다는 마음이 더 컸기 때문일 것이다.
첫사랑이라는 가벼운 소재를 가볍지 않게 잘 만든 영화인 것 같다. 첫사랑 뿐 아니라 처음 하는 것들은 모두 설레고 서툴다. 그래서 첫사랑이 우리들의 머릿속에 더 오랫동안 기억되는 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