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복수의 언론에 따르면 새벽 4시 40분 경 부산 모 경찰서의 과장급 간부 A 경정이 부산 덕천동에 있는 병원 응급실에서 병원 직원과 의사를 폭행한 사건이 발생했다. 이후 9일에는 전남 여수시 학동의 한 병원 응급실에서 취객이 난동을 부리고 의료진을 폭행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처럼 치료가 신속하게 진행돼야하고 한시가 급한 응급실에서 진료를 방해하는 응급실 폭행범에게 ‘형량하한제’가 도입되는 등 처벌 수위가 강화될 예정이다. 더불어 이들을 사전에 제압할 수 있는 보안인력 배치도 의무화된다.
11일, 보건복지부와 경찰청은 끊임없이 나오는 응급실 내 응급의료 종사자 폭행 사건을 예방하고 안전한 응급실 진료환경을 구축하기 위해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응급실 폭행 방지대책’을 발표했다.
복지부에 따르면, 지난 해 응급의료 방해로 신고 고소된 893건 중, 폭행만 365건으로 40.9%에 달한다. 나머지는 각각 폭언, 욕설 위협이 149건(16.7%), 위계, 위력은 85건(9.5%) 순이다. 갈수록 증가하는 폭행의 주체는 대부분 환자(82.5%) 또는 보호자(15.6%)였으며 이중에 주취자 비중이 67.6%에 달했다. 특히, 응급의료종사자 62.6%가 폭행을 경험했고, 39.7%가 근무하는 응급실에서 월 1회 이상 폭행을 겪었다.
특히, 현행법상 응급의료법에는 폭행에 의한 진료방해 시 5년 이하 징역 또는 5000만 원 이하의 벌금으로 형법보다 강화된 처벌 규정이 있지만, 실질적인 법 집행은 벌금형 등에 그치는 경우가 많았다. 지난 8월 9일 조선일보 보도에 따르면, 최근 5년간, 대한의사협회에 보고된 응급실 난동사건 10건의 법원 판결은 평균 300만 원 벌금 4명, 집행유예 2명, 실형 2명이었다.
이 같은 문제로 인해 복지부와 경찰청은 응급실 폭행범에 대해 최소 몇 년 이상의 징역형은 반드시 받도록 하한선을 규정하는 ‘형량하한제’를 추진하기 했다. 또, 경찰이 신속히 출동해 가해자와 피해자를 분리하고 흉기사용, 중대 피해 발생 등의 주요사건은 구속수사를 원칙으로 하는 ‘응급의료 현장폭력 행위 대응지침’을 시행한다.
뿐만 아니라, 응급실 보안 인력 배치도 의무화된다. 다만, 규모가 작은 응급실에는 보안인력이 부재하고 경찰 도착 전까지 자체 대응이 미흡하다는 지적에 따라 복지부는 응급의료기관 지정기준(응급의료법 시행규칙)에 보안인력 최소 배치기준을 명시하기로 했다. 더불어 응급실 보안인력 확보 등을 위한 응급의료수가도 개선될 예정이다.
이와 함께, 매년 응급의료기관에 지원하는 보조금(응급의료기금)을 활용해 응급실, 경찰 간 핫라인인 폴리스콜(응급실 근무자가 비상벨을 누르면 즉시 관할 경찰서 상황실로 연결되어 가장 근거리에 있는 순찰차가 현장으로 즉시 출동) 구축을 독려하고, CCTV, 휴대용 녹음기 등 보안 장비 확충을 지원할 계획이다.
보건복지부 윤태호 공공보건정책관은 “응급실 내 폭행은 응급의료 종사자에 대한 직접적인 피해 외에도 다른 환자의 생명과 건강에 심각한 위협을 주는 공공의 문제다”라며 “경찰청과 함께 본 대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여 응급의료 종사자가 안심하고 응급실 진료에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