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 강요, 술 먹이기, 노래 시키기 등 후배에 갑질...젊은 꼰대 5계명도 있어 / 최호중 기자
최근 대학가 등 젊은이들 사이에서 ‘젊은 꼰대’라는 말이 유행하고 있다. ‘꼰대’는 참견을 잘하고 거들먹거리며 잔소리 많은 기성세대를 야유하는 은어. 여기에 ‘젊은’이라는 수식어가 붙으면서 같은 청년세대이면서도 나이에 걸맞지 않게 다 늙은 어른처럼 구는 선배들을 꼬집는 유행어로 유통되고 있다.
최근 한 언론사와 사회문제 연구소가 공동으로 대학생 및 직장인 남녀 1000여 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젊은 꼰대가 있다”고 응답한 사람이 68%로 “없다” 응답자 28%보다 압도적으로 많았다. ‘젊은 꼰대’가 요즘 젊은이들의 의식 속에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음을 보여준 것이다.
대학가에서의 젊은 꼰대들은 선배라는 지위를 이용해 후배들에게 갑질을 하기도 한다. 후배들에게 인사를 강요하거나 술자리에서 후배들에게 술을 강요하고 분위기를 띄워보라고 눈치를 주는 행동을 하기도 한다. 젊은 꼰대들에게 당한 적 있는 박철원 (20, 울산시 중구) 씨는 “인사를 하지 않는다고 선배들이 후배들을 집합시킨 적이 있다. 아직도 이런 선배들이 있다는 것에 충격받았다”고 말했다.
작년 제대 후 3학년으로 복학한 안진우(24, 부산시 금정구) 씨는 “얼마 전 한 여자 후배에게 무슨 일이 있어 싫은 소리를 한 번 했다가 ‘선배, 젊은 꼰대예요?’라는 말을 들었다”며 “과연 내가 벌써 꼰대 같은 행동을 하고 있는 것인지 되돌아보게 됐다”고 토로했다.
올해 3월 대학교에 입학한 신입생 김서원(20, 부산시 금정구) 씨는 “신입생 환영회 때 불과 나이 차이가 한두 살밖에 안 나는 2, 3학년 선배들이 마치 선생님, 아버지처럼 우리들을 훈육하려 드는 것에 기가 막혔다”면서 “그들이 바로 젊은 꼰대가 아닌가 생각된다”고 말했다. 김 씨는 “그런 잔소리꾼 선배들은 캠퍼스에서 만나더라도 슬슬 피해다닌다”고 덧붙였다.
대학교에서뿐만 아니라 많은 곳에서 젊은 꼰대들에게 피해를 보고 있는 사람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얼마 전 음식점에서 아르바이트하게 된 김정한(24, 부산시 동래구) 씨는 “일을 같이하는 두 살 위 형에게 일을 편하게 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준 적이 있는데 그 형이 자기도 안다며 기분 나빠하면서 핀잔을 준 적이 있다. 그때부터 그 형이 젊은 꼰대로 느껴졌다”고 말했다.
최근 인터넷에는 ‘젊은 꼰대 콘테스트’가 열렸다. 각자 자신들이 경험한 꼰대 스트레스를 밝히는 사이버상 무대였다. 여기서 가장 압도적인 것은 이른바 ‘자칭 멘토형’ 꼰대였다. 자기 경험이 전부인 양 충고하고 지적하며 가르치려는 선배라는 것이다. 다음은 인사, 말투, 표정과 옷차림, 화장 등 태도나 외모를 지적하는 ‘사감선생형’이었으며, 그 다음은 지위, 인맥, 학벌, 재산, 지식 등을 자랑하며 거들먹거리는 ‘나르시스형’이었다.
그 밖에 연애, 결혼, 가족 사항 등 사생활 참견을 하는 ‘동네 반장형’, “예전에 나는~” 따위의 말투로 자신의 과거 경험을 늘어놓은 ‘참전용사형’, 본업과 무관한 개인 심부름을 시키는 공사구분 불감증 환자 ‘갑질 오너형’ 도 있었다.
젊은 꼰대가 생겨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기존에 내려온 ‘사회 문화’를 꼽았다. 오래전부터 서열문화, 기성세대들의 소위 말하는 ‘꼰대문화’를 젊은 세대가 자연스럽게 답습하면서 생겨났다고 보는 것이다. 부산 소재의 초등학교에서 근무 중인 교사 최모 씨는 “기성세대의 문화를 자연스럽게 보고 배워온 젊은이들이 다수 그룹에서 소외되지 않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얼마 전 인터넷에 자신도 꼰대로 불리는 게 아닌지 되돌아보고 꼰대 이미지 탈피를 위한 ‘젊은꼰대 5계명’도 내걸렸다. 첫째 “내가 틀렸을지도 모른다” 하고 돌아보기, 둘째 “내가 바꿀 수 있는 사람은 없다”는 사실 확인하기, “말하지 말고 들어라”, “존경은 권리가 아닌 성취다” 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