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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하울의 움직이는 성을 만화 밖에서 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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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하울의 움직이는 성을 만화 밖에서 보네"
  • 취재기자 박신지
  • 승인 2015.11.08 2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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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시립미술관, 일본 애니 프로덕션 '지브리'의 작품 속 건축물 전시회
10년에서 15년이 지난 지금도 낯설지 않은 애니메이션 제목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하울의 움직이는 성>... 이들은 우리나라에서도 인기를 끌었던 일본 애니메이션 제작사 ‘스튜지오 지브리’의 만화들이다. 일본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에도 수많은 팬을 보유하고 있는 스튜디오 지브리의 작품들이 만화 속에서 나와 현실에서 구현됐다. 특히 이 회사가 만든 애니메이션 속의 건축물들을 실제 건축물로 만들어 전시하는 스튜디오 지브리의 건축전이 부산 시립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다. 스튜디오 지브리는 애니메이션 영화감독 다카하타 이사오와 미야자키 하야오를 중심으로 1985년 설립된 애니메이션 제작회사로, 일본을 대표하는 세계적인 애니메이션 스튜디오다. 특히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2001)은 일본에서 개봉된 역대 영화 사상 최고 흥행 수입인 304억 엔을 기록했다. 이외에도 <모노노케 히메>(1997), <하울의 움직이는 성>(2004)이 일본 영화 역대 흥행 수입 상위 5개 작품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애니메이션 건축전이란 애니메이션 속 건축물에 초점을 맞추고, 그것을 설계할 때 사용한 도면과 애니메이션 속 건축물 원화들, 사용했던 도구들, 그리고 특정 장면을 구성한 모형인 ‘디오라마’를 전시하는 것이다. 애니메이션 건축전이 열리고 있는 부산 시립미술관 2층에 가면, 사람 한 명만 들어갈 수 있을 만큼의 작은 입구가 있다. 그 곳으로 들어서면, 밖에서 볼 때와는 다른 공간이 펼쳐진다. 이 공간은 8개의 섹션으로 구성되어있다(아래 사진 참조).
▲ 스튜디오 지브리 입체 건축전의 관람객용 지도(사진: 스튜디오 지브리 입체 건축전 홈페이지)
첫 번째 섹션에는 스튜디오 지브리의 두 명의 감독 다카하타 이사오와 미야자키 하야오에 관한 소개가 있다. 그 뒤엔 벽 한 면을 가득 채운 <알프스 소녀 하이디>의 디오라마가 있다. 관람객 김세은(23, 부산시 북구) 씨는 “엄청 큰 작품이 있어서 신기했다. 나무 한 그루, 풀 한 포기마저 신경 쓴 것이 느껴진다”고 했다. 허리를 쭉 빼고 모형을 하나하나 구경하던 대학생 김지예(20, 부산시 해운대구) 씨는 “레고 같은 것을 조립해 둔 것인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이걸 다 만들려면 힘들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두 번째 섹션은 미야자키 고로 등 지브리의 젊은 감독들의 영화 속 건축물이 전시되어 있다. 미야자키 하야오의 아들 미야자키 고로가 제작한 <코쿠리코 언덕에서> 작품 중 가장 중요한 건물인 학생회관 ‘까르띠에라떼’의 제작과 설계는 미야자키 하야오가 담당했다. 이는 하야오의 대표적인 건물 중 하나로, 그의 건축적인 느낌이나 구도를 잘 나타내주는 건축물이다.
▲ <코쿠리코 언덕에서>의 원화들 사이로 보이는 까르띠에라떼(맨 뒤 벽)(사진: 취재기자 박신지)
스튜디오 지브리의 프로듀서 스즈키 도시오의 방이 있는 세 번째 섹션을 지나면, 네 번째 섹션엔 대중에게 많이 알려진 <하울의 움직이는 성>의 모자 가게와 <붉은 돼지>의 원화 등이 전시되어있다. <하울의 움직이는 성>에 나오는 모자 가게를 구현할 때 지브리 스튜디오의 미술감독이 직접 부산을 방문하여 벽면에 장식된 꽃의 배열을 하나하나 지시했다는 재밌는 에피소드가 있다. <하울의 움직이는 성>을 좋아하는 이영아(23, 경남 김해시) 씨는 모자 가게를 보고 “실제 만화 속에 들어와 있는 느낌이 들었다. 서울에서 열린 조형전도 갔다 왔는데 여기가 훨씬 진짜 같다”고 말했다.
▲ <하울의 움직이는 성> 중 이 장면의 모자 가게가 구현되어있다(사진: 하울의 움직이는 성 캡쳐).
다섯 번째 섹션은 오로지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을 위해 공간으로 할애되어 있다. 원화들과 작품에 나온 음식점, 대형 목욕탕의 모형이 있다. 음식점을 지나면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의 주 배경인 대중목욕탕 겸 여관의 모형이 나온다. 이번 전시의 하이라이트다. 이 모형에선 “이랏샤이마세~”라고 손님을 환영하는 일본 말과, 청소를 하거나 음식을 만드는 소리가 들린다. 그 뿐만이 아니다. 이 건물은 시간이 지나면서 한 층씩 불이 켜진다. 이것은 시간의 흐름을 표현하는 것이고, 가운데에 위치한 무지개 다리는 이승과 저승을 연결하는 매개체 역할을 한다. 이 작품 주변에서 스텝에게 설명을 듣던 김은지(28, 부산시 동래구 안락동) 씨는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을 보면서 직접 가보고 싶다고 생각했던 두 장소가 전시되어있어서 너무 좋다. 이렇게 볼 수 있게 돼서 굉장히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불이 켜지는 것을 보고 감탄사를 내뱉던 이유현(25, 부산시 금정구) 씨는 “디테일함에 놀랐다. 자세히 들으면 북적거리는 소리도 들리는데 너무 신기하다”고 말했다.
▲ 아래층에서부터 차근차근 불이 들어오는 목욕탕(사진: 취재기자 박신지)
6번째 섹션엔 지브리 애니메이션에 등장했던 건축 관련 도구가 전시되어 있다. 그리고 7번째 섹션엔 일본양식의 건축물이 등장하는 <폼포코 너구리 대작전> 등의 원화와 <벼랑 위의 포뇨>의 소스케(남자 주인공) 집 모형이 전시돼 있다. 특히 <벼랑 위의 포뇨>의 집 모형이 있는 곳은 전시관의 외벽 색과 작품의 느낌이 잘 어울러져서 부드럽고 포근한 느낌을 받을 수 있다. 마지막인 8번째 섹션엔 <천공의 성 라퓨타>의 모형, <온 유어 마크>의 원화가 전시되어 있다. 그리고 미야자키 하야오의 작업실이 재현되어 있다. 모든 관람이 끝나고 나면 건축전이라는 이름에 걸맞은 종이 집 모형에 창문 모양의 스탬프를 찍는 체험관이 나온다. 이곳을 지나면 다양한 지브리 관련 물품을 파는 Work shop을 마지막으로 입체 건축전 관람은 끝이 난다.
▲ 이미 많은 사람들이 꾸며 놓고 간 집(왼쪽)과 체험관 뒤로 이어진 워크샵과 포토존(오른쪽) (사진: 취재기자 박신지)
관람을 끝내고 워크샵에서 산 물품을 한가득 안고 나온 대학생 김주연(21, 부산시 남구) 씨는 “이런 전시회가 부산에서 열려서 너무 좋다. 사고 싶은 물건이 너무 많았는데 겨우 참고 조금만 샀다”고 말했다. 아이와 함께 온 주부 이모(33, 부산시 해운대구) 씨는 “아이가 보기엔 지루할 수도 있다고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즐거워해서 함께 즐겁게 본 것 같다”고 말했다. 이번 건축전을 기획한 주식회사 ‘입니다’의 프로젝트 매니저 홍예진 씨의 말에 따르면, 이번 전시회는 의미가 깊다. 건축계에서 유명한 후지모리 데루노부 건축가가 와서 이번 전시를 위해 모든 작품에 대한 설명하고 감수를 했다. 그의 설명은 매표소에서 대여할 수 있는 오디오 가이드를 통해 들을 수 있고, 각 원화들 옆 캡션에서 볼 수 있다. 그리고 한 번도 지브리 뮤지엄을 벗어난 적 없는 작품들이 들어왔다. 심지어 수장고에 들어있던 작품들도 밖으로 나왔다. 매니저 홍 씨는 일본의 건축양식이나 특징 등 학술적인 내용이 많은 전시회라 건축학 전공의 학생이나 전문가, 성인 분들에게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녀는 “서울에서 열린 조형전이과는 다른 전시회라는 것을 꼭 알아주셨으면 좋겠다. 사진 촬영이 금지라고 너무 기분 나빠하지 않으셨으면 좋겠다”는 말을 덧붙였다. 스튜디오 지브리 입체 건축전은 부산에서 9월 5일에 시작했고, 이번달 29일에 문을 닫는다. 입장료는 성인 1만 2000원, 어린이 및 청소년은 1만원이다. 오디오 가이드는 3,000원으로, 매표소에서 대여할 수 있다. 오디오 가이드와 지식을 갖춘 안내원이 작품 설명을 해주는 ‘도슨트’ 프로그램을 이용하면 더 유익하게 전시회를 즐기다 올 수 있다. 도슨트 프로그램은 평일 오후 2시와 4시에 진행된다.
▲ 부산 시립미술관 위치(사진:다음 지도 캡쳐)
시립 미술관은 부산 해운대구 우동에 있다. 부산 내에서 올 경우 지하철 2호선 시립미술관 역 5번 출구로 나와 250m정도를 걸으면 된다. 해운대 방면 버스 31, 100, 100-1, 115-1, 307번을 타고 벡스코 정류장, 또는 동래 방면 버스 31, 39, 100, 100-1, 115-1, 141, 181, 200, 1001번을 타고 올림픽 교차로 정류장에 하차해 도시철도 시립미술관역 지하도를 이용하면, 지하철을 이용 할 때와 같이 쉽게 갈 수 있다. 서울, 마산 등 다른 지역에서 올 경우엔 부산 서부버스 터미널이나 종합 버스 터미널에서 내린 후 연결된 도시철도를 이용해 2호선 시립미술관 역에서 내리면 된다. 일본 애니메이션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꼭 들러 만화 속의 건물들을 보면서 일본 애니메이션 속에 와 있는 현실감에 잠길 수 있다. 일본 애니메이션 마니아들에게는 물론 강추다. 어린이를 둔 부모들도 아이들과 동반 관람하면, 아이들에게 애니메이션의 세계를 더욱 실감나게 느끼게 해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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