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해도 해도 너무 한다!”
‘리그 오브 레전드’라는 게임을 즐기던 남영준(22, 울산시 명촌동) 씨는 게임 상에서 심한 욕설과 모욕적인 패드립(패륜적 애드리브의 줄인 말, 2015년 8월 11일자 <시빅뉴스> 기사 '패륜적 욕설 패드립 난무' 참조)으로 단단히 화가 났다. 게임하는 도중 상대방이 “어머니 안계시냐?” “너희 아빠 우리 집 변기 청소부” 등 남의 부모를 비난하거나 불쾌감을 주는 비속어를 수시로 채팅창에 올렸기 때문이다. 온라인상에서 모욕적 언사를 당했을 경우, 서버 관리자에게 신고하면 당사자에게 제재가 가해진다. 하지만 남 씨는 신고하지 않았다. 남 씨는 “어차피 신고해봤자 신고가 먹힐 것 같지도 않고, 차라리 그 자리에서 받아치는 게 속시원하다”고 말했다.
리그 오브 레전드는 2012년 1월에 서비스를 시작해서 국내에서 2년 연속 게임순위 1위를 지키고 있는 인기 게임이다. 수많은 사람들이 이 게임을 즐기면서 가장 큰 문제점으로 꼽은 것이 바로 심각한 욕설과 패드립이다.
욕설은 모욕죄에 해당되어 형사 처벌 대상이다. 형법 311조는 “공연하게 남을 모욕한 사람에게 1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2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이 법으로 처벌까지 이어지기는 쉽지 않다. 온라인상에서 모욕죄를 성립시키기 어렵기 때문이다. 모욕죄는 공연성이 입증돼야하는데, 제3자의 증인이 필요하다. 그렇다 보니 1:1 대화에서 모욕적인 말을 듣더라도 신고가 어렵다. 또한 온라인이라는 특수성 때문에 본인이 모욕적인 언행의 피해자라는 것을 입증하기 쉽지 않다. 그렇다 보니 상대방을 고소하더라도 증거 불충분으로 기각되는 경우가 거의 대부분이라고 한다.
울산에서 활동하고 있는 김준호 변호사는 온라인상에서 욕설을 듣게 됐을 때 즉시 스크린 샷으로 증거를 잡고 게임 운영자에게 채팅 로그를 받아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김 변호사는 "이 자료들은 신고할 때 중요한 증거가 될 수 있다"며 "이런 일들이 근본적으로 없어지기 위해서는 경찰들과 게임 운영자가 나쁜 말을 일삼는 사용자들이 경각심을 가질 수 있도록 적절한 방법을 동원해서 경고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게임을 즐기는 조성연(23, 충북 청주시) 씨도 상대방 플레이어에게 심각한 패드립을 당했다. 조 씨는 더 이상 패드립하면 신고하겠다고 대응했으나, 상대방은 계속해서 채팅창을 통해서 신고할 테면 해보라며 조롱했다. 화가 난 조 씨는 바로 스크린 샷을 찍어 증거를 확보했고, 증거자료들을 모아 경찰서 사이버 범죄 창구에 자료를 제출하고 진정서를 작성했다. 사건 담당 경찰관은 연락해주겠다고 기다리라고 했다. 그리고 약 3주 뒤 담당 경찰관의 연락을 받았다. 욕한 플레이어를 잡았으니 만나게 해주겠다고 해 경찰서에 간 조 씨는 황당했다. 입에 담기도 어려운 욕을 한 사람은 중학생으로 16세 김모 군이었기 때문이다. 부모와 함께 소환된 김 군은 조 씨에게 사과했고, 조 씨는 김 군 부모에게 올바른 온라인 생활을 하도록 지도해달라고 말하는 것으로 사건을 마무리했다.
유난히 온라인에서 모욕적인 채팅을 하는 미성년자들이 많은 이유는 우리나라의 인터넷 윤리 교육이 미흡하기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청소년 심리상담 전문가 박인희 씨는 “법으로만 이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면 안 된다. 청소년들이 어릴 때부터 올바른 인터넷 윤리의식을 가지게 하는 것이 근본적인 문제의 해결 방법이다. 대부분의 청소년들은 온라인에서의 욕설을 하나의 놀이로 보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