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강모(22, 부산시 북구 화명2동) 씨는 중학생 때부터 볼 쪽에 지속해서 생기는 여드름 때문에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이마나 턱밑은 여드름이 나지 않아 깨끗하지만, 유난히 볼 쪽에만 여드름이나 트러블이 계속 난다. 그녀는 최근 찾은 피부과에서 ‘더마틸로마니아’(Dermatillomania)일 수 있다는 진단을 받았다. 강 씨는 “어렸을 때부터 계속 피부에 손이 가서 덧났던 것 같다. 이제 피부에 손을 안 대게 조심해야겠다”고 말했다.
더마틸로마니아는 강박적 피부 뜯기다. 얼굴에 난 작은 여드름이나 피지를 짜거나 작은 각질을 벗겨낸 경험은 거울을 보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다 있을 것이다. 하지만 더마틸로마니아는 나아가 트러블에 강박적인 생각과 집착으로 해서 오히려 더 심한 흉터나 상처를 만든다. 이런 사람들은 부위를 가리지 않고 트러블을 뜯어내는데 특히 얼굴에 더 집착한다. 이때 주로 손톱이나 핀셋, 족집게를 사용하기 때문에 피가 나거나 감염되고 상처를 남기기도 한다.
더마틸로마니아는 스트레스가 그 원인인 경우가 많다. 사람들은 피지를 짜거나 여드름을 짜면서 기분이 좋아짐을 느낀다. 이런 사람들은 그후 안 좋은 일이 생길 때마다 피부를 보면서 트러블을 찾아내고 손대는 것이다. 최근에는 피지를 짜면서 오히려 쾌감을 느끼는 사람이 늘어나 ‘피르가즘’이라는 신조어도 생겨났다. 피르가즘은 피지와 오르가즘이 합쳐진 말로 피지를 짜면서 스트레스를 푸는 사람들이 만든 합성어다. 인터넷에서는 피지 짜는 동영상이 쉽게 보인다.
또 다른 대학생 이모(22, 부산시 북구 수정동) 씨는 인터넷에서 피르가즘 동영상을 접한 뒤부터 스트레스가 풀리는 기분을 더 느껴 직접 족집게와 확대경을 샀다. 이 씨는 “요즘 매일 거울을 통해 피지가 있는지 본다”며 “피지가 없어도 자연 얼굴에 손이 간다”고 말했다.
자신이 더마틸로마니아 증상인지 그저 안 좋은 습관인지 구분하는 방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피부에 손대는 것을 당장 멈출 수 있는가, 없는가를 생각해보면 된다. 자신이 피부에 손대는 것을 인지하더라도 멈추는 것이 어렵다면 일단 더마틸로마니아를 의심해 봐야 한다. 부산시 북구의 피부과 전문의 문모 원장은 “피부에 상처가 생기는 것을 싫어하면서도 지속해서 트러블을 만지는 사람이 있다”며 “강박증 문제는 피부과에서 해결하기 어려운 부분이니 필요하면 상담도 좋은 방법”이라고 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