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추석특집으로 처음 방영된 후 올해까지, 매해 명절만 되면 특집으로 방송되고 있는 <아이돌 스타 육상 씨름 풋살 양궁 선수권대회>는 줄여서 ‘아육대’로 불리며 높은 시청률을 보이고 화제를 불러와서 MBC의 효자 명절 프로그램으로 자리 잡았다. 인기 있는 아이돌 스타들이 한 자리에 모여 여러 스포츠 종목들에 도전하는 모습은 어린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하지만 매년 크고 작은 문제들이 발생하는 아육대는 더 이상 축제가 아니라 논란의 장으로 변했다. 아이돌 팬들은 아이돌이 체육대회 녹화 중에 부상을 자주 당하는 수모를 당하면서도 나중에 출연 시간이 편집되어 짧은 방송 분량에 불만을 토로한다. 반면, 기획사들은 방송사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을의 입장이고, 방송사는 명절마다 효자 특집 프로그램인 아이돌 체육대회를 포기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아육대는 녹화시간이 짧게는 10시간, 길게는 20시간이나 된다. 아침 이른 시간부터 새벽까지 진행되는 녹화시간 동안, 녹화가 진행되는 경기장에 모인 팬들은 경기장 밖으로 나갈 수 없어 녹화장에 감금되는 것과 다름없다. 자신이 좋아하는 아이돌을 응원하기 위해 녹화장을 찾은 열성 팬들은 촬영이 늦은 새벽에 끝나기 때문에 밤 거리에서 발이 묶이기 일쑤다. 올해 이미 설날 방영분 녹화가 진행된 고양 실내체육관을 방문한 한 팬은 “팬들이 미성년자가 많아서 대부분 체육관 주변의 편의점에서 첫차를 기다리거나, 찜질방에서 잠을 자는 경우가 많다. 추석 때는 덜 추워 그나마 길에서나 편의점에서 있을 수 있지만, 이번 설 특집 녹화 때는 너무 추워서 찜질방을 갔다. 그날은 주변 찜질방이 청소년 팬들로 가득 찬다”고 말했다.
긴 녹화시간에 비해 출연한 아이돌들의 분량이 너무 적다는 것도 팬들의 원성 대상이다. 대한민국 아이돌이 총출동하다보니 출연 인원이 200명에서 300명에 달하기 때문에, 한 그룹 당 방송되는 분량이 3분 안팎이다. 유명하지 않은 신인 그룹의 경우에는 경기에서 눈에 띄는 성적을 내지 못하면 방송 분량이 30초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한 신인 아이돌의 팬은 “작년 좋아하는 그룹이 아육대에 출연한다는 소식에 기분 좋게 방송을 봤다. 하지만 제일 초반에 그룹을 소개하는 부분 말고는 제대로 방송에 나오지 않아서 속상했다. 방송에 보여주지도 않으면서 왜 출연을 시키느냐”며 불만을 토로했다.
팬들이 아육대에 출연하는 아이돌을 걱정하는 가장 큰 이유는 잦은 부상 때문이다. 매년 녹화 때마다 크고 작은 부상을 입는 아이돌들이 속출한다. 역대 아육대 녹화 중 부상을 당한 아이돌들은 씨스타의 보라, 샤이니 민호, 빅스 레오, AOA 설현, 인피니트 우현, 성열, GOT7 잭슨과 주니어, 엑소 타오, 마마무 문별 등으로 일일이 이름을 나열하기 힘들 정도로 많다. 특히 빅스 레오는 전치 8주의 다리 부상, AOA 설현은 전치 6주의 다리 부상, 인피니트 우현은 전치 4주의 어깨부상 등으로 당시 활동 중이던 노래 무대에 서지 못하거나, 안무를 제대로 소화하지 못하는 등 아이돌의 본업에 지장을 주어서 팬들의 원성을 샀다.
지난 달 18, 19일 진행된 녹화 때도 어김없이 부상을 입은 아이돌이 나왔다. 엑소의 시우민은 풋살경기 중 격투기 선수 김동현의 태클에 넘어져 무릎 부상을 당했다. 현장에 의료 스텝이 상주해 있다는 MBC 말과 달리, 현장에서 방청 중이던 팬의 블로그에 게시된 글에 따르면, 시우민이 넘어져 일어나지 못하는 상황임에도 의료팀은 나오지 않았고, 상대편인 선수가 요청해 일반 스텝이 에어 파스를 뿌리는 응급처치를 했다고 한다. 부상을 입은 시우민은 경기 후 매니저의 차량으로 병원으로 후송됐다. 또한 같은 게시글에 따르면, 현장 중계를 하는 MC들은 부상을 입은 시우민에게 “김동현 선수에게 나가떨어진 기분이 어떠냐. 시우민이 나갔으니 역전의 발판이 됐습니다” 같은 비아냥거리는 멘트를 해서 팬들의 빈축을 사기도 했다.
작년 샤이니 민호가 추석 특집 아육대 풋살 코치로 방송에 출연한다는 소식에 팬들은 단단히 뿔이 났다. 당시 민호는 다리 부상 중이었기 때문이다. 한 샤이니 민호 팬은 “ 발목 아파서 (노래 방송에도) 출연 못하는 애를 굳이 (운동회)에 출연시키려고 하는 거 보면 진짜 짜증이 난다. 흔히 말하는 노답이다. 폐지하라니까 더 하고 앉아있다”고 말했다.
아육대는 ‘방송사 갑질’ 논란으로 몸살을 앓기도 했다. 아육대는 아이돌의 주무대인 음악방송 PD가 제작을 맡은 프로그램이기 때문에, 아이돌들이 이 프로에 출연을 고사했다가 정작 주무대인 음악방송 프로에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 기획사 측의 생각이다, <헤럴드 경제>의 지난달 20일 보도에 따르면, 한 기획사 관계자는 “아이돌 그룹이 가수 활동을 하는 데에 가장 중요한 프로그램은 음악방송이기 때문에, 더 많은 활동을 위해 아육대 출연을 거절할 수 없다”고 말했고, 또 다른 기획사의 관계자는 “짧은 시간 안에 얼굴을 알리기 위해서는 음악 프로그램에 얼굴을 비춰 노래 순위를 올려야 하고, 그래야 활동 동력이 생기기 때문에 이 같은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 울며 겨자먹기로 부상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우육대에) 참가하게 된다”고 말했다.
JTBC <썰전> 방송 도중 슈퍼주니어의 멤버 김희철은 아이돌의 입장에서 본 아육대를 얘기했다. 그는 “아이돌도 억지로 나가야하는 경우가 있다. 만약 섭외에 응하지 않았을 경우, 음악방송에서 불이익을 받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방송국이랑 등져서 좋을 건 없지 않냐”고 말했다.
계속되는 논란에도 많은 아이돌들이 아육대에 출연하기 원하는 이유는 화제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른바 ‘운동돌,’ ‘육상돌’로 불리는 아이돌들은 거의 아육대를 통해 얼굴을 알렸다. 씨스타 보라, 2AM 조권, 제국의 아이들 동준, 비스트 윤두준 등은 운동 잘 하는 건강한 모습으로 화제의 주인공이 됐다. 아육대에서 좋은 성적을 내 얼굴을 알린 아이돌들은 이후 운동 특기에 탄력을 받아 다른 예능에서도 러브콜을 받고 건강미 넘치는 모습으로 팬들의 사랑을 받았다.
팬들은 ‘아육대 폐지 서명’으로 방송국에 맞서고 있다. 2013년부터 매해 이어지는 아육대 폐지 서명은 올해도 계속 됐다. 작년 진행된 아육대 폐지 서명운동에 1,000여 명이 넘는 팬들이 서명했다. 팬들은 시청률 때문에 아이돌들이 희생당하는 아육대에 보이콧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폐지 서명을 진행했다. 폐지 서명에 참여한 EXO의 한 팬은 “매해 가수들이 다치고 있고, 그 부상이 가수 활동에 지장을 줄 정도라면 운동 종목을 바꾸든지 해야 하는데, MBC 측은 아무런 피드백이 없다. 팬들도 방청을 가기 싫지만 좋아하는 가수의 기가 죽을까봐 그러지도 못한다”고 말했다.
MBC의 한 관계자는 “팬들의 아육대에 대한 걱정을 알고 있다. 아육대는 부상이 발생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기 때문에 항시 의료진과 응급차량이 대기 중”이라며 “올 설 프로그램은 이미 녹화를 마쳤고, 올 추석 아육대에 대해서는 나도 모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