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한 약속이 있는 버스 이용객은 "도로에 내려달라"며 기사와 실랑이 벌이기도
각국 정상 경호 보안 이유로 경찰과 부산시청 상황 공유 안돼 긴급문자도 안 보내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로 부산 벡스코 인근 도로가 통제되자 해운대 일대 도로가 이틀 째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26일 오전 10시 해운대 경찰서 정류장(09-707)에서 버스를 탄 이현우(26) 씨는 불과 열 정거장 떨어진 해운대도시철도역(09-729) 정류장 까지 가는데 50분을 소비했다. 이 씨는 “벡스코 인근 거리로 진입하자 버스가 움직일 생각을 하지 않았다”며 “급한 약속이 있는 손님은 버스기사에게 도로 한가운데 내려달라며 실랑이를 벌이기도 했다”고 말했다.
정체의 원인은 25일부터 열린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로 인한 교통통제. 이번 회의를 위해 각국 정상들이 이동하는 가운데, 경찰은 ‘경호 차원’에서 25일에는 해운대 신도시~장산터널 도로 2차선, 26일에는 벡스코 인근 도로 등 해운대 교통의 중심을 통제했다.
특히 이번 도로통제는 시민들에게 그 사실을 제대로 전달하지 않았기에 더욱 치명적인 결과를 낳았다. 해운대구에 거주하는 김태관(29) 씨는 “평소에는 그렇게 별 소식을 다 보내던 문자 알림이 왜 이번에 교통통제 소식은 알리지 않았는지 모르겠다”며 “대책 없는 행정처리에 피해보는 것은 시민”이라고 분노했다.
부산시와 경찰이 통제 소식을 전혀 알리지 않은 것은 아니다. 다만 김 씨의 말처럼 ‘문자 알림’은 없었고, 통제 도로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부산시 홈페이지에 방문 해 ‘교통 통제 상황’ 게시글을 참고해야 한다. 부산시 공공교통정책과 관계자는 뉴스원과의 인터뷰에서 “경찰에서 미리 알려줬으면 긴급문자라도 보냈을텐데, ‘보안’을 이유로 상황 공유가 잘 안되고 있다”고 알림 없는 통제의 배경을 설명했다.
부산경찰청 관계자는 “각국 정상들의 이동 동선은 경호 문제로 보안을 유지할 수밖에 없다”며 “시민들의 112 민원 신고도 폭주해 대책을 강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제적 행사에 시민들의 양해가 필요한 것은 틀림없으나, ‘일말의 대책’마저 없이 ‘보안’만을 이야기하는 행정체제에 부산 시민들은 현 시간에도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