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부하는, 기분좋은 HUmetro 존'...예술인들 재능기부, 수익 나면 사회기부
대학생 신송미(22) 씨는 매일 아침 지하철을 타고 등하교한다. 부산의 경성대·부경대역에서 내린 그녀는 학교에 가기 위해 계단을 올라가는데 며칠 전부터 계단 중간에 있는 빈공간이 점차 알록달록하게 채워지기 시작한 것을 봤다. 호기심이 생긴 그녀가 벽면에 가까이 다가가 보니, 그곳에는 그림들이 그려져 있었다. 신 씨는 “지하철 계단 중간을 항상 아무 생각 없이 지나다녔는데 여러 가지 그림들이 그려져 있으니 눈길이 갔다. 또, 벽면 전체에 그려진 그림이 예쁘고 신기했다”고 말했다.
부산 도시철도 2호선 경성대·부경대역에는 지하철 계단 중간에 특별한 공간이 있다. 100평 남짓한 이곳은 사람들이 지나다니는 통로일 뿐, 원래 아무것도 없었던 빈 곳이었다. 아무것도 없던 이 빈공간이 예술의 공간으로 채워지기 시작한 데는 부산교통공사가 '기부하는 & 기분좋은 HUmetro'라는 기부 문화공간을 만들면서다.
기부하는 & 기분좋은 HUmetro의 탄생은 부산교통공사와 초록우산 어린이 재단이 함께 벌인 365프로젝트를 기반으로 만들어졌다. 부산교통공사 관계자 강현 씨에 따르면, 365프로젝트는 100명의 어려운 어린이들의 꿈과 소망을 들어주기 위한 3억 6,500만 원의 기금 조성을 목표로 시작한 것으로부터 그 이름이 정해졌다. 초록우산 재단은 다른 활동으로 원래 2억 원의 기금을 모았지만, 더 이상의 기금 조성이 어려워 기부를 활성화할 수 있는 새로운 기부방법을 생각하게 되었다. 재단은 처음엔 부산교통공사의 협조를 얻어 경대역 안에 있는 자투리 공간에 모금함을 설치하려고 했다. 그러다 시민들이 더 쉽고 재밌게 기부에 참여할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던 중 기부 문화공간을 만들어 보자는 취지로 시민단체인 '아름다운가게'와 연계하여 기부공간을 만들게 됐다. 365 프로젝트는 이렇게 시작됐다.
이를 계기로, 부산교통공사와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아름다운가게, 동서대학교, 경성대학교 등은 함께 손을 잡고 경성대·부경대역에 도시철도 최초의 기부 문화공간인 기부하는 & 기분좋은 HUmetro 존을 조성했다. 이 공간은 어렵고 생소하게 느껴지는 기부를 하나의 문화로 만들기 위해 조성된 상설 기부 문화공간으로 사람들이 기부는 언제, 어디서든 즐겁고 재밌게 일상적으로 할 수 있다는 인식을 심어주기 위해 만들어졌다.
기부 문화공간은 그림과 예술작품으로 채워져 있다. 말 그대로 기부와 문화가 공존해 있다. 그중 한 쪽 벽면 전체는 초등학생들이 그린 그림을 타일로 제작해 붙여놓았다. 지난 달 부산교통공사는 부산·양산지역 초등학생 이하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미래의 나의 꿈’을 주제로 그린 그림을 사진을 찍어 부산교통공사로 보내온 그림들을 뽑아 그림 벽화타일로 제작해 주는 이벤트를 벌였다. 총 294명의 아이들 그림이 채택되어 그림 타일벽화 타일이 제작됐는데, 제작비는 아이들이 그림과 함께 기부한 7,700원으로 제작됐다. 또한, 이 그림 벽화 타일은 반영구적으로 부착돼 그림을 그린 아이들이 커가면서 벽화 타일을 보며 자신이 어릴 적 꾸었던 꿈을 다시금 생각해볼 수 있게 했다.
다른 한쪽 벽면은 사회공헌기관인 아름다운가게의 서울 본사에서 유명작가에게 의뢰해 받은 작품이 전시된다. 유명 캘리그라피 작가인 이상현 작가의 작품을 첫 시작으로 전시 작품은 6개월마다 한 번씩 아름다운가게가 섭외한 유명작가의 전시공간으로 바뀐다. 이곳에서는 작가에게서 기부받은 작품을 전시·판매해 다시 이웃에게 기부하는 나눔 공간이기도 하다. 작품을 사고 싶은 사람은 작품 밑에 적혀 있는 연락처를 통해 연락하면 아름다운가게 담당자와 연결되어 작품을 살 수 있으며, 판매수익은 모두 기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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