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성모(24, 경남 김해시 내동) 씨는 가정 형편에 도움이 되기 위해 올해 3월 지방 사립대에서 국립대 기계공학과로 편입했다. 새로운 환경에서 시작한 만큼 그는 두 달 가까이 학과생들과 친해지기 위해 학과 행사에도 참석해보았지만, 다른 학생들과 친해지는 것은 쉽지 않았다. 3학년으로 새학기를 시작한 성 씨에게는 이런 상황이 편입생들과 기존 학과생들 간의 벽으로 느껴졌다.
그는 학과 교수와의 면담에서도 다른 존재로 취급받는 느낌을 떨치기 어려웠다. 요즘은 같은 처지의 편입생들을 알게 되고 서로 친구가 되면서, 성 씨는 마음의 부담을 조금 떨칠 수 있었다. 성 씨는 "더 나은 미래를 찾기 위해 지난 해 동안 열심히 편입 준비를 해 새 학교에 입학했지만 다른 편입생들이 없었다면 소외감 때문에 학교를 계속 다니기 힘들었을 것 같다”고 말한다.
초등학교를 막 입학한 아이들이 새로운 환경에 대한 스트레스로 복통, 수면 부족, 우울증 등을 겪는 현상을 ‘새학기 증후군’이라 한다. '늦깎이 증후군'이라고 이름붙일 만한 새로운 환경에 대한 부적응으로 인한 마음의 고통은 대학의 편입생, 복수 전공자, 늦깎이 대학생에게도 나타나고 있다.
아르바이트 구인구직 포탈 알바몬이 최근 대학생 49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늦깎이 증후군’에 대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이들 대학생들이 겪고 있는 증후군 증상은 ‘의욕 저하,' '무기력증,’ ‘수면 장애,’ ‘피로감’ 순이었다.
복수전공자는 주 전공과 완전히 다른 분야의 과목을 배우는 어려움 속에서 조별과제 외에는 혼자서 학과 생활을 해야 한다. 국제 무역 통상학과를 복수 전공하고 있는 대학생 정경규(25, 부산시 북구 만덕3동) 씨는 수업에 무역이나 경제학 용어가 나오면 이해하기 어려워한다. 정 씨는 “다른 학생들은 이미 1, 2학년 때부터 알고 있던 내용들을 나만 모르는 것 같아 뒤처지는 느낌이고 벌써부터 수업에 대한 의욕이 떨어진다”고 '늦깎이 증후군'을 설명했다.
늦은 나이에 다른 학교로 새로 입학한 학생들은 나이 차에 따른 부적응증을 가지고 있다. 올해 16학번으로 입학한 대학생 조모(24, 충남 천안시 동남구 청당동) 씨는 동기들이 나이 때문에 자신을 어려워하는 것 같아서 걱정이다. 조 씨는 “동기들이 나를 불편해하지말고 편하게 생각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늦깎이 대학생이 따돌림을 당해 같은 과 학생을 고소한 사례도 있다. 지난 2012년 경기도 소재한 대학교 1학년에 재학 중이었던 여대생 A(30) 씨가 "'나이를 많이 먹고서 대학은 왜 왔느냐'는 등 모욕감을 주는 말로 왕따를 당했다"며 같은 여자 과후배 B(20) 씨를 서울 강남경찰서에 고소하기도 했다.
고소 사례와 같이 극단적인 상황이 아니더라도 편입생, 복수전공자, 늦깎이 신입생들은 혼자서 고민하기보다는 교내에 있는 학생 상담센터를 이용하는 등 주변에서 자신을 도와줄 사람들이나 상담시설을 적극적으로 이용하는 것이 좋다는 게 심리전문가들의 조언이다. 경성대 학생상담센터는 상담 신청 학생들에게 1주일에 한 번씩 50분간, 총 10회에 걸쳐 담당 전문과와의 상담을 주선한다. 학생이 원할 경우 상담 횟수를 더 늘릴 수 있다.
부산대 심리학과 설선혜 교수는 늦깎이 대학생들이 겪는 증후군이 보통은 일시적이지만, 증상이 오래 간다면 심각한 우울증과 학교 생활 부적응을 겪을 수 있다고 설명한다. 설 교수는 “적응에 따른 부담감을 혼자서 고민하기보다 주변 가족이나 친구에게 털어놔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