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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모르는 우리 집 새 주소가 생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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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모르는 우리 집 새 주소가 생기고 있다
  • 나하나
  • 승인 2013.01.16 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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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 표지판의 하얀 글씨, 언제부턴가 골목길을 지키고 있는 우리들의 새 주소다. 개인택시를 하는 나상길(52, 부산 해운대구 우2동) 씨에게는 골목마다 새로 적혀 있는 길 이름이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는 “교통사고나 도로공사를 할 때 길 이름이 참고가 되긴 하지만 쓰는 경우는 드물고 손님들도 그런 식으로 길을 거의 묻지 않는다”고 했다. 대학생 김진욱(26, 부산 금정구 부곡동) 씨도 사정은 마찬가지. 김 씨는 길 이름이 쓰여 있는 표지판을 본 적은 있지만 어떤 용도인지, 왜 필요한지를 알려주는 곳이 없어 도움을 받아본 적이 없다고 한다. 이처럼 정부가 총 사업비 2,771억 원을 들여 1997년부터 추진, 시행하고 있는 ‘도로명및건물번호부여사업(일명 새 주소 사업)'이 유명무실하다. 행정자치부의 발표에 따르면, 새 주소 사업은 현행 토지에 부여된 지적상의 지번을 토지와 건물로 분리하여 기존의 지번은 토지관리를 위해서만 사용하고, 새 주소는 도로에 각각 도로명을 부여한 뒤 기초번호를 부여하는 방식이라고 한다. 정부는 현 주소 체계가 땅에 번호를 붙여 건물 주소로 사용했기 때문에 집을 찾거나 우편배달, 그리고 각종 재난사고 발생 시 불편함이 많아 이를 해소하기 위한 방편으로 서구식 주소체계로 전환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부산시청 도시계획국 지적과 정능준 씨에 의하면 현재 부산시는 총 16개 구군 중 기장군을 제외한 15개 구의 도로명 부여 작업이 완료된 상태라고 한다. 그러나 문제는 이 같은 정부정책이 대다수의 시민들에게는 직접적인 도움을 주지 못하고 있고 적극적인 홍보활동도 적어 그 인지도가 낮다는 데 있다. 이에 대해 정능준 씨는 OECD 국가 중 유일하게 우리나라만 도로명 주소를 사용하지 않는다면서, 작년 부산시에서 구별로 안내도를 배포했지만 이전 주소에 익숙한 시민들에게 새 주소로의 전환은 쉽지 않았다고 한다. 그는 지방자치단체에서 실시하는 홍보는 한계가 있어 그 효과도 미미하다며 현재 도로명 주소를 국가가 공식적으로 사용하는 주소로 활용하기 위한 ‘도로명주소등 표기에 관한 법률'이 국회에 상정 중에 있다고 말했다. 이후 법 제정이 되면 전국적으로 대대적인 홍보를 하게 될 것이라고 한다. 한편, 연립주택에 사는 주부 전영숙(46, 경남 양산시) 씨는 새 주소 사업에 대해 자신의 집은 주소가 복잡해 사람들이 찾기 어려워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과거 번지보다는 현 길 이름이 편하다고 새 주소 사업에 대한 소감을 밝혔다. 또한 6년 째 한국에 살고 있는 미국인 션(Sean, 38) 씨도 새 주소 사업이 반갑다. 그는 길 이름을 통해서 정확하고 빠르게 장소를 찾을 수 있다면서 “다리나 터널을 찾을 때 길 이름으로 더 빨리 찾는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자신과 같은 외국인에겐 지금보다 더 많고 정확한 길 이름이 필요하다며 큰 도시일수록 골목마다 길 이름이 있으면 외국인에게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는 의견을 밝혔다. 이와 관련 행정자치부는 ‘도로명및건물번호부여사업'의 홍보와 활용도를 높이기 위한 ‘50대 활용방안'을 마련해 9월 26일 각 지자체에 통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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