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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을 움직이는 힘, 오타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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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을 움직이는 힘, 오타쿠!
  • 김경민
  • 승인 2013.01.16 13: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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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사람들 변태 아닌가요.” “사이코나 정신에 문제가 있는 사람들 같아요.” “뿔테안경을 쓴 뚱뚱한 사람이 지저분한 방구석에서 여자 인형을 가지고 노는 장면이 생각나요.”

앞의 인용구들은 기자가 부산의 대학생들에게 오타쿠를 생각하면 어떤 것이 떠오르냐고 묻자, 학생들이 말한 답변이다. 50명의 학생들에게 오타쿠에 대한 인식을 물어봤지만 거의 대부분의 학생들에게서 ‘변태,’ ‘사이코,’ ‘화성인,’ ‘정신이상자’ 등의 부정적인 답변이 나왔다. 과연 오타쿠가 대학생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부정적인 의미만 담고 있을까.
 

▶오타쿠가 뭐야?

‘오타쿠’를 우리 국어사전에 찾으면, 일본만화나 애니메이션 등을 매우 좋아하고 애착하는 사람을 이르는 말로 나온다. 하지만 일본어 사전에서 오타쿠(おたく)를 찾으면 상대편의 집, 가정의 높임말, 또는 어떤 분야나 사항에 대하여 이상할 정도로 열중하며 집착하는 사람이라는 뜻으로 되어 있고 그 의미가 국어사전보다 더 넓다.

경성대 일어일문학과 남미영 교수는 “오타쿠를 히라가나로 쓰면 당신, 댁이라는 의미이고, 가타카나로 쓰면 자신만의 취미에 열중하는 사람들을 가리킨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오타쿠는 남 교수의 말처럼 ‘당신,’ ‘댁’의 상대방을 높여 부르는 2인칭 대명사로 활용됐다. 그러다가 점점 동호회 활동이 활발해지고, 같은 취미를 가진 사람들끼리 모임을 자주 가지면서, 서로 존중하고 예의를 지키자는 의미로 사람들은 상대방을 오타쿠라 불렀다.

문화비평가 김지룡 씨는 자신의 저서에서 "오타쿠는 ‘이거다’ 하고 마음먹은 일에 대해서 초인적인 힘을 발휘하여, 팬(fan)이나 매니아(mania)의 단계를 넘어 한가지 분야에 득도한 사람들이다“라고 정의했다.

▶오타쿠의 역사

한가지 취미에 열중하는 사람들이란 의미로써 ‘오타쿠’라는 단어가 처음 등장한 것은 1980년대 일본 케이오 대학 출신의 SF 매니아들 사이라는 것이 일단의 정설이다. 일본인 오카다 토시오는 ‘오타쿠학 입문’이라는 자신의 저서에서 오타쿠의 역사를 설명했다. 이하는 그의 저서를 인용한 것이다. 그들은 많은 매니아들 앞에서 서로를 오타쿠라 칭했다. 이를 계기로 하여 ‘오타쿠’라는 용어가 순식간에 매니아들을 사이에 퍼졌다. 만화 축제에 처음 오는 사람들까지도 서로를 오타쿠라 부르게 되었다. 하지만 일반인에게 이 용어는 어둡고 좋지 않은 의미로 전파되었고 타쿠라는 접미사의 한자 의미가 ‘집’이라는 뜻도 가지고 있어서 ‘매일 집에만 처박혀 나가지 않는 사람들’이라는 부정적인 의미로 퍼져 나갔다. 급기야 오타쿠는 은둔형 외톨이인 ‘히키코모리’의 뉘앙스까지 지니게 되었고, ‘만화와 게임만 좋아하는 놈’, ‘사람 사귀기를 극도로 꺼려하는 놈’들로 치부되기도 했다. 그러다가 1995년에 ‘신세기 에반게리온’ 이라는 애니메이션이 등장했다. 이 애니메 이션의 성공은 완구, 게임, 만화 등의 오타 쿠 문화가 매니아 층에서 일반인 층으로 옮 기는 큰 역할을 했다. 에반게리온은 매체를 통해 전 세계로 수 출되었고, 이는 일본에 엄청난 규모의 경제 적 이익을 가져다 주었다. 이러한 성공들로 하위문화였던 오타쿠 문화가 다시 일본 내 에서 재조명되었고, 그들의 능력과 성과를 인정하는 분위기가 조성되었다. 일본 전 총리인 아소 다로는 스스로 만 화 오타쿠라고 자칭해 딱딱하고 근엄한 총 리 이미지대신 서민적이고 인간적인 이미지 를 얻기도 했다.  

▶일본 오타쿠 문화

오타쿠들이 가진 가장 큰 특징은 남들에겐 사소하고 하찮게 보일 수 있는 일에 매우 진지하게 접근하여, 자신들의 시간과 비용을 투자하고, 꾸준히 연구한다는 데 있다. 예를 들어, 오타쿠들은 월급의 70% 이상을 애니메이션과 만화책을 구입하는 데에 지출하고, 그저 곤충이 좋아 곤충을 찾아 전국 방방곡곡을 돌아다니며 매년 차비로만 200만엔(약 286만원)을 쓰기도 하는가 하면, 오로지 ‘에반게리온’이라는 한 애니메이션의 깊은 이해를 위해 성서부터 양자물리학, 생물학까지 공부하기도 한다. 일본인 마타(26) 씨는 이메일 인터뷰에서 “한국인들은 오타쿠를 부정적으로만 본다. 일본 역시 그런 시선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많은 사람들이 그들을 전문인 혹은 장인으로 생각하고, 기업들도 그들의 실력과 전문성을 인정하여 취업 시 가산점을 주기도 한다”고 말했다.   유명한 오타쿠가 거주하는 지역이 오타쿠의 성지로 입소문을 타고 일본 자국 관광객은 물론이고 외국인 관광객까지 끌어 모으는 현상도 발생하고 있다. 실제 한 오타쿠를 소재로 영화, 드라마, 만화로 제작된 ‘전차남’이 그 대표적인 예이다. 드라마의 배경이 된 일본 아키하바라는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신흥 관광 명소가 되었다. 자연스럽게 오타쿠 문화가 일본 내 지역 경제에 활력을 불어 넣자, 다른 소규모 도시에서도 유명 오타쿠를 발굴해 마을 부흥을 위한 오타쿠 성지 순례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있다. 이러한 오타쿠 문화를 지지하고 발전시키기 위해서 오타쿠 대상이라는 시상식도 생겼다. 오타쿠 대상은 매년 말 혹은 연 초에 한 해의 오타쿠에 관계된 것들을 돌아보는 이벤트이다. 그 해를 상징하는 작품과 토픽에 대해 대상이나 심사위원상이 수여된다. 현재 5회까지 시상식을 진행했으며 일본 오타쿠 문화에 일조하고 있다.

▶오타쿠의 명(明)과 암(暗)

오타쿠는 일본 경제에도 큰 파급력을 지닌다. 일본 시장조사기관인 야노경제연구소의 조사에 따르면, 게임이나 만화 속의 등장인물로 분장하여 즐기는 ‘코스프레’ 관련 서비스는 시장규모 93억엔으로 전년대비 10.7% 증가했으며, 스마트폰을 사용한 소셜 게임 유저가 늘어나면서 온라인 게임 시장은 2994억엔으로 전년대비 40.5% 증가했다. 전자 만화 시장도 시장규모 540억엔으로 전년대비 28% 성장했다. 일본에서는 이러한 분야를 ‘오타쿠 시장’이라 부른다. 오타쿠 시장은 현재 우리 돈 약 2조 원으로 매년 그 규모가 커지는 추세라 일본의 블루오션으로 각광받고 있다. 또 야노경제연구소는 올 8월에 전국 15~65세의 소비자 1만 명을 대상으로 한 인터넷 조사에서 25.5%에 이르는 5명 중 1명이 자신을 오타쿠라고 생각한다는 결과를 발표했다고 일본 마이컴저널은 보도했다. 오타쿠 시장이 커지면서 오타쿠에 대한 인식이 많이 달라졌지만, 부정적인 시선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일본인 나오코(29) 씨는 “오래 전 일본에서 여아 유괴살인사건이 있었는데, 범인의 집에서 수많은 양의 비디오 테이프가 발견되었다. 언론에서는 이를 ‘변태 오타쿠가 범죄를 저질렀다’고 발표했는데 그 이후부터 오타쿠에 대한 인식이 많이 안 좋아졌다”고 전했다. 일본에서 10년 동안 생활해왔다는 규슈대 홍예슬(24) 씨는 “일본인들은 어떤 엽기적인 사건이 일어나면 그가 어떤 집단에 속해 있는지 매우 궁금해하는데 과거 언론에서 히키코모리와 오타쿠를 같은 병적 질환자로 구분했다. 특히 장년층에서 오타쿠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가 많이 남아 있는 것 같다”고 했다.

▶ 오타쿠 = 화성인?

요즘 tvN의 ‘화성인 바이러스’라는 프로그램이 인기다. 대한민국 곳곳에 숨어있는 화성인들을 찾아 그들만의 특별한 인생철학을 들어보자는 것이 이 프로그램의 기획 취지이다. 화성인은 제작진이 정한 일반사람들과는 다른 삶의 방식을 가진 특이한 사람들을 가리키는 용어다.   제작진은 그동안 쓰레기녀, 족쇄남, 노출녀, 식탐녀 등 일반인이 상상조차 못하는 생활을 하고 있는 특이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했다. 특히 한 애니메이션의 캐릭터인 ‘페이트’와 결혼했다고 말해 오덕후보다 심한 십덕후라는 별명을 얻은 한 출연자의 사연은 많은 이들이 화제 삼기에 충분했다. 오덕후는 우리나라 네티즌들이 오타쿠의 발음에서 따온 신조어로써 일반적으로 상대방을 조롱하거나 비아냥거릴 때 사용되고 있다. 오타쿠의 부정적인 의미만 전달되어 사용되고 있는 것이다. 방송을 본 시청자 배소라(23) 씨는 “방송을 보고 나니 오타쿠들과는 상종을 못하겠더라. 더럽다. 내 주위에 방송처럼 십덕후 같은 변태들이 있을까봐 무섭다”는 소감을 전했다. tvN ‘화성인 바이러스’에 대해 경성대 일어일문학과 남미영 교수는 프로그램 자체가 시청률 때문에 쇼맨십이 강하다고 지적했다. 남 교수는 “단순히 모으고 수집하는 넓은 범위로 보자면 오타쿠의 영역과 다소 비슷한 면도 있지만, 일반인들이 봤을 때 부정적인 면만 오타쿠의 전부라고 오해할 만큼의 왜곡된 부분도 상당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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