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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어디를 가든 엄마는 너의 미래 친구들을 만난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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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어디를 가든 엄마는 너의 미래 친구들을 만난단다"
  • 부산광역시 김수정
  • 승인 2016.09.09 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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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과 직업 사이에서 고뇌하는 분쟁 전문 기자의 삶 그린 영화 <천 번의 굿나잇> / 부산광역시 김수정
(사진 : 영화 <천번의 굿나잇> 포스터)
영화 <천번의 굿나잇>은 다소 엄숙한 분위기로 시작된다. 내가 한 살이라도 더 어릴 때 이 영화를 봤다면 아마도 지루하고 따분하다고 느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신문방송학을 전공하고 사진에 관심 있는 사람인 내게 이 영화는 많은 것을 깨닫고 느끼게 해주었다. 주인공인 레베카는 사진기자, 그중에서도 분쟁지역에서 활동하는 종군기자다. 그리고 그녀는 두 딸의 엄마이자, 남편 마커스의 아내다. 가족들은 늘 그녀를 걱정한다. 마커스는 ‘신들조차 버린 위험한 곳’에 달려드는 그녀를 이해할 수 없다. 특히, 아이들은 혹시나 엄마가 죽지는 않을까 하는 불안한 마음으로 엄마를 기다린다. 그 불안감과 걱정은 곧 갈등으로 이어진다. 레베카가 폭발 테러 장면을 촬영하다가 사고를 당한 후로 가족 간 갈등은 더욱 깊어진다. 그녀는 살아났지만 중상을 입고 병원에서 잠들어 있는 동안 가족들은 불안에 떨어야 했기 때문이다. 이 영화의 주된 전개 요소는 레베카와 그녀의 큰 딸 스테프의 갈등이다. 한창 사춘기인 스테프는 엄마가 가족들의 걱정에도 불구하고 위험한 곳에 가서 일하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 스테프는 엄마에게 묻는다. “왜 전쟁 사진을 찍기 시작한 거예요?” 레베카는 “분노를 느껴서”라고 대답한다. 그녀의 대답이 맞다. 지금 이 순간에도 지구 반대편의 어떤 나라, 어떤 지역에서는 끔찍한 테러와 분쟁으로 인해 수많은 희생자가 생겨나고 있다. 하지만, 사람들은 그것에 얼마나 관심이 있을까? 오히려 연예인들의 열애설과 같이 뜨거운 화제가 될 만한 가십거리에만 주목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이런 상황에 레베카는 분노한 것이다. 그리고 현실을 알릴 필요성을 느낀 것이다. 누군가 해야 하는 일이라면 그것을 자신이 해야겠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영화 속에서 레베카와 스테프의 갈등이 더 깊어질 무렵, 나는 고등학생 때 읽었던 <세계는 왜 싸우는가?>라는 책이 생각났다. 이 책은 세계 분쟁 지역 전문 PD인 김영미의 저서다. 그녀가 이 책을 저술한 이유는 아들에게 분쟁의 진실에 대해 들려주기 위해서다. 책의 프롤로그에 그녀가 아들에게 전하는 말이 실려 있다. “세계 어디를 가든, 엄마는 너의 친구들을 만난단다. 미래의 너의 친구들을.” 레베카와 김영미 PD는 일을 선택함으로써 가정을 잊은 것이 아니다. 가정에서 모성애를 가지듯, 그들은 분쟁지역에서 모성애를 느낀다. 영화의 첫 장면과 마지막 장면은 비슷하다. 젊은 여성이 몸에 폭발물을 두르고 자살 폭탄테러를 준비하는 모습이 등장한다. 첫 장면에서 레베카는 너무나도 담담하다. 그녀는 울먹거리는 가족들과 테러하기 직전인 여성의 모습을 담담하게 사진 속에 담아낸다. 눈물 한 방울 흘리지 않고 사진만 연신 찍어대는 모습이 인간미 없어 보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그게 바로 직업 정신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영화 마지막 장면에서 레베카는 감정에 따라 행동한다. 그녀는 여성이 자살 폭탄테러를 준비하는 모습을 보는 것도 힘들어한다. 결국, 레베카는 영화 첫 장면과는 달리, 여자가 타고 가는 차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주저앉아 오열하고 만다. 모성애가 드러난 것이다. 그녀는 가정을 잊은 것이 아니다. 그녀는 이곳 분쟁지역에서 또 다른 스테프를, 그리고 스테프의 친구들을 구하고 싶었을 것이다. 영화를 보고 나서 여운이 남아, 관련 정보를 찾아봤더니, 이 영화는 1980년 전쟁터에서 사진기자로 활동했던 에릭 포페 감독의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고 한다. 영화의 제목인 <천 번의 굿나잇>도 그가 평소 아이들과 하던 인사 “Good night”에서 나왔다고 한다. 그와 아이들에게 “Good night”은 하루 아침에 “Good bye”가 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레베카도 일을 나가기 전에 아이들에게 인사한다. 마지막이 될 수도 있는 작별인사를, 천 번이 넘도록. 그 인사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영화를 보는 초반에, 나는 가족의 걱정에도 아랑곳하지 않는 레베카가 정말 고집이 세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녀는 선택한 것이다. 레베카는 말한다. “세상에는 내 의지로 어떻게 할 수 없는 게 있어.” 그녀의 직업은 종군기자. 신들조차 버린 위험한 곳에서 죽어가는 또 다른 스테프를 위해 뛰는 것이다. 특별한 한 컷, 사람들이 외면하고 있는 어두운 그늘을 가장 잘 보여줄 수 있는 그 한 장면을 위해 오늘도 그녀는 셔터를 누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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