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170만 참가, 청와대 100m 앞 진출...부산서도 시민 22만 명 가두 시위 / 정혜리 기자
“박근혜를 구속하라!” “부산시민! 함께해요!” 서면로터리에서부터 문현교차로까지, 부산 도심이 시민들의 함성과 빛나는 촛불로 가득 들어찼다.
3일 서울 광화문과 부산 서면 중앙대로를 비롯한 전국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 퇴진 촉구 시위'에 건국 이후 최대인 232만 명(주최측 집계)의 국민이 참가했다.
3일 오후 부산 서면 쥬디스태화 앞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제5차 부산 시국집회가 열렸다. 이날 집회에는 사상 최대인 시민 22만 명이 동참했다. 주최 측은 날씨가 맑은데다 야권이 오는 9일을 목표로 하는 대통령 탄핵소추안 처리에 앞서 분노한 민심을 최대한 표출할 필요가 있다는 인식이 확산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서면에는 본 행사가 시작되는 오후 6시 전부터 인파가 몰려 중앙대로 5개 차로가 통제됐다. 행사는 시민들이 서면 로터리에서부터 교보문고 앞까지 차례차례 질서 있게 앉은 상태로 진행됐다. 집회에 참가한 시민들은 바람이 부는 추운 날씨에도 거리에 나와 핫팩을 손에 쥔 채로 “박근혜를 구속하라,” “새누리도 공범이다,” “재벌도 수사하라”와 같은 구호를 외쳤다.
집회가 계속될수록 거리의 시민들은 점점 더 늘어났다. 시민들은 길을 가다가도 피켓을 주워들고 “박근혜 하야”를 외쳤다. 중앙대로에 앉을 자리가 없어 빌딩 앞 인도에 자리를 잡은 전태석(62, 부산시 동래구) 씨는 “대통령은 국민의 대표인데 왜 국민의 말을 안 듣냐”며 “집에서 뉴스 보고 있으면 화병이 날 지경”이라고 말했다. 매주 집회에 참가한다는 정현주(44, 부산시 북구) 씨는 초등학생 자녀 둘을 데리고 서면으로 나왔다. 정 씨는 “우리 애들한테 여기가 역사의 현장이라고 알려주고 싶어서 같이 왔다”며 “박 대통령이 대통령직에서 물러날 때까지 계속해서 집회에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6시부터 시작된 집회는 부산대 교수 등 26명으로 구성된 박종철 합창단의 공연과 시국발언,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대표와 고등학생, 대학생의 자유 발언에 이어 밴드 '스카웨이커스'의 공연 순으로 진행됐다. 박종철 합창단은 <우리의 소원은 통일>의 가사를 "우리의 소원은 탄핵"으로 바꾸고 영화 <레미제라블> OST <민중의 노래가 들리는가>를 부르며 대통령 퇴진을 요구했다. 고등학생들은 발언대에 올라 “시험이 이틀 남았지만 답답해서 이곳에 왔다”며 "과거의 삼일운동, 유월항쟁도 학생들로부터 시작됐다"고 말해 시민들의 박수를 받았다.
밴드 스카웨이커스의 공연이 끝나고 7시 50분께에는 시민 모두가 일어나 거리행진에 나섰다. 시민들 중 절반은 NC백화점, 부산지하철도 2호선 전포역을 지나 문현교차로로 향했고, 나머지 절만은 범내골 교차로, 부산지하철도 1호선 범일역을 거쳐 문현교차로로 행진했다.
행진 과정에서 차로가 통제되면서 많은 시민들은 불편을 겪었지만, 연도의 시민들은 행진 행렬을 향해 웃음을 지어 보이거나 구호를 함께 외치며 연대의 뜻을 보였다. 버스를 타고 있던 한 시민은 버스 창문을 열고 피켓을 흔들어 보였고, 범일동 일대 아파트 주민들이 집 안 전등을 모두 끈 채 창문 밖으로 휴대폰 불빛을 흔들자 집회 참가자들은 함성으로 답했다. 구호를 외치며 3km를 걸어간 두 개 행렬은 부산 도심을 휘감아 문현교차로에 도착했고 9시 20분께 집회를 마쳤다.
한편 ‘박근혜 정권 퇴진 비상국민행동’은 3일 서울에서 열린 집회에 170만 명을 포함 전국 집회에 232만 명이 모였다고 밝혔다. 경찰 추산 인원으로도 서울 32만 명, 부산 2만 3,000명 등 전국 43만 명이어서 지금까지의 경찰 집계 중 최다 인원을 기록했다.
특히 지난 2일 법원이 청와대 100m 거리까지 향할 수 있게 하면서 이번 서울 집회는 역대 집회 중 청와대에서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열렸다.
광화문 집회는 자정을 넘겨서까지 계속됐는데, 경찰 연행자가 1명도 없는 등 평화롭게 진행됐다. 날이 점점 추워지는데도 매주 주말 집회참가자는 늘고 있고, 오는 9일 국회의 박 대통령의 탄핵안에도 시민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문현로터리까지 행진도하고 유모차 끌고 오신분, 어린아이들까지 퇴진하라 외치는데
감동이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