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핑몰-편의점 연계 무인택배함 서비스...부산 금정구 등 지자체도 무인택배함 설치 / 정혜리 기자
최근 택배기사를 사칭한 범죄 발생 보도가 잇따르면서 불안해하는 원룸촌 거주자들에게 무인택배함이 각광받고 있다.
대단지 아파트에선 경비실에 택배를 맡길 수 있지만, 원룸빌라는 상주 경비원이 없어 찾아온 이를 거주자가 직접 대면해야 한다. 최근 신축 원룸 건물에 별도의 택배보관함이 설치되는가 하면, 지자체에서 나서 모두가 이용할 수 있는 무인 안심택배함을 설치하기도 한다.
학교 기숙사에 살다 새 학기부터 독립한 박영은(22, 서울시 관악구) 씨는 애초 원룸을 구할 때부터 택배함 유무를 살펴봤다. 인터넷 쇼핑의 상품을 배달받거나 부모님이 보내주는 물건을 편히 받기 위해서다. 택배 물품을 받기 위해 시간 맞춰 택배 기사가 오기를 기다리지 않아도 되고 택배기사라고 말하는 수상한 사람을 마주치지 않아도 된다. 박 씨는 “나도 좋고 택배 기사도 좋고 서로 편리한 것 같다”고 말했다.
경비원이 없는 원룸촌에서는 택배물품 도난도 빈번하다. 수취인이 집에 없을 경우 문 앞에 두고 가 달라고 말하는 경우가 많은데 집 앞에 둔 물건을 다른 누군가가 가져간다는 것. 취업준비생 박현주(27, 서울시 동대문구) 씨 역시 택배를 잃어버린 경험이 있다. “큰 물건이 아니면 문고리에 걸린 우유주머니 속에 넣어달라고 부탁하는데 어느 날에는 그걸 누가 쏙 가져갔다”며 “CCTV를 확인하니 우리 건물 사람도 아닌 낯선 사람이 그 건물 택배를 전부 훔쳐간 것이었다”고 허탈해했다.
원룸 거주자들이 택배 문제로 골머리를 썩이자, 한 쇼핑몰에서는 아예 택배를 맡아주는 서비스를 개시했다. 종합쇼핑몰 G9는 편의점 GS25에 ‘스마일박스’라는 무인택배함을 설치했다. 쇼핑몰 이용객은 배달받고 싶은 위치 주변에 있는 편의점 스마일박스를 수령지로 지정하면 그곳의 무인택배함에서 물건을 찾을 수 있다.
한편 부산에서는 금정구가 먼저 나서 공용 무인 안심택배함을 설치했다. 원룸 건물이 밀집한 장전동에 1인 가구와 여성을 위해 설치한 것. 소형 12칸, 중형 5칸, 대형2칸 등 총 19칸 규모이며, 24시간 연중 가능하고 이용료는 없다. 다만, 다른 사람의 이용에 불편이 없도록 48시간 안에 물건을 찾아갈 것을 권장한다.
금정구는 여성 1인 가구가 가장 많은 장전1동 내에서도 지하철역과 가깝고 많은 사람이 통행하는 까치어린이공원에 택배함을 설치했다. 보관에 이어 찾을 때 역시 안전할 수 있는 공간을 고려한 것. 배송지를 안심택배함 주소로 지정하면 택배업체는 안심택배함에 물품을 넣고 택배이용자 연락처를 입력, 보관영수증을 받아서 돌아간다. 택배함 이용자는 택배함 센터에서 받은 인증번호로 택배함에서 물건을 찾을 수 있다.
원정희 금정구청장은 “금정구가 안심택배함을 설치한 것은 부산에서 처음이며 여성친화사업으로 조성되는 것으로 생활 필수서비스인 택배로 인한 범죄 노출 예방은 물론 분실이나 파손을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또 “1인 가구 밀집지역을 중심으로 확대 운영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