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의해도 "내 돈 주고 보는데 웬 참견이냐" 되레 큰소리...경찰, "‘공연 음란죄’ 적용해 처벌 가능" / 정인혜 기자
대학생 김주영(25, 부산 사하구) 씨는 얼마 전 PC방에서 낯 뜨거운 장면을 목격했다. 옆자리 50대 남성이 헤드셋을 쓴 채 야한 동영상을 보고 있었기 때문. 그는 주위의 수군대는 소리에도 전혀 아랑곳하지 않은 채 모니터에서 시선을 떼지 않았다.
참다 못한 김 씨는 남성에게 항의했지만, 그는 되레 "내 돈 주고 내가 보는데 네가 무슨 상관이냐"고 소리쳤다. 말이 통하지 않겠다고 판단한 김 씨는 결국 그 PC방에서 나왔다. 그는 "더러운 꼴 보기 전에 그냥 다른 PC방으로 옮겼다"며 "자기 돈으로 하고 싶은 것 한다는 데 할 말도 없고... 세상에는 참 이상한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고 고개를 저었다.
공공장소인 PC방에서 음란물을 보는 ‘PC방 야동족’이 주변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야동족은 낮보다는 늦은 밤, 또는 이른 새벽에 주로 출몰한다. 야간에 일하는 PC방 아르바이트생들에게는 야동족을 목격하는 게 일상일 정도다.
부산 사상의 한 PC방에서 야간 아르바이트를 하는 아르바이트생 진모(22, 여성) 씨는 “아르바이트 초기에는 충격을 받았지만, 오늘은 몇 명이나 있을까 혼자 예측도 해보는 편”이라고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PC방 아르바이트생은 PC방에 있는 모든 컴퓨터를 관리하는 ‘관리자 컴퓨터’를 쓰기 때문에, PC방 이용자들이 컴퓨터로 무엇을 하고 있는지 다 알 수 있다고.
진 씨는 “야동만 보는 사람은 차라리 양반이지, 바지에 손을 넣는 사람도 있었다”고 귀띔했다. 야동 시청이 실제 음란행위로 이어지기도 한다는 설명이다.
또 다른 PC방 아르바이트생 김모(27, 여성) 씨는 야동족들이 무서워 야간 아르바이트에서 주간 아르바이트로 일하는 시간대를 바꿨다. 그는 “야동 보는 손님 주변에서 항의가 들어와 주의를 부탁드렸더니, 오히려 헤드셋도 빼고 스피커 소리를 올려 야동을 보더라”며 “해코지당할까 더는 말도 못하고, 그날 이후로 야간에는 출근을 안 한다”고 말했다.
PC방 야동족에 대한 소식을 접한 여론은 강력한 제지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특히 PC방 주요 고객층이 초등학생을 포함한 미성년자라는 점에서 이를 근절해야 한다는 의견이 대다수다.
초등학생 자녀를 둔 주부 백남희(34, 부산시 중구) 씨는 “예전에는 담배 냄새로 골치더니, 이번에는 또 야동이냐”며 “바바리맨은 잡으면서 야동족은 왜 안 잡나. 경찰에서 강력하게 처벌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야동족을 법적으로 처벌할 수 있을까. 경찰에서는 ‘공연음란죄’를 적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형법 제245조가 규정한 공연음란죄는 '공공연한 장소에서 음란한 행위를 한 자는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한다'고 적시하고 있다.
여기서 음란한 행위란 성욕을 흥분, 또는 만족하게 하는 행위로 타인에게 수치감, 혐오감을 주는 행위를 말한다. 공공장소에서 음란 동영상을 시청하는 행위는 타인에게 혐오감을 불러일으킬 만한 사유가 충분하다고 보는 것이다.
부산의 한 경찰관계자는 “공공장소에서 대놓고 음란물을 시청한 경우이기 때문에 공연음란죄를 적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동영상을 보는 현장을 적발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타인에게 불쾌감을 유발하려고 했다는 고의성을 입증하는 과정에서 시시비비를 가려야 할 경우가 있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