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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초, 중, 고교생들 사이에서 돈을 걸고 하는 ‘도박’을 모방하는 사례가 적지 않게 일어나고 있어 충격을 주고 있다.
학생들은 온라인 고스톱을 즐기는 것에서 벗어나, 이젠 현실 상황에서 직접 도박을 즐기고 있다. 학생들 사이의 도박은 단순한 게임이라고만은 볼 수 없는 심각한 수준까지 이르렀다. 최소 몇 백 원에서 최대 몇 십 만원까지의 판돈이 왔다 갔다 하고, MP3플레이어 등 자신의 귀중품을 내걸기도 한다. 속칭 ‘판돈’은 현금 외에도 귀중품이나 휴대전화 결제서비스 등 다양하기 때문에 돈이 없는 학생들도 쉽게 참여할 수 있다.
이러한 현실로 인해 원(One) 카드나 화투짝이 공부를 해야 하는 학생들의 책상 위에 놓여 있는 것은 물론, 학생들 사이의 도박이 학교폭력으로 이어지거나 과다한 휴대전화 요금이 부과되는 등 여러 가지 문제점이 생겨나게 되었다.
중학교 2학년 자녀를 둔 학부모 김은미(만 44세) 씨는 “주택가 구석진 곳에서 5~6명 정도의 학생들이 교복차림으로 계단에 둘러앉아 화투를 하는 모습을 보고 너무 놀라 경찰에 신고한 적이 있다”며, “내 아이도 저러고 다니는 것은 아닐까 하는 걱정이 들었다”고 했다.
이처럼 학생들은 방과 후는 물론, 쉬는 시간이나 점심시간을 통해 교사들이 버젓이 있는 교실에서도 당당하게 도박을 하는 황당한 경우도 일어나고 있다.
부산시 북구에 위치한 K고등학교에서 있었던 일이다. 국어를 담당하고 있는 강모 씨는(만 30세) 수업을 하고 있던 도중 뒤에 앉은 두 학생이 고개를 숙이고 무언가에 집중하고 있는 것을 보았다. 강모 씨는 “아이들의 책상은 나에게 들키지 않으려고 책이 담처럼 쌓여 있었고, 화투와 동전으로 가득했다”며, “벌점을 받고 혼이 나는 동안에도 아이들은 반성의 기미가 전혀 보이지 않았다”고 했다.
학생들 사이의 도박이 더 큰 문제가 되는 것은 학생들이 도박을 하던 도중 폭력을 행사하는 경우도 일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부산시 강서구에 위치한 B중학교에서는 단순한 게임으로 시작한 도박놀이가 친구들 간의 폭력 사태로 번진 경우도 있다. 현재 B중학교 3학년에 재학 중인 박모 양은 이러한 사태를 처음부터 다 지켜본 목격자이다. 박모 양은 “평소 친하게 지내던 두 친구가 쉬는 시간에 ‘짤짤이’를 하다가, 계속해서 돈을 잃은 친구 한 명이 화가 나서 욕을 하게 되어 결국 서로 주먹질이 오고 갔어요”라고 했다.
동전 몇 개로 장난삼아 하는 속칭 ‘짤짤이’, 지폐나 동전을 책 위에 쌓아놓고 손으로 쳐서 많이 뒤집는 사람이 이기는 일명 ‘판치기’, 화투를 이용한 노름 중 하나인 ‘섯다’ 등 여러 가지 도박 게임의 종류가 있어 학생들은 더 많은 흥미를 느끼게 된다. 이러한 현실로 인해 일부 교사들은 학생들이 도박에 중독되어 학습의욕마저 저하되고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고등학교 2학년에 재학 중인 김성훈(만 17세) 군은 “내 친구는 한 달 힘들게 아르바이트해서 번 돈을 도박에 모두 쏟아 붓는다”며, “나도 도박을 하다가 져서 빚진 돈을 갚기 위해 부모님 지갑에 손을 댔다가 많이 혼난 적이 있다”고 했다.
학생들 사이의 도박은 드라마나 영화의 영향을 적지 않게 받는 것으로 보인다. 고등학생의 도박과 폭력성으로 논란을 빚었던 SBS 드라마 ‘타짜’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심의를 받기도 했다. 주인공이 현재와 과거를 대비하기 위해 고등학생으로 설정한 점이 문제가 되었다. 이를 본 학생들은 드라마 속에서 도박으로 돈을 벌어 화려한 인생을 누리는 주인공을 따라 하고 싶은 욕구를 느끼게 된다. 그러나 도박은 가장 쉽게 돈을 버는 방법일 수도 있지만 반대로 가장 많은 돈을 순식간에 잃을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