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 물결은 바닷가에 만 있는 게 아니다. 내륙에도 초록 물결 가득한 ‘녹차 밭’이 관광객들의 주목을 받는다.
전남 보성군 벌교읍 징광리에 기자 일행이 도착하자,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마침 다향제가 열리고 있었다. 보성군에서는 차를 널리 알리기 위해서 1985년부터 해마다 5월 10일에 차 문화 행사인 다향제를 열어 찻잎 따기, 차 만들기, 차 아가씨 선발대회 등의 행사를 개최했다고 한다.
녹차밭 입구에는 매표소에서 표를 사는 관광객들이 많이 보였다. 성인은 3,000원, 청소년 2,000원. 표를 구입한 후, 녹차 밭으로 올라가는 길에는 울창한 삼나무 숲길이 펼쳐진다. 높이가 20m는 되어 보이는 삼나무들이 차 한 대 지나갈 정도의 폭을 사이에 두고 길 양쪽으로 늘어서있다. 한국의 아름다운 길에 선정된 이 곳 숲길 사이로 길을 걷고 있으니, 우리 일행은 잠시나마 드라마의 주인공이 된 기분을 느낄 수 있었다.
숲길을 약 300m 정도 걸어 들어가면 특산품 판매장이 있었는데, 녹차 잎으로 만든 초콜릿, 양갱, 각종 장식품이 판매되고 있었다. 근처에서 관광객들은 녹차 아이스크림과 녹차 슬러시를 맛보며 진한 녹차 향에 흠뻑 빠진 듯했다. 이곳의 녹차 아이스크림은 시중에서 사 먹던 녹차 아이스크림보다 농도가 더 짙게 녹아있었다.
매장 근처에는 분수대와 작은 꽃밭이 조성되어 있었다. 그 길을 지나 조금 더 올라가니 텔레비전에서만 보던 보성 녹차밭 풍경의 하이라이트가 펼쳐졌다. 보성 녹차밭은 국내 녹차 생산량의 약 40%를 차지하는 국내 최대 녹차 생산지답게 어마어마한 녹차나무들을 자랑하고 있었다.
22만 평으로 펼쳐진 신록은 20여 년 전에 재래종 차 씨앗을 심은 이후 지금까지 비료나 퇴비를 쓰지 않고 있다고 한다. 그리고 햇차를 따기 전에 풀을 한 번 베고, 차를 딴 후 한여름과 초가을 사이에 풀을 베는 것을 제외하고는 이곳의 차나무들은 사람의 손길을 전혀 타지 않고 자란다. 어떻게 이 넓은 밭을 일일이 사람의 손으로 관리하나 걱정했더니, 비결은 스스로 자라는 것이었나 보다. 녹차 잎들은 관광객들의 시각과 후각의 즐거움을 선사하는 고마움과 대견함까지 갖추었다.
녹차 잎의 수입만큼이나 관광객들의 입장료도 어마어마할 것 같아 보였다. 그 만큼 관광객의 발길은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이 초록 계단들 사이에서 관광객들은 저마다의 포즈로 사진 추억을 남겼다.
파릇파릇한 녹차 잎은 보는 것만으로도 시각을 ‘힐링’시켜주지만, 실제 녹차잎은 우리의 신체를 힐링하는 항산화 물질인 폴리페놀을 함유하고 있어 항암효과가 각종 암을 예방해준다. 이뿐만 아니라, 호흡 순환 기능을 자극하고 이뇨작용이 있어 만성 심장병에 효능있음이 입증되었다고 한다. 또, 녹차의 떫은 맛을 내는 탄닌의 여섯 가지 카네킨 성분이 콜레스테롤 상승을 억제한다고 한다. 이렇게 보면 만병통치약이 따로 없는 것 같다.
녹색 물감을 칠해 놓은 듯 우리나라 녹차 문화를 책임지고 있는 전남 보성 녹차 밭. 이미 많은 국민들이 한 번쯤 가 봤을 법하지만, 아직 가보지 않았다면 가족, 연인, 친구들과 함께 이번 핫한 여름을 여기서 함께 보내는 것도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