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사람들이 미용에 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각종 병원들이 원래 진료 과목 치료보다는 미용 관련 시술에 치중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정작 치료를 위해 병원을 찾은 환자들이 제대로 진료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
여기서 해당 병원들이 진료과목보다 선호한다는 미용 관련 시술이란 성형외과(또는 피부과)의 피부 관리, 치과의 치아 미백, 그리고 안과의 라식과 라섹을 뜻한다.
부산시의 안과, 치과, 성형외과 병원 5곳의 시술 형태를 시빅뉴스가 조사한 결과, 성형외과의 경우 90% 이상, 나머지 병원도 미용 관련 시술이 치료 목적의 시술보다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부산시 북구의 한 성형외과는 최근 병원 확장 공사를 했다. 피부 관리를 원하는 환자들이 늘어나자 치료실을 피부 관리실로 바꾸어 버린 것이다. 해당 병원의 관계자는 이곳을 찾는 환자의 대부분이 피부 미용을 위해 방문한다며 치료를 요하는 환자가 적다보니 피부 관리실을 늘리는 것에 대해서 크게 환자들이 불평하지 않는다고 했다.
성형외과의 또 다른 변화는 의료 행위를 할 수 있는 의료 인력보다 미용 관련 관리사들이 더 많이 늘어난다는 점이다. 최근 피부 치료를 위해 병원을 방문했던 신모(23) 씨는 치료를 위해 정맥주사 마취를 해야 했는데 주사를 놓을 수 있는 간호사가 아무도 없었다며 “얼음장 같이 차가운 수술대에서 한참을 누워 있어야 했어요. 나중에서야 의사가 직접 와서 마취를 해주더군요”라고 불만을 호소했다.
반면, 진료 자체를 거부하는 병원도 있었다. 진구 서면의 한 안과에 방문한 박모(23) 씨는 갑자기 눈이 따갑고 아파서 병원을 방문했는데 라식과 라섹을 전문적으로 하는 병원이라며 진료를 거부당했다. 박 씨는 “눈이 아파 안과에 갔는데 눈을 치료하는 다른 곳으로 가라니, 왜 안과 병원이라는 간판을 달고 있는지 모르겠어요”라고 말했다.
이가 아파 부산시 남구 대연동의 한 치과를 방문했던 대연동의 정모(58) 씨도 같은 경험을 겪었다. 그 치과에서는 치아교정만 전문으로 한다면서 다른 치과를 가보라고 했다는 것이다. 정 씨는 “우리나라 치과가 그렇게 전문화되었는지 처음 알았습니다”라고 말했다.
치료 목적으로 치과를 방문했는데도 진료 절차가 미용과 관련된 부분이 많아서 고생한 사람도 있었다. 치아에 통증을 느껴 치과를 방문한 김모(25) 씨는 진료카드를 작성하는데, 질문 항목들이 본인의 질환과 관계없는 미백이나 치아 교정 등 미용 관련 항목이 태반이었던 것이다. 김 씨는 “병원에서 마치 치아 미백이나 치아 교정을 유도하고 있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어요”라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 대해, 병원들은 요즘 워낙 동종 병원들이 많이 늘어나서 다른 병원들과의 경쟁에서 살아남으려면 어쩔 수 없다고 했다. 한 병원 관계자는 “병원도 일종의 비즈니스다. 이익이 많이 창출되는 쪽에 투자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했으나, 의료 거부 행위에 대해서는 답변을 거부했다.
한편, 의료법 15조 1항에는 "의료인은 진료나 조산 요청을 받으면 정당한 사유 없이 거부하지 못한다"고 규정돼 있다. 보건복지부의 한 관계자는 "의료법이 말하는 ‘정당한 사유’에 해당하는 범주가 그 증상을 치료할 인력이 없다거나, 장비가 없다거나, 시설을 갖추고 있지 않은 등 무수히 많으므로 상당히 복잡한 법리적인 해석이 필요하다. 만약 해당 병원을 고발하고 싶다면, 그 병원이 속한 관할 구역의 보건소에 문의하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