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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게임 아이템 거래는 치외법권 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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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게임 아이템 거래는 치외법권 지대
  • 취재기자 조민지
  • 승인 2013.08.06 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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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버 머니는 현행법상 재물 아니다"...사기 당해도 대책없어
▲ 게임 아이템 최대거래 중개사이트인 ‘A사’는 매주 거래된 아이템의 가격을 가장 높은 순으로 10위까지 공개하고 있다.
인터넷 게임 아이템의 현금 거래 사기가 늘고 있지만 사기를 당해도 현행법상 법적인 보호를 받기 어려워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인터넷을 이용한 온라인 게임에서는 유저(이용자)들이 특정 게임 사이트에 접속하여 돈을 지불하고 아이디와 패스워드를 만들면 그 게임 화면에 자기 캐릭터가 생기고 그 캐릭터를 조종하면서 게임에 참여할 수 있게 된다. 그 사이트엔 수천, 수만 명의 유저들이 각자 자기의 캐릭터를 조종하면서 동시에 게임을 즐긴다. 그 유저들은 각자 다른 레벨에 속해 있고 다른 경험치를 가지고 있는데, ‘레벨’은 게임을 하는 이용자 캐릭터의 힘의 강도 단계를 나타내는 수치다. 또 ‘경험치’란 게임을 하는 이용자의 캐릭터가 게임을 진행한 정도를 측량하는 단위, 즉 얼마나 그 게임을 오래 했느냐를 나타내는 수치를 말한다. 온라인 게임 ‘메이플 스토리’를 예로 들면 유저가 키우는 캐릭터들이 돌아 다니며서 몬스터들을 사냥하고 퀘스트(게임이 요구하는 임무)를 수행해야 경험치가 올라간다. 일정한 경험치가 되면 레벨이 한 단계 높아진다. 유저들은 자기 캐릭터를 움직여 각 레벨에서 요구하는 퀘스트를 부지런히 수행하면 경험치가 올라가고, 그 경험치가 쌓이면 레벨이 올라간다. 이때 캐릭터의 경험치가 올라가면 아이템이란 도구(일종의 무기)도 하나씩 생긴다. 아이템이 많아지면 캐릭터의 힘도 세지고 못하던 일도 하게 된다. 그래서 새 아이템이 생기면 경험치를 빨리 쌓을 수 있고 따라서 레벨도 빨리 올라간다. 메이플 스토리는 레벨1부터 최대한 레벨200까지 올라 갈 수 있는데, 레벨1부터 15까지는 가볍게 올라갈 수 있지만 그 뒤부터는 퀘스트 수행이 점점 복잡해지고 어려워져 새로운 기능을 갖는 아이템 얻기도 어렵고 경험치와 레벨을 올리기도 힘들어진다. 남들보다 빠른 레벨업을 위해서는 퀘스트 수행을 신속하게 해야 하는데 그 임무 수행이 갈수록 어렵고 힘들어지니 사람들은 퀘스트 수행을 더 빨리 끝낼 수 있는 강력한 무기(아이템)들을 어떻게 하면 빨리 얻을 수 있을지를 고민한다. 시간을 많이 소비하고 덩달아 게임 사용료도 많이 지불할 수도 있지만 시간과 돈이 게임 이용자들을 더 초초하게 만들고 한시라도 더 게임에 집착하게 하여 중독으로 몰고 갈 수도 있다. 그래서 많은 게임 유저들은 돈으로 새로운 강력한 아이템을 구매하거나 구하기 힘든 희소 아이템을 얻기 위해서 게임 이용자들끼리 현금으로 거래하기도 하는 것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친구들끼리 서로 자기들의 아이템을 같은 시간에 온라인 게임에 들어와 서로 교환하기도 한다. 그러나 중요 아이템의 경우는 당연히 상황이 다르다. 수요가 몰리니 자연히 가격이 폭등한다. 어떤 강력한 아이템은 1,000만원을 호가하고 수백만원, 수십만원 하는 아이템도 부지기수다.  비싼 아이템을 구매하면 당장 그 이용자는 경험치를 마구 쌓을 수 있고 레벨도 따라서 빠르게 올라간다. 게임 이용자들은 마지막 레벨에 도달하는 것을 소위 ‘만렙을 찍다’라고 표현하는데 이에 도달하면 명예의 전당에 자기 이름을 올릴 수 있다. 아이템을 별도의 돈으로 사지 않고 오로지 경험치를 높이는 것으로 만랩을 찍으려면 하루 종일 게임을 한다고 해도 수개월이 걸린다. 게임 유저가 일상생활을 하면서 주중의 밤이나 주말 등만을 이용한다면 몇 년이 걸릴 수도 있다. 자칫 어린 아이들이나 청소년, 심지어는 성인들도 아이템, 경험치, 퀘스트, 레벨 등으로 이어지는 게임의 세계에 빠지면 중독에 이르기 십상인 것이다. 대개 아이템 거래는 온라인 게임의 아이템 거래를 주선하는 별도의 사이트에서 이뤄진다. 부산에 거주하는 대학생 장모(21) 씨는 3년 동안 밤낮없이 해오던 온라인 게임 ‘메이플 스토리’를 최근에 이런저런 이유가 생겨 그만두기로 했다. 게임 상에서 꽤 높은 레벨과 많은 아이템들을 보유하고 있던 장 씨는 게임 아이템 거래 시세를 고려해 사용하던 캐릭터와 아이템들을 80만원에 처분하기로 했다. 곧이어 장 씨는 게임 아이템 거래만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사이트 ‘A’사를 통해서 아이템을 사기를 원하는 B씨와 거래를 하게 됐다. 잠시 후 장 씨에게 입금이 되었다는 문자가 A사로부터 왔고, 장 씨는 곧바로 거래할 아이템들을 사이트를 통해 B씨에게 넘기자, 장 씨는 아이템 거래가 정상적으로 완료되었다는 문자를 다시 A사로부터 받았다. 그러나 통장에는 입금된 80만원이 없었다. 알고보니 B씨가 마치 A사가 직접 보낸 것처럼 장 씨에게 A사 대신 허위문자를 보냈던 것이다. 부산 남구에 거주하는 김모(32) 씨도 결혼을 앞두고 즐겨하던 온라인 게임을 그만두기 위해 아이템을 처분하다가 장 씨와 비슷한 사기 피해를 입고 남부경찰서 사이버 수사과에 신고했다. 문제는 사이버 공간이 아닌 현실에서 현금이 오가는 사이에서 발생한다. 온라인 사기피해정보 공유사이트인 ‘더 치트’에 따르면, 이 사이트에 접수된 게임 아이템 사기 피해 사례는 올해 441건에 달한다. 이 가운데 게임 아이템 최대 거래 중개사이트 ‘A사’에서 발생한 사기 피해는 116건으로 피해액이 약 2000만원에 이른다. 그럼에도 ‘A사’에는 여전히 하루에 수백 건의 아이템 거래가 이루어지고 있으며, 올해 이곳에서 거래된 최고가 아이템은 무려 1290만원이었다. 게임 아이템 거래를 종종 하는 고등학생 조모(19) 군은 “이렇게라도 아이템을 사지 않으면 게임 경험치를 높이는데 한계가 있다”며 “경험치를 높이려고 밥먹고 화장실 가는 시간도 줄여 게임을 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아이템을 얻는데 게임 이용자들은 혈안이 돼 있는 것이다. 그래서 인터넷 상의 아이템 거래판이 커지는 만큼 사기피해도 속출하고 있지만 피의자의 처벌은 쉽지 않아 보인다. 게임 산업 진흥법에 따르면, 게임 아이템을 사기 위해서 현금을 입금했는데 상대방이 아이템을 넘겨주지 않았다면 상대방을 사기죄로 고발할 수 있다. 현금을 받고 아무 것도 안 주었으므로 범죄가 된다. 그러나 아이템을 팔려고 아이템을 넘겨주었는데 현금을 받지 못한 경우에는 현금을 안 준 상대방을 사기죄로 고발하지 못한다. 그 이유는 현행법상 사기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재물이나 재산상의 이득을 요건으로 하는데, 현행법은 사이버 머니나 아이템을 실재 재물이나 재산상 이득물로 인정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즉, 아이템(일종의 사이버 머니 또는 재물)은 현행법상 아무것도 아니므로, 아이템을 주고 현금을 못 받은 것은 아무 것도 안 주고 아무것도 안 받은 셈이니 사기죄를 물을 수 없다는 것이다. 경찰청 사이버대응센터의 관계자는 “전문적인 아이템 거래(중계) 사이트를 통했다고 보호를 받는 경우는 없다”며 “모든 아이템 현금 거래는 원칙적으로 불법이기 때문에 피해를 입고 보상받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고 말했다. 또한, 관계자는 “되도록이면 아이템 거래를 하지 않는 것이 좋지만, 하려거든 직접 만나서 거래를 하는 것이 피해를 줄이는 최선이다”고 당부했다. 
▲ 온라인 사기피해정보 공유사이트인 ‘더치트’에 신고된 게임아이템 거래 피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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