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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년, 대한민국은 외환위기를 겪었다. 국민들은 일자리를 잃었고 대학생들은 취업난에 허덕였다. 사람들은 경제적 위기 속에서 오아시스를 갈망했다. 이듬해 1998년, 게임회사 블리자드는 <스타크래프트·1: 브루드워(스타1)>를 발매했고, <스타1>은 누구나 할 것 없이 피시방으로 불러들였다. 이는 곧 ‘PC방 문화’가 만들어진 태초의 시기이기도 하다. 스타 1은 전국민적인 인기를 끌면서 단순한 오락이 아닌 하나의 스포츠로 자리매김한다. 바로 e스포츠의 등장이다. 2001년, ‘한국e스포츠협회’가 창립되었고 <스타1>을 중심으로 경기 규칙, 대회 방식, 선수 관리가 체계화되었다. 사람들은 <스타1>을 하는 것에 멈추지 않고 보는 것에도 열광했다. 프로게이머 ‘쌈장’ 이기석의 등장은 TV 광고시장까지 그 영향력을 미쳤고 e스포츠는 10년간 부흥의 시대를 맞았다.
하지만 2010년, e스포츠계에 충격적인 사건이 일어났다. 천재적인 실력을 바탕으로 준수한 성적을 거두어 팬들에게 큰 사랑을 받았던 한 프로게이머가 승부조작에 연루된 사실이 밝혀진 것이다. 언론을 통해 소식을 접한 팬들은 분노했다. 믿지 못하는 팬들도 존재했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승부조작에 가담한 선수가 그 선수뿐만이 아니라는 것이었다. e스포츠계는 큰 충격에 휩싸였다. <스타1>의 인기는 승부조작 스캔들 이후 내림세를 탔고 결국 2012년 여름, <스타1>은 13년간의 긴 여행의 마지막 종착역을 맞이했다. 승부조작에 연루된 프로게이머들은 국내 e스포츠계에서 영구제명되었지만 버젓이 <스타1> 해외대회를 통해 활동하고 있는 실정이다.
승부조작 스캔들은 종목을 막론하고 발생했다. 국내 프로축구 리그 K리그에서도 국가대표 출신 최성국이 승부조작 사건과 연루되어 사회적 파문을 일으켰다. 대한축구협회와 K리그 연맹은 승부조작에 가담한 최성국 외 47명의 선수를 영구제명했다. 축구와 관련된 어떠한 일에도 종사하지 못하도록 말이다. 시선을 돌려 해외축구리그를 살펴보자. 이탈리아 프로축구 리그 세리에A는 세계적인 명문클럽 유벤투스가 승부조작 스캔들에 연루되었다는 사실이 언론을 통해 밝혀지자 前 시즌 우승자격 박탈은 물론 2부리그 강등이란 강력한 대가를 치르게 했다.
최근 다시금 e스포츠 열풍을 불고 있는 게임인 리그오브레전드(LOL)에서 승부조작 스캔들이 발생했다. 이 사실은 안타깝게도 LOL 프로게임 팀인 ‘ahq코리아’ 출신 천민기 선수가 투신자살을 시도하기 전 SNS에 남긴 글을 통해 밝혀졌다. 다행히 경찰은 천 선수의 생명에는 지장이 없다고 발표했지만, e스포츠계는 큰 충격에 휩싸였다. 4년 전, e스포츠를 존폐위기까지 몰리게 한 승부조작 스캔들이 다시 불거진 것이다. 한국e스포츠협회는 진상규명을 위해 사건조사팀을 꾸려 사태 진화에 나서고 있지만, 승부조작 스캔들에 따른 후폭풍은 거셀 전망이다.
한국e스포츠협회는 4년 전 승부조작 스캔들로 13년간 쌓아온 공든 탑을 무너뜨렸던 기억을 잊어서는 안 된다. 협회는 무방비로 인터넷에 노출된 불법 배팅사이트의 단속을 강화해야 한다. 그리고 현 프로게이머들은 아직 자기의사가 뚜렷하지 않고 인성이 완성되지 않은 미성년자가 대부분이다. 협회는 이를 잘 파악해서 게임팀별 인성교육 시간을 마련하여 선수들을 승부조작의 유혹에서 차단해야 한다.
“엄마, 스포츠하러 PC방가게 1,000원만 주세요”라는 말이 있다. 인터넷상에서 e스포츠를 스포츠로 분류한 것을 희화화한 표현이다. 하지만 이제 저 말은 옛말이 되었다. 2013년, 게임 리그오브레전드의 가장 큰 대회가 미국 LA에서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2만 명으로 집계된 현지 관중은 물론이거니와 TV 시청자는 3,200만 명을 넘었다. e스포츠는 단순한 게임을 넘어 세계적인 스포츠로 발돋움한 것이다. 우리나라는 e스포츠의 시작이었고, 앞으로도 중심이 될 것이다. 협회는 이번 승부조작 사건을 철저히 조사하여 다시 맞이한 우리나라의 e스포츠열풍을 이어나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