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니스의 왕 ' 페더러 "정현, 세계 10위 안에 들 수 있는 정신력과 체력 갖췄다" 극찬 / 윤민영 기자
테니스 신드롬을 불러일으킨 정현(대한민국, 세계 랭킹 58위)이 26일 호주 멜버른에서 열린 호주 오픈 테니스대회 남자 단식 4강전에서 로저 페더러(스위스, 세계랭킹 2위)에게 기권패했다. 정현은 발바닥 부상을 안고 투혼을 펼쳤지만 2세트 중 기권을 선언했다.
정현은 이날 세계적인 테니스 스타 페더러를 만나 1세트부터 힘겨운 경기를 풀어나갔다. 경기 시작 33분만에 게임 스코어 1:6으로 페더러에게 1세트를 내줬다. 이윽고 시작된 2세트에서는 게임 스코어 1:4로 뒤쳐진 상황에서 메디컬 타임아웃을 요청해 왼쪽 발바닥 부상을 치료하는 등 어려워하는 모습을 보였다. 정현은 부상을 치료한 이후 2세트 경기를 속행했지만 게임 스코어 1:5 상황에서 결국 기권을 선언했다. 총 경기시간 1시간 3분이었다.
정현은 이번 호주 오픈 테니스대회에서 ‘혁명’에 가까운 모습을 보이며 돌풍을 일으켰다. 지난 20일에 열린 남자 단식 32강전에서 알렉산더 즈베레프(독일, 세계 랭킹 4위)를 만나 세트 스코어 3:2로 승리했다. 이어 지난 22일 16강전에서는 노박 조코비치(세르비아, 세계 랭킹 14위)를 맞아 세트 스코어 3:0 승리를 거머쥐는 등 세계적인 테니스 스타 앞에서도 결코 기가 꺾이지 않는 강한 면모를 보였다.
정현이 한국 국적 선수 최초로 메이저 대회 4강에 진출하는 기염을 토해내자, 우리나라에는 테니스 신드롬이 일었다. 유명 포털 사이트 실시간 검색 순위에 정현, 정현 테니스 중계, 테니스 룰 등 테니스 관련 용어가 꾸준히 오르내렸다.
페더러는 이날 경기를 마친 후 장내 인터뷰에서 정현을 높게 평가했다. 페더러는 정현이 1세트를 워낙 잘 풀어나가 몸상태가 안좋은 줄 몰랐지만 2세트에 들어와 정현의 컨디션이 정상이 아님을 직감했다고 했다.
페더러는 “나도 부상을 안고 뛰었던 적이 있었기 때문에 멈춰야 할 순간이 있다는 것을 안다”며 안타까워했다. 또 그는 “정현이 이번 대회 기간 중 보여준 퍼포먼스는 세계 10위 안에 들 수 있는 정신력과 체력이다”며 “(정현은) 훌륭한 선수로 성장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한편 페더러는 오는 28일 마린 칠리치(크로아티아, 세계 랭킹 6위)를 만나 개인 통상 20번째 그랜드 슬램에 도전한다. 두 선수가 최근에 맞붙었던 지난 2017년 윔블던 결승전에서는 페더러가 세트 스코어 3:0으로 승리한 바 있다. 페더러는 “조코비치, 나달에 밀려 고전했던 시기가 있었지만 개인 통산 20번째 우승 기회를 거머쥘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