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랭킹 수직 상승, 역대 한국 최고 랭킹인 28위권 예상…"정말 자랑스럽다" / 정인혜 기자
테니스계 유망주로 불리던 정현이 세계적 스타로 우뚝 섰다. 그는 호주 오픈 4강 진출 티켓을 따내며 테니스 역사에 한 획을 그었다.
정현은 24일 호주 멜버른에서 열린 호주 오픈 남자 단식 8강전에서 미국의 테니스 샌드그렌 선수를 3대 0으로 완파하고 준결승에 진출했다. 이로써 정현은 한국 선수로는 사상 처음이자 아시아 선수로는 86년 만에 호주 오픈 4강에 진출하게 됐다. 정현은 오는 26일(금요일) 로저 페더러-토마시 베르디흐 경기에서 승리한 페더러와 결승행 티켓을 놓고 경기를 치를 예정이다. 세계 랭킹은 페더러가 2위다.
정현은 이번 대회가 끝난 뒤 발표될 세계 랭킹 명단에서도 수직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 OSEN에 따르면, 정현은 호주 오픈 4강 진출로 랭킹 포인트 720점을 얻어 다음 주 1577점이 된다. 정현이 1577점을 받으면 현재 기준 28위에 해당된다고 한다. 한국 선수 최고 순위는 현재 은퇴한 이형택이 지난 2007년 8월 기록한 36위다. 정현은 개인 최고 순위는 물론 한국 최고 순위를 눈앞에 두고 있는 셈이다.
아시아 랭킹에서도 새로운 기록을 쓰게 될지 주목된다. 현재 아시아 순위권은 일본이 독차지하고 있다. 아시아 권 1위는 세계 랭킹 24위인 일본의 니시코리, 이어서 41위인 스기타 유이치가 뒤를 잇고 있다. 역대 아시아 최고 순위는 지난 2015년 니시코리가 보유한 랭킹 4위다. 니시코리가 현재 손목 부상으로 경기가 어려운 점을 고려할 때, 정현이 아시아 탑랭커에 오르는 것도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정현은 실력은 물론 여유 있는 인터뷰로도 주목받고 있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정현은 샌드그렌과의 8강전 후 경기장 인터뷰에서 “마지막 경기 40-40 매치포인트 상황이었다. 역사적인 순간이었는데 무슨 생각을 했나”라는 질문에 “세리머니로 무엇을 할지 생각했다”고 말해 관중들에게 웃음을 선사했다. 정현은 가족과 코치를 일일이 호명하며 감사 표시를 하던 중 “너무 많다”라고 말해 웃음을 이끌어냈다.
그는 이어 “페더러와 베르디흐 중 4강 상대로 누구를 더 선호하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도 “잘 모르겠다. (확률은) 50-50이다. 누구와 맞붙든 상관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정현은 국내 팬들과 현지에서 응원한 한국 팬에게도 잊지 않고 감사 인사를 전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아직 시합 안 끝났으니까 많이 응원해달라. 금요일에 뵙겠다"고 말한 뒤 퇴장했다.
국내 팬들의 반응은 뜨겁다. 김연아‧박태환을 잇는 차세대 스포츠 스타가 탄생했다는 반응이 대다수다.
한 네티즌은 “테니스 세대 교체 핵심 선수 중 한 명이 우리나라 선수가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며 “한국 스포츠 역사 최고의 슈퍼스타 탄생을 내 눈으로 지켜볼 수 있어 영광”이라고 극찬했다.
지나친 응원을 자제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온 국민의 관심이 오히려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한 네티즌은 “전 국민의 관심이 부담으로 느껴질까 봐 걱정 된다”며 “지금도 충분히 국위 선양했으니 마음 편히 남은 경기 치렀으면 좋겠다. 정말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네티즌들은 “진짜 상상도 못했다”, “작은 나라에서 어쩜 이렇게 레전드 스포츠 선수들이 때마다 등장할까”, “실력과 겸손과 위트를 모두 갖춘 선수”, “대한민국에서 자랑할 사람이 한 명 더 생겼다”, “4강도 즐기면서 경기하길” 등의 댓글을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