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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대 소득 준다" 주민 반대에 첫 삽 뜨기도 힘든 대학 기숙사 신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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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대 소득 준다" 주민 반대에 첫 삽 뜨기도 힘든 대학 기숙사 신축
  • 취재기자 조윤화
  • 승인 2018.03.03 0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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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측 "풍기 문란· 주거환경 악화 등 억지 주장 내세워"...학생들 "방 구하기 전쟁 여전" 한숨 / 조윤화 기자
전국 4년제 대학교의 기숙사 수용률은 21% 수준으로 대학생 주거 문제가 심각하다. 사진은 지난달 21일 ‘주거 약자 대학생을 구하라’를 주제로 열린 간담회 당시 모습(사진: 김현아 자유한국당 의원 페이스북)
새 학기가 시작될 때마다 학생들의 ‘방 구하기 전쟁’은 예나 지금이나 여전하다. 학교와 정부는 학생들의 주거 부담을 덜어주려 저렴한 월세를 받는 기숙사 신축을 추진한다. 하지만, 이마저도 ‘생존권을 보장하라’는 학교 인근 주민의 반대로 무산되기 일쑤다. 교육부와 한국대학교육협의회 조사에 따르면, 전국 4년제 대학교의 기숙사 수용률은 21% 수준이다. 전체 대학생 5명 중 한 명 꼴로 기숙사에 들어갈 수 있는 셈. 서울시 내 15개 대학교 중 11곳은 평균 기숙사 수용률인 21%에도 미치지 못한다. 고려대의 기숙사 신축은 5년째 제자리걸음이다. 고려대 기숙사 수용률은 10.4%로 전국 평균 기준 절반 정도. 이에 고려대는 2013년 1100여 명의 인원을 수용할 수 있는 기숙사 신축을 결정했다. 이듬해 학교 측은 주민들을 상대로 공청회, 설명회를 열며 설득에 나섰지만 별다른 진전은 없었다. 주민들은 대학의 기숙사 신축이 환경을 훼손한다며 반대하고 있다. 한양대도 마찬가지다. 한양대는 2015년 학생 2000명을 추가로 수용할 기숙사 신축 계획을 발표했지만, 곧바로 인근 주민들과 임대업자들의 거센 반발에 부딪혔다. 이후 지지부진하게 이어져 오던 신축 계획은 2년 만에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 심사를 통과했다. 심사를 통과하는 과정도 순탄치 않았다, 심사를 앞두고 학생들은 기숙사 건립을 촉구하며 밤샘 집회를 벌였고, 한양대 학생들에게 원룸을 임대하고 있는 주민들은 반대 의사를 표하며 맞불 집회를 가졌다. 동아일보 보도에 따르면, 기숙사 신축을 반대하는 일부 주민들은 “대학생 기숙사 앞에는 콘돔이 나온다더라”라며 “대학생들이 술 마시고 담배 피우는 모습을 내 손자가 본다고 생각한다면 화가 난다”고 말하기도 했다. 기숙사 증설을 반대로 인근 주민들이 내세우는 근거는 주로 기숙사 근처 풍기 문란과 신축 과정에서 발생하는 환경 훼손 등이다. 하지만 학생들을 돈벌이 수단으로 보고 임대소득 감소 우려로 반대를 하는 것 아니냐는 주장도 팽팽하다. 계속되는 주민 반대에 부딪혀 기숙사 신축 계획이 수포로 돌아갈 수 있다는 우려가 일자, 일부 학교에서는 주민들을 상대로 법적 대응에 나서기도 했다. 홍익대는 2013년 마포구청이 주민들의 반대를 이유로 건축허가를 내주지 않자, 행정소송을 걸어 2015년 승소해 다음 해 준공에 들어갔다. 이화여대는 2014년 7월 서대문구청으로부터 건축허가를 받아 공사를 시작했으나 주민들이 건축허가 처분 무효 확인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절차에 문제가 없다며 이대 측의 손을 들어주었다. 한 달 뒤 이대는 기숙사 공사에 들어가 2016년 완공했다. 복잡하게 얽힌 문제로 기숙사 신축 문제가 쉽지 않자, 정부가 학생들 주거 문제 해결을 위해 나섰다. 한국사학진흥재단이 행복기숙사 건립으로 저소득층 대학생의 부담을 덜어주고자 한 것. 서울 주요 대학가 원룸 평균 월세가 49만 원인데 비해 행복기숙사의 월세는 19만 원 수준으로 매우 저렴하다. 그러나 정부에서 추진하는 행복기숙사 사업 역시 인근 주민들의 반발에 부딪혔다. 서울 성북구 돈암동의 한 아파트 단지 앞 공터에 들어설 예정인 행복기숙사는 주민들의 반발로 1년 넘게 공사 시작조차 못 하고 있다. 행복기숙사 건립 반대 추진위원회는 지난해 ‘세월호 참사를 벌써 잊으셨나요? 우리 아이들을 지켜주세요’라는 현수막을 내걸러 여론의 뭇매를 맞기도 했다. 이들이 반대하는 주요 이유는 인근 초등학교의 면학 분위기를 해칠 수 있다는 것. 동아일보와 인터뷰에서 한 주민은 “대학생 기숙사 앞에는 콘돔이 하루에 몇 개씩 나온다고 한다”며 “기숙사가 생기면 한시도 마음을 놓지 못하고 살아야 할 것”이라 말하기도 했다. 한편, 지난달 21일 ‘주거 약자 대학생을 구하라’를 주제로 간담회가 열렸다. 이날 행사를 주최한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자유한국당 김현아 의원은 “대학생 기숙사 수용률은 21%에 불과하다”며 “학자금 대출로 수천 만 원대 부채를 짊어지고, 취업을 위한 연수, 자격증, 영어시험 준비로 막대한 지출에 허덕이는 대학생들을 생각하면 현실이 열악하기 이를 데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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