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을 강타한 미투 운동 여파가 대학가로도 번졌다. 많은 피해자들의 폭로가 잇따르는 것은 물론, 혹시 모를 불상사를 대비해 교내 행사도 조심스럽게 진행되는 분위기다.
지난 2일 개강과 동시에 상당수 대학교가 성추문에 휩싸였다. 가해자는 교수부터 선배, 동기, 후배까지 다양하다. 대학가 SNS 커뮤니티 ‘대나무숲’, 페이스북 ‘스쿨미투’ 페이지에는 성폭력 피해 사례가 줄을 잇고 있다. "교수님이 강의 때마다 여학생들의 머리를 만지작거린다", "1학년 여학생은 다이아몬드, 4학년 여학생은 똥이라는 말을 들었다", "남자 동기들이 있는 카톡방에서 합성 사진이 유포됐다", "술자리에서 막무가내로 키스를 당했다” 등 피해 내용도 가지각색이다.
성추문에 휩싸인 교수들이 늘어나면서 수업에도 차질이 생기고 있다. 후임 교수를 정하지 못한 학교에서는 아예 수업을 폐강하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
교수 성폭행 폭로로 파문이 인 서울의 모 대학교에 재학 중인 A 씨는 "다른 교수님이 긴급 투입돼서 수업을 하고 있는데, 담당 과목이 아니어서 전문성이 떨어진다"며 "성범죄자 한 명 때문에 수십 명의 학생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 조교 선배들은 (그 과목이) 폐강될 것 같다는 이야기도 하더라"고 말했다.
새 학기 행사도 조심스럽게 진행되는 분위기다. 불상사를 대비해 주류 없이 행사를 진행하는 학교도 다수다.
부경대학교 학생회 집행부장을 맡고있는 차석준(22, 부산시 대연동) 씨는 “성 문제 발생 예방 차원에서 술을 마시지 않는 모임을 가졌다"며 "일체 주류 반입도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경성대 신문방송학과 부학회장을 맡고 있는 이선주(22, 부산시 대연동) 씨도 “미투 운동 파문으로 다들 신경을 많이 쓰고 있다"며 "행사 때마다 학생들에게 성폭행, 성희롱에 대해 강조하고 매사 주의하며 진행하는 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