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안리 비치로 잘 알려진 부산시 수영구 민락동에는 더운 여름을 몰아내는 시원한 바람과 아름다운 바다 경치가 보이는 수변공원이 있다. 수변공원은 지도에 나타난 바와 같이 광안리 해변을 지나 회센터를 거쳐 해운대 방향 뒤쪽에 자리 잡고 있어서 광안리 해변에서는 보이지 않는다(지도 참조).
수변공원은 여느 공원과 마찬가지로 사람들이 쉬었다 갈 수 있는 그늘과 벤치가 있다. 하지만 수변공원에는 수 십 개의 횟집이 공원을 따라 줄지어 성업 중이고, 횟집 앞에는 벤치가 늘어서 있으며, 벤치부터 바닷물이 있는 곳 직전까지는 계단이 조성돼 있다. 그리고 계단이 끝나는 곳에는 약간 경사진 평지가 있고, 그 평지의 끝이 바다다. 사람들은 그 벤치나 계단, 그리고 평지에 돗자리를 깔고 줄지어 앉아서 발 앞의 바닷물이 철썩이는 소리를 들으며 바로 뒤 횟집에서 시킨 회를 즐길 수 있다. 이곳 옆으로는 휘황찬란한 광안대교 야경까지 보이니 술 먹고 놀기에 최상의 환경이 조성된 곳이 수변공원이다.
“몇 명이서 왔어요?”
“네 명이요.”
“저희도 네 명인데 같이 한 잔 하실래요?”
이것은 수변공원에 모인 사람들 사이에서 오가는 대화 중 하나다. 수변공원은 해운대에 이어 새롭게 ‘헌팅의 메카’로 부상하고 있다. 많은 인파가 모이고 술 먹기 좋은 환경이 조성되고 보니, 이런 대화가 하룻밤에도 수없이 들린다. 건전할 수 없는 환경에서 헌팅이 일어나다 보니 문제도 많다.
광안리 근처에 사는 남대생 안모(22) 씨는 함께 온 친구 두 명과 자리를 옮겨가며 '헌팅'할 여성들을 찾고 있었다. 안 씨는 “헌팅하려고 갔는데 튕겼다. 같이 놀 여성들을 찾고 있다”며 “즉석만남이 성사될 때까지 시도할 거다. 사람들이 많으니 곧 파트너를 찾을 거다”라고 말했다.
수변공원은 낮과 밤이 다르다. 수변공원의 낮에는 운동하거나 잠깐 바다를 보며 산책하는 인근 주민들이 오간다. 하지만 수변공원의 밤은 술꾼들로 입추의 여지가 없다. 수변공원 근처에는 회 센터도 있고, 지짐(부침개)과 홍합탕 등의 안줏거리를 실비로 판매하는 가게들도 있다. 10년 동안 그 자리에서 홍합탕과 지짐을 판매한 김모(54) 씨는 “1년 전만 해도 수변공원에는 나이 많은 사람들이 많이 찾았다. 올해부터 젊은이들이 하나둘 늘어나더니, 여름철을 맞아 중장년층은 물론 젊은이들도 많이 오고 있다”고 말했다.
이곳을 찾은 20대, 30대들이 SNS에 값싸게 회를 먹는 사진을 올리면서 입소문을 타고 수변공원을 찾는 젊은이들이 많아졌다. 서울시 서대문구에 사는 남대생 양모(22) 씨는 “부산 친구의 추천으로 이곳을 찾아왔다. 회 값도 싸고 경치도 좋아서 들렀다”고 말했다. 서울시 양천구에 사는 남대생 공모(25) 씨는 “여행자들 사이에서 수변공원도 부산에서 꼭 들러야 하는 필수코스로 알려지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검색 사이트에 수변공원을 치면, ‘부산 핫플레이스’ 라는 연관 검색어가 함께 따라온다. 수변공원으로 사람들이 많이 모이자, 자연스럽게 사람들 사이에서 즉석만남이 이루어지는 일들이 많아지면서 수변공원이 부산의 핫플레이스가 된 것이다. 작년까지만 해도 누리꾼들 사이에서 부산의 헌팅 메카로 유명세를 탓던 곳은 해운대였다. 그러나 이제 수변공원이 누리꾼들 사이에서 떠오르는 헌팅의 메카가 되었다.
부산시 진구에 사는 여대생 이모(23) 씨는 올해 6월 친구들과 수변공원에서 즉석만남을 가졌다. 이 씨는 그날 말 잘하는 남자들이 수변공원 전체를 돌아다니며 즉석만남을 가질 상대를 찾는 모습을 보게 됐다. 그들은 자신들과 인원이 맞는 여자들이 모여 있는 곳을 발견하면 돗자리 사이로 들어가서 즉석만남을 제의하곤 했다. 수법도 다양했다. 안주가 떨어진 경우는 안주를 나눠 먹자고 하기도 하고, 수변공원을 벗어나 다른 곳에서 술 한 잔 더하자고 말하기도 했다. 이 씨는 “우리 일행은 바로 옆 돗자리에 있던 남자들이 집요하게 요구하는 바람에 그들과 즉석만남을 가졌다”고 말했다.
수변공원 헌팅에 연령 구분도 없는 듯했다. 이 씨는 “50대 중반으로 보이는 분들도 즉석만남을 가지는 것을 봤다. 20대들처럼 남자와 여자가 따로 놀다가 돗자리를 합쳐 함께 노는 모습이 여러 곳에서 보였다”고 말했다.
부산시 사상구에 사는 여대생 황모(23) 씨는 이번 달 수변공원에서 즉석만남을 가졌다. 황 씨는 제대로 알지 못하는 사람들과 하룻밤 놀고 헤어졌다. 그녀는 “깊이가 없는 일회용 만남이었다”며 “남자 중 한 명이 취한 내 친구를 모텔로 데려 가려다가 우리 만류로 그러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여사원 차모(50, 부산시 남구) 씨는 함께 일하는 사람들과 함께 수변공원을 찾았다. 차 씨는 “젊은 사람들이 수변공원에서 즉석만남하는 것을 알고 있다. 딸을 키우는 처지에서 나중에 어떤 일이 벌어질지 걱정이 앞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