횟집, 포장마차 등 많아 전국의 젊은이들 몰려들어...초면 남녀들 스스럼없이 어울리는 '헌팅' 성행 / 이준학 기자
본격적인 더위가 시작되고 있는 요즘, 부산 광안리 민락동 수변공원을 중심으로 즉석 만남, 이른바 ‘헌팅’이 활발하게 벌어지고 있다. 헌팅은 한 무리의 젊은 남녀를 중심으로 초면인 사람들이 만나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 부산의 대표 관광지로 꼽히는 광안리의 이름에 걸맞게 타지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수변공원으로 몰려들고 있다.
수변공원 근처에는 횟집과 포장마차, 편의점 등이 두루 갖춰져 있어 주류와 음식을 사들고 이곳을 찾는 사람들이 많다. 광안대교와 초고층 아파트 단지의 야경을 가까이서 볼 수 있다는 점도 관광객들의 발길을 이끄는 요인의 하나다. 부산시가 지난 4월 공개한 ‘2017 부산관광산업 동향분석’에 따르면, 이곳을 찾는 사람들은 2016년 196만여 명에서 2017년 269만여 명으로 37.4%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중에서도 단연 눈에 띄는 풍속도는 ‘헌팅’이다. 백이면 백 남성 쪽에서 공원을 거닐고 있거나 자리를 잡은 여성들에게 다가간다. 세 명의 친구와 이곳을 찾은 직장인 이규혁(21, 경남 양산시) 씨는 “친구들끼리 노는 것도 즐겁지만 이왕이면 더 재밌게 즐기고 싶다”며 헌팅 성사를 다짐했다. 이 씨는 “안주와 술도 넉넉히 준비하여 여성들의 합석을 유도할 것”이라 전했다.처음으로 밤에 수변공원을 찾았다는 여대생 강모(21) 씨는 “친구와 단둘이 산책 겸 수변공원을 찾았는데, 생각에 없던 합석 제안이 들어와 당황스럽다. 하지만 싫지는 않다”고 전했다.
수변공원은 밤바다와 함께 신선한 회를 즐기는 곳으로도 유명하다. 3만~4만 원이면 세 명이서 술잔을 기울이기 딱 알맞다는 평과 함께 블로그, SNS 등으로 수변공원이 알려지면서 회를 좋아하는 여행객들의 필수코스가 된 것. 이러한 환경 속에 헌팅으로 각자의 음식을 나누며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연출되기도 한다. 허기원(24, 경기도 고양시) 씨는 지난 6월에 전역하고 친구들과 수변공원을 찾았다. 허 씨는 “여행 중 우연히 수변공원을 알게 되어 왔다가 분위기가 좋아 더 머물 예정”이라며 “회가 유명하기도 하고 헌팅이 활발해 기분에 따라 시도해 볼 것”이라고 전했다.
남성들이 처음 만나는 이성에게 건네는 말도 다양하다. 무난하게 일행의 수를 묻는 남성들부터 대뜸 “남자친구 있죠? (없다는 대답에) 이렇게 예쁜데 없을 리가”라며 상대방을 먼저 치켜세우는 사람도 있었다. 편의점에서는 간식과 술을 함께 고르며 상대가 어느 상품을 집더라도 본인과 똑같은 취향이라고 맞장구를 치는 남성들이 드물지 않았다.
그러나 이런 문화가 익숙하지 않아 보이는 사람도 있었다. 어렵게 인터뷰에 응한 여대생 A 씨는 일행에서 잠시 떨어져 나왔는데 한 남성이 집요하게 말을 걸어 떨쳐내기가 곤란했던 것. A 씨 외에도 혼자 수변공원 근처를 걷다가 남성들이 다가오면 황급히 잰걸음으로 자리를 피하는 여성들이 종종 눈에 띄었다.
한편, 수변공원을 찾는 사람들이 증가함에 따라 수영구청은 환경미화원과 안전요원을 배치했다. 근무 중이던 한 안전요원은 “요즘 젊은 사람들이 많이 찾아오고 있지만 소란을 피우거나 큰 말썽을 부리는 사람들은 오히려 예전보다 많이 줄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