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 눈치 안보고 나홀로 식사 즐겨...혼밥족 대상 전문 식당도
대학생 이모(20, 부산시 동래구) 씨는 학교에 친구들보다 일찍 도착해 학교 식당에서 밥을 혼자서 먹는 일이 많다. 그녀는 식사를 위해 자리에 홀로 앉았지만 주변 사람들이 이상하게 쳐다보는 것 같아 최대한 밥을 빨리 먹고 자리를 뜰 수밖에 없다. 이 씨는 “어쩌다 보면 혼자 밥을 먹어야하는 사정이 생길 수도 있는데, 그걸 알면서도 항상 사람들의 시선에 신경이 쓰인다”며 “혼자 밥을 먹고 있으면 마치 뭔가 잘못한 것 같이 자신감이 없어진다”고 말했다.
이 씨처럼 혼자 밥을 먹는 사람들을 일컬어 사람들은 ‘혼밥족’이라 부른다. 최근 인터넷에서는 ‘혼자 밥 먹기 레벨’이 화재다. 혼밥족에도 레벨이 있다는 것이다. 인터넷에서 소개하는 레벨의 순서는 다음과 같다.
1단계: 편의점에서 라면, 김밥 혼자 먹기/ 2단계: 푸드코트에서 혼자 밥 먹기/ 3단계: 분식집에서 혼자 라면 먹기/ 4단계: 패스트푸드점에서 혼자 햄버거 먹기/ 5단계: 중국집에서 혼자 짬뽕 먹기/ 6단계: 고급 일식집에서 혼자 스시 먹기/ 7단계: 고깃집에서 혼자 고기 구워 먹기/ 8단계: 술집에서 혼자 술 먹기/ 9단계: 패밀리 레스토랑에서 혼자 스테이크 먹기
여기서 단계가 올라갈수록, 혼자 식사하는 게 남 눈치 더 보이고, 혼자 먹기 불편한 장소에서 혼자 식사하는 고단수를 의미한다. 대학생 이모(23, 부산시 동래구) 씨는 “혼자 밥 먹기 레벨이 우스갯소리로 이슈가 되긴 했지만, 요즘 사람들이 혼자 밥을 먹는 것에 대해 얼마나 신경 쓰는지를 보여주는 것 같다”고 말했다.
나홀로 식사에 대한 사람들의 의견은 분분했다. 대학생 조민화(21, 부산시 해운대구) 씨는 “혼자 밥을 먹는 것을 보면 ‘같이 밥을 사람도 없나’라는 생각부터 들고 대인관계가 좋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도 든다”고 말했다. 다른 대학생 김모(21, 부산시 해운대구) 씨는 “혼자 밥을 먹을 바에 차라리 밥을 먹지 않는다. 혼자 먹으면 왠지 친구도 없어 보이고 남 시선도 신경 쓰여 불편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나홀로 식사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을 가진 사람들이 늘고 있다. 대학생 안주아(21, 부산시 북구) 씨는 “외국에서는 혼자 먹는 것이 자연스럽고 당연하게 생각되는데, 유독 우리나라만 혼자 밥을 먹는 것에 대해 편견을 갖는 것 같다”며 “이제는 그러한 편견에서 벗어날 필요성을 느낀다”고 말했다. 대학생 최하나(21, 부산시 해운대구) 씨도 “혼자 밥을 먹는 사람을 보면, 예전엔 이상하게 생각했지만, 이제는 그 사람들에게도 사정이 있겠지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대학에서 외식서비스경영학을 전공하는 조희경(22) 씨는 “바쁠 때 혼자 회전 초밥집에 가서 몇 그릇을 먹고 올 때도 있다”며 “최근 노년층, 1인 가구가 늘어난 만큼 그들을 타깃으로 한 레스토랑이 많이 생겼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최근 조 씨의 의견처럼 혼밥족을 위한 식당이 실제로 등장했다. 부산시 수영구에 위치한 고기집 ‘우미가’는 한우 차돌과 등심구이 1인 구이 전문 식당이다. 이 식당은 혼자 온 손님이 한우 1인분을 시켜도 환영이다. 인테리어도 한 명씩 고기를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도록 ‘바’ 형태로 꾸며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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