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참정권 촉구하며 교복 입고 투표소 찾아...“청소년 투표권은 시기상조” 반론도 / 조윤화 기자
6.13 지방선거가 치러진 13일 유권자들의 다양한 투표 인증사진이 눈길을 끌었다. 이날 오후 4시 30분까지 인스타그램에 ‘투표 인증’을 태그한 게시물은 무려 27만 9000여건에 달했다. 손가락 하트 모양은 물론 투표용 도장을 손등에 수차례 찍은 모습 등 여러가지 인증샷이 올라왔다.
일부 유권자들은 사전 투표가 진행된 지난 8, 9일과 본 투표일인 13일 교복을 입고 투표장을 찾았다. 네티즌 A 씨는 13일 본인의 인스타그램 계정에 “학교는 청소년의 것인데, 왜 학생들은 교육감 투표조차 못하는 걸까”라며 교복을 입은 채 투표한 사진을 게재했다. 해당 사진에서 A 씨는 ‘청소년과 함께 투표하고 싶다’는 문구가 적힌 종이를 들고 있었다.
영화 <똥파리>에 출연하고, 5·18민주화운동 기념식 사회를 맡은 배우 김꽃비는 지난 9일 교복 차림으로 사전 투표를 한 인증샷을 공개했다. 그는 “동복 교복을 입어 더웠다”며 “청소년에게 참정권을”이라는 글을 게재했다.
촛불청소년인권법제정연대는 사전투표일과 본 투표일 모두 ‘투표소 교복 입장’ 캠페인을 벌였다. 지난 2월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의 발언에 반박하기 위해서였다. 앞서 김 대표는 당시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교복 입고 투표하는 상황을 초래하지 않아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바 있다.
자유한국당은 공직선거법 개정 논의가 국회에서 활발하게 이뤄지던 올해 초, 선거 연령을 만 18세로 하향 조정하는 안건에 대해 7세 조기 취학이라는 학제 개편을 전제 조건으로 내걸어 사실상 반대 입장을 밝혔다. 대대적인 학제개편을 해서라도 교복을 입은 유권자는 없어야 한다는 것. 김 원내대표는 지난 2월 대표연설에서 “취학연령 하향으로 선거연령 하향에 따른 ‘학교의 정치화’에 대한 우려는 불식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당시, "교복 입은 학생들이 투표하는 상황을 막아 학교의 정치화를 막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김 원내대표의 발언을 두고 논란이 오갔다. 하지만 6.13 지방선거에서 유권자들이 김 원내대표의 발언을 규탄하며, 청소년 참정권을 촉구하는 집단행동으로 옮겼다.
촛불청소년인권법제정연대는 13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 교보빌딩 앞에서 ‘선거연령 하향과 청소년 참정권 촉구 행동의 날’이라는 슬로건을 걸고 선거연령 하향과 청소년 참정권 보장을 주장하는 집회를 열었다.
이들은 사전투표 첫날인 지난 8일에도 ‘투표소 교복 입장, 청소년참정권을 요구하는 유권자 행동’ 기자 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이날 선언문을 낭독하고, 교복을 입고 투표하는 퍼포먼스를 벌인 뒤 단체로 교복을 입을 채로 사전 투표를 했다.
최은순 참교육학부모회 회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교복을 입고도 그 어떤 유권자보다 더 공정하게 판단하여 투표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며 “올해 투표권을 갖지 못 한 만 18세 청소년들을 대신해 미안한 마음으로 교복을 입고 투표하려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오늘 교복을 입고 사전투표하는 것을 계기로 우리 학부모들은 청소년들의 권리가 완전히 보장되는 날까지 함께 투쟁하겠다”고 덧붙였다.
반면, 청소년 참정권에 대해 탐탁지 않게 여기는 사람들도 많다. 직장인 박진경(32, 부산시 연제구) 씨는 “권리에는 자연스럽게 의무와 책임이 따른다는 것을 알아야 하는데 아직 우리나라 청소년들은 이 부분에서 모자란 것 같다”며 “교육감 선거에서도 학생들이 투표권을 행사하지 못하는 것은 다소 문제가 있다고 인정하지만 아직은 시기상조인 것 같다”고 말했다.
대학교 3학년생 김모(22, 부산시 금정구) 씨는 “다들 학창시절 겪어봐서 알지 않느냐, 정치에 관심을 가지고 뉴스를 챙겨보는 고등학생은 별로 없다”며 “정치는 어른들도 어려워하는대 고등학생이 투표권을 쥐게 되면 네거티브, 흑백선전에 휘둘려 표심이 왜곡될 가능성이 있다”고 걱정했다.
한편, 선거연령 18세 하향은 문재인 정부가 선정한 ‘100대 국정과제’에도 포함돼 있는 만큼 문 대통령 임기 내 청소년들이 투표권을 쥐게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