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요우커 100만시대(4) 쇼핑 다변화...소규모 가게들도 통역사 배치
부산 요우커 100만 시대를 맞아, 중국 국경절 연휴였던 10월 1일부터 일주일간은 국내에 요우커가 가장 많이 몰린 기간이었다. 부산을 방문하는 요우커가 증가할 것이라는 예상에 따라, 부산의 대형 백화점들은 화장품 매장을 중심으로 요우커를 맞아 분주했지만, 부산의 명물 노점 쇼핑가인 광복동, 남포동 작은 가게들은 밀려오는 요우커를 쳐다만 보고 있어야 했다.
요우커가 밀려오자, 신세계 백화점 부산 센텀시티점은 매장의 전 층에 통역사를 배치했다. 부산의 롯데 백화점 본점 내 면세점과 파라다이스 호텔에 있는 신세계 면세점도 요우커들의 대량 구매에 대비하여 BC은련카드(중국의 체크카드)를 사용하면 요금의 일정 금액을 할인해주거나 사은품을 제공하는 등의 행사에 나섰다.
남포동의 로드샵 화장품 가게들도 백화점 못지않게 몰려오는 요우커에 대비하고 있다. 이곳 아리따움 매장들은 통역사를 배치해 요우커와의 원활한 소통에 대비했고, 토니모리 매장들도 중국인들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는 클렌저 제품에 대해 추가 주문해서 물향을 확보하는 등의 준비를 하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백화점이나 화장품 로드샵 옆의 악세사리 매장이나 팬시점들이다. 남포동의 한 악세사리 상인은 중국 관광객이 몰려 진땀을 뺐다. 요우커들이 화장품을 사러 한국에 온다는 말은 들었어도 악세사리를 사러 가게에 들어올지를 전혀 예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악세사리 상인은 중국어를 할 수 있는 직원이나 알바생도 두지 못했다. 악세사리 샵에서 알바를 하고 있는 대학생 서모(22, 부산시 영도구 청학동) 씨는 중국 관광객들에게 영어로 대화를 해보려고 했지만 전혀 말이 통하지 않아 곤란했다. 그녀는 “요우커들이 부산에 온다는 얘기는 들었지만, 대부분이 백화점이나 면세점에 갈 줄 알았지 여기로 올 거라곤 예상을 못해서 매장에서 대비를 제대로 못 한 것 같다”고 말했다.
남포동의 한 팬시점도 갑자기 들이닥친 중국인 관광객들 때문에 난처한 상황에 처한 적이 있다. 당시 알바를 하고 있던 유모(22, 부산시 영도구 동삼동) 씨를 비롯한 몇 명만이 간단한 중국어 회화로 겨우 요우커와 대화할 수 있었다. 유 씨와 직원들은 초보 중국어로 단순히 계산만 했다. 그녀는 “매장에는 중국어를 할 수 있는 직원이 적었고, 가능한 중국어도 매우 기초적인 것이었기 때문에, 우리가 중국인에게 일일이 친절하게 대하기가 어려워 마음이 안 좋았다”고 전했다.
그렇다면 부산의 요우커들이 백화점이나 화장품 매장이 아닌 다른 상품을 파는 매장에도 몰리는 이유가 무었일까?
부산을 찾는 요우커들은 최근 가이드 없는 개별 여행객들이 늘고 있다는 게 그 주요 원인이다. 개별 여행객들은 통역사가 상주하는 백화점을 주로 찾지만 쇼핑 시간이 제한된 게 아니기 때문에 이곳저곳을 다니게 된다는 것이다. 여행사 직원 정모(30) 씨는 “대형 백화점과 화장품 매장에서 쇼핑을 마친 요우커들이 남는 쇼핑 시간에 인근 각종 매장에도 구경을 가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부산을 방문한 중국인 관광객 A(29) 씨는 자신이 갔던 팬시점에서 말이 통하지 않아 원하는 물건을 사는데 시간이 오래 걸려 짜증이 났다. 그녀는 “카운터에 줄이 너무 길어서 기다리는 데만 시간을 너무 많이 쓴 것 같아 기분이 안 좋았다”고 덧붙였다.
팬시점을 방문한 한국인 김모(27, 부산시 중구 대청동) 씨는 그 매장에 몰려있는 요우커들 때문에 놀랐다. 중국인들이 말이 잘 안 통하는 문제로 계산에 시간이 걸려 줄을 길게 서 있는 통에 한국인들도 편하게 쇼핑을 즐길 수 없었다. 김 씨는 “부산에 요우커가 많이 방문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면, 꼭 대형 백화점이 아니라 작은 매장에서도 그에 따른 준비를 해야 중국인들이 기분 좋게 소핑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국제시장도 요우커들이 자주 찾는 쇼핑지 가운데 하나다. 국제시장 번영회 측은 요우커 방문자 수와 그들의 매출에 대해서는 상인들마다 다르기 때문에 정확히는 알 수 없다고 한다. 중국의 국경절 연휴였던 10월 초에는 많은 요우커들이 국제시장을 찾았다고 번영회 관계자가 전했다. 번영회 관계자는 요우커에 대비해 국제시장 상인들이 중국어, 영어 학원을 다니고 외국어로 된 간판을 배치하는 등 나름대로 준비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최근 국제시장을 찾는 요우커 숫자가 급격히 줄고 있다. 국제시장 번영회 관계자는 예전의 중국 관광객들은 단체로 관광하면서 백화점 쇼핑 후에 남는 자투리 시간에 국제시장을 방문했지만, 요새는 개별 관광객이 늘면서 가이드가 없어서 말이 안 통하는 국제시장보다는 오히려 백화점이나 남포동 화장품 가게에서 쇼핑하는 데에 시간을 쓰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국제시장 상인 이모(56) 씨는 지난달에는 요우커들로 인해 이익을 조금 봤지만 현재는 큰 이익을 내고 있지 못하고 있다. 그녀는 “중국 관광객들이 부산에 와서 다양하게 쇼핑도 하고 관광도 하도록 하는 방안이 마련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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