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요우커 100만 시대(3): 레드 카펫 깔고 '세금 환급' 특혜도
지난해 10월 중국 정부는 자국민이 타국으로 해외여행을 가서 숙박료, 식대, 입장료, 가이드 비용 등에서 바가지를 쓰는 상품을 파는 중국 내 여행사를 단속하는 법을 제정했다. 여행 경비를 정상화하고 강제적인 쇼핑을 없애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이 법을 일명 ‘여유법(旅遊法)’이라 부른다. 이에 따라, 덤핑 한국 관광 상품으로 한국을 방문하던 중국인 단체관광객 수가 줄었다. 단체 관광객은 줄었지만, 최근 개별적인 중국 관광객이 늘어나면서, 요우커의 관광, 쇼핑 패턴도 변하고 있다.
기존의 중국인 관광객들은 단체관광으로 한국을 방문해 면세점이나 여행사와 연계된 백화점에서 정해진 시간 동안 쇼핑하는 패턴을 보여왔다. 이런 쇼핑 방식에서 중국 관광객이 알뜰하게 물건을 구매하기란 어려웠다. 부산시 중앙동에 위치한 여행사 직원 주모(45) 씨는 저가 여행 프로그램을 통한 단체관광의 경우 제한된 쇼핑 시간을 주기 때문에 중국인들은 상품 정보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시간에 쫓겨 과소비를 하게끔 만든다고 말했다. 주 씨는 “중국에서 출발하는 여행 프로그램이 여유법에 의해 정상가격으로 책정되면서 가격이 비싸져서 알뜰 개별관광을 원하는 중국인들이 늘어났다”고 덧붙였다.
중국 관광객들이 한국을 방문하는 방법이 바뀌고 있다. 남자 친구와 함께 한국을 방문한 웨이(27) 씨는 “젊은 사람들은 대부분 친구끼리 오는 경우가 많고 단체관광을 이용하는 사람은 드물다”고 말했다. 또한 이들은 스마트폰을 이용해서 한국 어디서 어떤 혜택을 중국 관광객에게 제공하는지를 대체로 파악하고 있었다. 중국 관광객의 쇼핑 방법도 변하고 있으며, 구매 품목도 달라지고 있다. 롯데백화점 부산 본점 마케팅 담당자는 중국 관광객들이 무조건 면세점에 방문해 명품만 찾는 게 아니라 백화점 중저가 패션 브랜드인 MLB, 건강식품 정관장 홍삼, 김 등을 많이 구매한다고 말했다.
부산 상권은 이런 중국 관광객 쇼핑 패턴 변화에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부산 센텀시티에 위치한 신세계 백화점은 분수광장에서 입구까지 레드카펫을 깔고 중국인에게 친근한 판다 코스프레(의상으로 만화 등의 캐릭터를 흉내내는 놀이)로 요우커를 맞이하고 있다. 이렇게 하는 이유는 사전 계약에 의해 중국 단체 관광객들이 오는 게 아니라 개별적으로 오는 요우커들을 백화점이 유혹하기 위해서다. 또 요우커가 많이 찾는 층에는 통역사를 배치했다. 롯데백화점 부산 본점도 중국인 전문 직원 20명을 채용했고 중국어로 제작된 안내책자를 배포했다. 중국인 관광객 쩡민(32) 씨는 “가이드 없이 혼자 온 여행이라 불편했는데, 백화점 통역사가 안내해줘 편했다”고 말했다. 신세계 백화점 고객 상담사는 “개별 관광객은 가이드를 대동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 의사소통이 어려운 경우가 많다. 그래서 우리 백화점은 이런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통역사와 중국어 안내문을 배치해 고객만족을 이끌어 낸다”고 말했다.
부산 백화점들은 더 이상 고가 전략을 중국인들에게 구사하지 않는다. 그 이유는 백화점은 면세점보다 비싸다는 중국인들의 인식을 바꾸지 않으면, 그들이 백화점으로 스스로 오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최근 중국인 관광객 유치를 위해 부산 백화점들은 다양한 프로모션을 진행해 면세점보다 백화점에서 싼 가격으로 같은 제품을 구매하게 하고 있다. 특히 백화점들은 세금환급이란 제도를 실시하고 있는데, 이는 일정액 이상을 쇼핑한 중국인들에게 그들이 부담한 세금을 현금으로 돌려주는 프로모션 전략이다. 예를 들면, 3~10만 원을 쇼핑한 중국인에게는 쇼핑 금액의 5%를 세금환급이란 명목으로 백화점이 바로 현금으로 돌려주고, 10~100만 원 쇼핑객에게는 6%를, 100~600만 원 쇼핑객에게는 7%의 세금환급을 해준다. 롯데백화점 부산본점 안내데스크 직원은 세금환급을 받는 중국인들이 늘어나면서 정문과 후문 두 곳에 세금환급 코너를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중저가 의류 매장이 진행하는 프로모션 기간에는 특정 물건을 구매하는 중국인에게는 하나를 덤으로 더 받을 수 있는 1+1행사를 진행하기도 한다. 화장품을 구매한 중국인 관광객 링웨이(42) 씨는 “직원이 친절하게 설명도 해주고 샘플도 챙겨준다. 백화점에서 화장품을 구매하길 잘했다”고 말했다.
중국인들이 가장 선호하는 화장품 브랜드인 ‘설화수’의 센텀시티 신세계 점 매장에서 근무하는 김가현(23, 부산 연제구 연산동) 씨는 “중국 관광객들이 구매하려는 화장품 정보를 인터넷에서 미리 알고 오거나 테스트 제품을 꼭 써보는 소비자들이 많아졌다”며 “중국 관광객들도 이제는 따질건 따지는 알뜰한 소비자로 변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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