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상품의 가격보다 평균 70-80%까지 싸게 살 수 있는 B급 쇼핑몰이 똑똑한 소비자들 사이에서 인기를 얻고 있다. B급 쇼핑몰은 못난이 농수산물, 유통기한이 임박한 상품, 반품상품, 리퍼제품(반품 제품), 과다 재고상품, 스크래치가 난 상품 등 물건의 기능에는 이상이 없지만 여러 가지 이유로 정상적으로 판매되지 못하는 B급 제품들을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쇼핑몰이다.
B급 쇼핑몰에서는 현재 식품, 전제제품, 건강기능식품, 생활용품, 화장품, 패션잡화 등 다양한 물건을 판매하고 있다. 제품은 이용자가 쇼핑몰에 주문을 넣으면 업체에서 발송되는 경우도 있고, 쇼핑몰에서 제품을 받아 직접 발송되는 경우도 있다.
대학생 이모(24, 부산시 동래구) 씨는 최근 B급 쇼핑몰에서 화장품을 구입했다. 이 씨는 “원래 6만 원 정도 하는 크림인데 유통기한이 임박했다는 이유만으로 7,000원대로 팔리고 있어서 냉큼 구입했다”며 “유통기한이 2016년 4월까지라고 돼있었지만 매일 쓰는 크림이라 그 안에 충분히 다 쓸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 씨는 “B급 쇼핑몰을 찬찬히 둘러보면 정말 보석같은 제품이 많다”며 “지갑이 얇은 대학생들에게는 제격인 쇼핑몰인 것 같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B급 상품 중 유통기한 임박상품에 대해 소비자들이 품질을 걱정하기 쉽다. 주부 이영희(49, 동래구) 씨는 “유통기한이 지나면 집에 있는 음식들을 그냥 버리게 되는데, 하물며 유통기한이 임박한 제품을 사기는 조금 꺼려진다”고 말했다.
하지만 유통기한은 유통업자가 상품을 판매할 수 있는 기한이며, 상품을 사용할 수 있는 소비기한은 따로 있다. 실제로 유통기한이 지난 음식은 먹으면 안 된다는 사람들의 인식으로 인해 섭취가 가능함에도 버려지는 식품이 매년 약 7,000억 원에 이른다고 한다. B급 쇼핑몰에서도 이와 같은 정보를 소비자들에게 전달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리퍼상품은 사용자가 반품한 물건이나, 고장으로 인해 교환을 해주고 나서 회수한 물건들을 새로 수리해서 내놓는 제품을 뜻한다. B급 쇼핑몰에서는 홈쇼핑 등에서 전시, 진열됐던 제품도 이에 포함하여 판매하고 있다. 리퍼제품의 특성상 스크래치가 있을 수도 있고 개봉됐던 박스로 포장돼있을 수도 있지만 철저한 테스트 이후 저렴한 가격에 판매되고 있다고 B급 쇼핑몰에서는 말한다. 특히 B급 쇼핑몰 이유몰(Eyoumall)에서는 리퍼상품이 한 달 이내에 제품에 하자가 있을시 교환과 환불이 가능하며, 이후 고장은 A/S가 가능하다.
B급 쇼핑몰이 인기를 끌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시장조사 전문기업 마크로밀엠브레인의 트렌드모니터(//trendmonitor.co.kr)가 전국 만 19세 이상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B급 상품 이용 관련 조사를 실시한 결과, 전체 응답자의 81.7%가 B급 상품에 대해 알고 있다고 응답했으며 10명 중 7명 이상(72.2%)은 B급 상품을 구매하는 것이 똑똑한 소비활동이라고 생각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 언론매체의 인터뷰에서 이유몰 김재석 대표는 “각종 이유있는 상품 가치를 재창조하고, 새로운 유통시장을 만들어 소비자에게는 알뜰한 소비생활의 기회를 제공하는 동시에, 생산자와 유통업체들에도 사실상 포기하고 있던 ‘이유있는 상품’들의 유통을 통해 수익을 올리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성대 경영학과 이상식 교수는 “B급 제품에 이상이 없다는 의식을 가진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며 “나도 리퍼제품을 구매해서 사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구매를 통해 얻게 되는 효용을 중시하는 것을 가치소비라고 하는 데, 이러한 가치소비를 하는 사람들의 증가가 B급 쇼핑몰이 인기 있는 이유인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