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들 "좁은 나라에서 자치경찰 두면 지역 유착만 심할 우려"...경찰 내 의견은 세대별로 갈려 / 이종재 기자
14일 오전 당정청이 지방자치분권의 일환으로 자치경찰제를 올해 안에 전국 5개 시도에서 시범적으로 도입한 후 2021년에 전국으로 확대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에 대해 많은 국민이 비판 내지는 신중론의 입장을 내비치고 있다.
이번에 당정청이 확대하려는 자치경찰제는 경찰을 지방자치단체 아래 자치경찰청에 소속시켜 시장이나 도지사 등 지방자치단체장의 지휘를 받게 하는 제도를 말한다. 현재 우리나라는 중앙정부 산하의 경찰청장이 전국의 경찰을 지휘하는 국가경찰제를 시행하고 있다.
자치경찰제가 도입되면, 업무별로 자치경찰과 국가경찰이 나눠 맡는 이중 구조가 된다. 이번 당정청의 발표에 따르면, 국가경찰은 정보, 보안, 외사 등의 전국적으로 통일된 일 처리가 요구되는 업무를 담당하며, 자치경찰은 생활안전, 여성과 청소년, 교통 등의 민생치안 활동을 수행하게 될 예정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자치경찰제를 참여정부 시절인 2006년부터 현재까지 제주도에서 시범적으로 실시되고 있다. 이번에 당정청은 올해 안에 서울과 세종시를 포함해 5개 시도에 자치경찰제를 도입할 예정이며, 2021년까지 전국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해외에서는 미국, 러시아, 영국, 인도 등 영토가 넓거나 지방자치가 발달한 연방국가에서 자치경찰제를 시행하고 있다.
자치경찰제는 지방 특색에 맞는 치안 서비스 제공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부산시가 해운대 해수욕장 이용객들의 안전을 위해 자치경찰제의 장점을 살려 해변파출소를 효율적으로 운영하는 것 등이 예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시민들은 자치경찰제 도입에 신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많다. 한 시민은 “국가경찰제로 운영되는 지금도 관할구역 때문에 도움을 받지 못했다는 소식이 올라온다”며 “그런데 자치경찰제가 도입되면 이런 현상이 더 심화되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자치경찰제가 도입되면, 경찰이 지역 유지와 유착될 수 있다는 지적도 있었다. 부산 지역에 오래 거주한 한 시민은 “지난 번에 운전 중 불법 유턴을 하다 걸렸지만 단속한 경찰관이 아는 분이면 그냥 넘어가기도 했다”며 “나 같은 시민도 이 정도인데 지역에서 힘 좀 부리는 사람이라면 더 큰 일을 당해도 모면하는 일이 일어날 수 있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답했다.
실제로 2014년에 발생한 전남 신안 염전 노예 사건 당시에 신안군 경찰들이 탈출을 시도하는 노예들을 다시금 지역 유지인 노예 주인에게 돌려보내는 일이 벌어지지고 했다. 이런 사례를 들어, 일부 시민들은 국가경찰제 아래에서도 경찰과 지역 유지의 유착이 일어나는데 자치경찰제가 도입되면 유착 위험성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고 우려하고 있다.
인터넷에서도 자치경찰제의 문제점을 제기하는 의견들이 올라오고 있다. 한 네티즌은 “우리나라는 미국이나 러시아처럼 땅덩이가 넓은 나라가 아니다. 나 역시 자치경찰제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 자치경찰제를 실효성이 아니라 상징성을 위해 하려는 것이면 안 하는 게 더 나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네티즌은 “소방관도 지방공무원 전환했다가 장비, 인력문제를 겪었다. 매번 정부에서 지원한다고 말했다가 결국엔 다시 국가직으로 돌아간다. 경찰이라고 별반 다르지 않을 거라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경찰 내부에서도 자치 경찰제의 반응이 엇갈리고 있다. 부산 지역에서 근무하는 한 경찰은 “현재 경찰 내부에서는 세대 별로 반응이 다르다. 나이가 많고 결혼도 해서 부산에 자리잡은 경찰들은 대체로 찬성하는 입장이고, 젊은 경찰들은 반대하는 분위기를 보이고 있다”고 답했다.
이어 그는 “일부 경찰관들은 수당이 줄어드는 것에 걱정이 많다. 원래 경찰들은 본인 관할 지역이 아니라 타지역으로 지원을 나가면 수당을 받게 되어있다. 하지만 자치경찰제가 도입되면 타지역에 갈 일이 드물어 수당이 줄어들기 때문에 걱정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